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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중국-신강성:실크로드(完)

화염산 3

by 깜쌤 2010. 11. 17.

 

  베제클리크 천불동 앞 주차장에다가 차를 댔더니 낙타주인들이 몰려들었다. 타라고 권해왔지만 나는 처음부터 탈 생각이 없었다. 뒤에 보이는 언덕까지 올라간 뒤 다시 둥근 산봉우리에 올라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낙타 타는 값이 비싸기도 했고.....

 

 

 

나는 여름용 샌들을 신고 있었다. 그러니 모래산을 오르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도로가에는 원숭이 모습의 손오공과 사오정, 저팔계가 삼장법사를 모시고 서역으로 가는 장면을 묘사한 조각상을 세워두었다. 조잡스러우므로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볼 일이 없다.

 

 

 

그렇다. 여기가 바로 서유기에 등장하는 화염산(火焰山 훠옌샨)이다. 모래색깔부터가 붉지 않은가? 한창 뜨거워지면 지표면의 온도가 70도까지 올라간다는 무시무시한 모래산이다. 그러니 이름조차 화염산 아니던가?

 

 

 

서기 627년, 어떤 사람들은 서기 629년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아뭏든 그해 현장법는 불경을 구해오겠다는 일념으로 오늘날의 인도를 향해 출발했다. 물론 그는 이 부근을 지나갔다. 그의 행적을 기록한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도 당연히 그런 증거가 남아있다.

 

  

 곧이어 소개하겠지만 대당서역기 속에는 그들 일행이 화염산이 빤히 보이는 고창국의 성이었던 고창고성을 다녀간 사실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므로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언덕을 올라가서 뒤를 돌아다보았더니 우리가 온 길이 보였다. 모래언덕 오르기를 우습게 여기면 곤란하다. 날씨도 덥거니와 알갱이가 너무 곱디 고운 모래여서 발이 푹푹 빠진다. 그만큼 힘이 든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모래 입자가 워낙 고우므로 카메라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만약 모래위에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저 아래 네모나게 보이는 곳이 베제클리크 천불동 앞의 주차장이다. 우리는 제법 올라왔다.

 

 

이제 1단계 정도쯤 되는 언덕을 올라온 것이다. 정작 우리가 올라가야 할 언덕은 저 앞에 보인다. 풀한포기 바위하나 없는 산이므로 나지막하게 보이지만 올라보면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는 바로 여기 이 언덕까지 올라온 것이다. 맑은 날이라면 흰눈을 이고 있는 천산산맥의 영봉들이 저멀리 보여야 하지만 그런 복은 우리에게 없었다.

 

 

 

여름날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경치조차 아지랭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장난감처럼 보였다.

 

 

 

낙타주인들은 아직도 손님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포플러가 솟아오른 곳이 바로 베제클리크 천불동이다. 거기는 나중에 소개해드린다.

 

이 뜨거운 곳을 지나는 도로 위를 어떤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의지의 중국인이리라. 모래사막 한가운데를 누비는 물길이 신비스럽기조차 하다.

 

 

우리가 지나온 도로의 모습이다.

 

 

동서로 길게 누워있는 화염산의 길이는 약 100킬로미터쯤 된단다. 남북의 폭은 약 9킬로미터 정도란다. 높이는 대략 500미터 정도......

 

 

우리가 괜한 만용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만큼 올라왔으니 저 둥근 모래산 위에는 기필코 올라가봐야 한다. 사진이어서 그렇지 실제 경사도는 상당하다.

 

 

발자국만 보면 세사람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리라.

 

 

숨이 턱턱 막혀왔다. 땀은 비오듯이 쏟아졌고......

 

 

그러다가 한분이 포기를 했다. 지친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끌어줄 처지가 못된다. 그만큼 위험하고 힘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니 화염산이라는 소리가 나오는가보다. 세로로 깊게 파인 침식흔적이 불꽃처럼 보이는게 당연하다.

 

 

처음부터 사진을 유심히 본 분이라면 우리가 지금, 어떤 곳을 어떻게 오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지 싶다.

 

 

영국신사인 친구는 조금도 지치는 기색이 없이 차분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포기한 분은 하산길에 올랐다. 그냥 서서 밑으로 내달리면 열이면 열 모두 다 구르게 되어 있다. 여긴 내려가는 것도 큰 일이다. 차라리 기는게 훨씬 편하고 안전하다.

 

 

웃을 일이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우리는 밑에서 보았을때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상은 저 멀리 위에 있었던 것이다.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친구와 나는 능선을 따라 걸었다.

 

 

저 멀리 모랫바람이 이는 듯 했다. 은근히 겁이 났다.

 

 

여기서 돌아내려간다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다.

 

 

이왕 이렇게 된 일, 더 올라가야만 한다.

 

 

단언하지만 함부로 만용을 부리면 곤란하다. 모래산을 오르려면 반드시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하고.....

 

 

나는 주름진 화염산 자락을 보며 기막힌 아름다움을 느꼈다. 지층의 아름다움은 또 어떻고?

 

 

봉우리는 저 앞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래, 가는데까지 가본다. 은근히 오기가 생겨서 다시 발걸음을 내딛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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