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크로우가 등장하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에는 검투사 막시무스의 애절한 죽음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막시무스 앞에는 빛바랜 과거가 떠오르는데......
나는 그 빛바랜 것과 같은 풍광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되었다.
대릉원 앞 풍경이 그런 식으로 내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잔디밭은 갑자기 누렇게 변했고 하늘은 회색으로 변해 내가 발딛고 사는 세계가 어느날 갑자기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수없이 보고 살았던 대릉원 앞 너른 잔디밭이 갑자기 낯설어진 풍경처럼 변했던 것이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시간의 흐름이 멈추어버린 듯한 이 느낌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다시 눈을 닦고 사방을 쳐다보았다. 그런데도 세상은 회색빛으로 변해가는 것 같았다.
계절이 너무 빨리 변해서 그런가? 시간의 흐름에 내 눈이 못따라가서 그런가 싶어 잠시 벙벙해지고 말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