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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말벌과의 동거

by 깜쌤 2011. 3. 20.

 

  녀석은 벌 중에서도 가장 크고 무섭다는 말벌이다. 벌초하러 가서 자주 만나는 땅벌(=땡벌, 땃벌)과는 다르다. 말벌 한마리가 꿀벌집을 습격하여 꿀벌 시체로하여금 산을 이루도록 한다는 그 말벌이다. 그 괴물같은 녀석과 내가 추운 겨울을 같이 생활하며 지냈다.

 

 

 

녀석은 지난 가을날, 청소를 위해 서재의 출입문과 창문을 열어두었을때 들어왔을 것이다. 해마다 그랬으니까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어떤 해는 열마리 정도와 함께 겨울을 나기도 했지만 봄까지 살아남은 녀석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두마리 정도가 아직까지 버텨낸 것이다.

 

 

겨울내내 녀석은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을 찾아 이리저리 나돌아다녔다. 혹독하게 추웠던 날에는 서재의 실내온도가 2도까지 떨어졌는데 그런 날은 이 녀석들은 거의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럴땐 너무 안쓰럽기만 했다.  

 

 

몇녀석은 혹독한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기도 했다. 아직 할동하려면 한 2주 정도는 더 있어야 하는데 밖으로 내보기전에 꿀이라도 조금 먹여서 내보내주어야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문제는 서재 어디에 숨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말벌 찾기도 조금 힘들게 생겼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지는 법이다. 수많은 식물들의 수분(受粉)작업을 벌과 나비같은 곤충이 맡아주고 있지 아니한가? 인간은 자연속에서 많은 동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지 별스레 혼자서 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나는 내가 살기 위해서 벌을 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하나뿐인 녀석의 소중한 생명을 이어주기 위해 함께 겨울을 난 것이다. 주일 아침에 새삼스레 생명의 귀함과 존재가치를 다시 느껴본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