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해변으로 냐려왔다. 거인이 돌리는 바람개비를 남겨두고서....
이젠 해변도로를 따라 강구항으로 갈 차례다. 한 십여분만 달리면 된다.
이집은 아는 집이다. 내가 아는 집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어떤 회원의 누이동생의 집이다. 그러니 믿을 수 있다. 미리 예약을 해두었으므로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음식점 앞은 도로이고 바로 그너머가 바다였다.
회와 대게만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는데 방에서 바다가 시원스럽게 나타나보였다.
올라가기 전에 게를 확인해본다.
이게 대게다. 대게는 크다는 의미의 '큰 게'가 아니라 게다리가 대나무처럼 시원스럽게 쭉쭉 빠졌다는데서 기원한 말이다.
대게는 홍게보다 색깔이 연하다. 게는 지금부터가 제철이다.
이런 녀석들은 수입산인 모양이다.
은근히 기대가 된다. 이런 녀석들을 찌면 어떤 맛이 날까?
한 이십여년 전에 영덕의 바닷가에서 2년정도 근무를 했다. 겨울철에는 사진작가들이 그렇게 찍고 싶어하는 오메가 일출을 수도 없이 보고 살았다. 바닷가 학교에서 근무를 할때 영덕 대게중에서도 최고급의 게를 먹어보았다. 게딱지도 무지무지하게 크고 맛있는 최상급으로만 말이다.
바닷가에 사시는 분들은 인심이 좋았다. 기분을 낼때는 특별히 더 한껏 베푸시는 것 같았다. 선생을 대접한다는 차원에서 정말 좋은 물건들로만 골라서 가져오셨던 모양이다. 그들이 그렇게 통크게 놀고 화끈하게 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다는 위험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므로 주어진 순간들을 화끈하게 즐기는 것이다. 내가 가르치고 있던 아이의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기도 했다. 물론 대게잡이 배를 타셨다가 변을 당했다. 풀려나가는 그물에 발이 걸려 물속에 끌려들어가버렸던 것이다. 눈이 빨개지도록 울고 다녔던 소녀의 애처로운 그 눈동자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런 녀석들은 홍게다. 붉은 빛이 난다는 사실은 사진으로도 쉽게 구별이 된다.
홍게도 맛있다. 사실 말이지만 대게를 먹어보는 것이 도대체 얼마만이던가? 한 십년은 되어가지 싶다. 대게라고 하면 일단 비싼 음식으로 여겨서 사먹기가 겁이나기 때문에 사먹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게는 먹는 시기를 잘골라야 한다. 큰맘먹고 사서 쪄보았는데 게딱지를 열었더니 물만 가득하더라는 웃지못할 비극을 경험하는 일이 생긴다. 다리 속에서도 살은 간곳이 없고 물만 들어있는 일은 자주 생긴다.
보통 우리가 먹는 대게는 수컷이라고 한다.
홍게도 맛있다. 나같이 돈없는 서민은 홍게라도 먹을 수 있다는게 어디인가?
우리는 방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창밖으로 내다보는 경치가 좋았다. 바다 일부를 매립해서 주차장으로 쓸 예정이란다.
그렇게 되면 강구항의 모습도 조금 변하지 싶다.
게를 먹기 전에 곁다리 음식이 들어왔다. 전복죽이었던가?
땅콩, 메추리알, 미역.....
그리고 부침개는 기본이었다. 오징어졸임, 고추 같은 것도 들어온 뒤에 게가 들어왔다.
한사람이 평균 한마리 반정도는 먹은 것 같다.
매운탕을 곁들인 게장비빔밥이 나왔다.
게딱지안에 소복하게 담겨나왔다.
게딱지에 비벼먹는 밥은 별미중의 별미란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정말이지 너무 맛있게 먹었다. 이런 날은 참 오랫만에 가져본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자동차를 나누어타고 경주로 향했다. 나른하게 잠이 몰려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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