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올라오면 길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처음 글에서 이야기를 드렸지만 절터로 오르는 길은 두가지가 된다. 설잠교를 건너자말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산등성이로 오르면 지금까지 본 것 같은 경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편편하고 좋은 오른쪽 골자끼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가면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대나무 숲을 통과하여 오르게 된다. 그 쪽 길 모습은 다음 글에서 잠시 보여드린다. 그렇게 골짜기를 따라 산을 오른 사람들도 여기에서 다 마주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냥 너무 급하게 서두르면서 오르지 말자. 그런 식으로 남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면 아기자기한 맛과 살갑게 다가서는 멋을 다 잃어버린다. 유유자적하게 천천히 주위를 살피면서 올라가 보자. 여기에서도 그렇다. 잠시 멈춰서서 사방을 살펴본 뒤 올라가야할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멋진 장면을 하나 찾을 수 있게 된다.
뒷편 담벼락같은 바위 위로 늘여뜨려놓은 굵은 동앗줄을 보게 될 것이다. 달려드는 호랑이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보낸 밧줄 같다.
밧줄을 잡고 유격훈련 자세로 돌입하기전 위쪽부터 살펴보자. 소나무 사이로 둥근 대좌위에 걸터앉은 부처상이 보일 것이다.
다시 그 위를 보면 탑꼭대기 부분이 스리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탑만 보고 올라왔는데 갑자기 덤으로 둥근대좌 위에 앉은 불상 하나를 더 보게되는 보너스를 얻은 셈이다.
유격훈련이 싫은 사람은 옆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이용해서 올라가도 된다. 그렇게 올라가서 모퉁이를 살짝 돌면 둥근대좌 위에 올라앉아 서쪽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부처상의 뒷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얼굴이 없는 부처상의 앞쪽으로 돌아가보자. 굳이 부처상이라고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불상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다른 이름으로 추측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나는 다시 뒤로 돌아가 보았다. 이런 부처상이 산중에 자리잡고 있을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불상에 관한 설명은 사진 속의 내용을 보고 파악하시기 바란다. 여기 올린 모든 사진을 눌러보면 크게 뜰 것이다.
여기서부터 저 위쪽까지 모두가 다 용장사터였을 것이다. 김시습은 이 용장사에 머물면서 금오신화를 썼을 것이고......
나는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어 가며 감상했다.
자연석 위에 둥근 대좌를 만들어 올리고 그 위에 부처상을 올릴 생각을 한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얼굴은 누가 떼어간 것일까? 떼어간 것이 아니라면 누가 부순 것일까? 아니면 혹시 지금 이 순간 박물관 창고 어느 한 구석에 쳐박혀 있는 것일까?
여기에서 돌아보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골짜기 끝자락에는 너른 평야가 보이고 그 너머로는 아득히 솟은 영남 알프스를 이루는 영봉들이 줄지어서 머리를 조아리는 형국이 된다. 그러길래 부처는 서쪽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누가 이렇게도 참하게 돌을 다듬은 것일까?
그 정성이 놀랍다.
바위틈 어지간한 곳에는 소나무들이 보금자리를 틀었다. 모진 생명을 이어가는 그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남쪽으로는 남산에서 가장 높은 고위봉과 그 부근의 은적골이 자리 잡았다.
한참을 구경한 나는 슬그머니 자리를 뜨기로 했다. 이제는 탑을 찾아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저 영남 알프스의 영봉 너머로 이어지는 반도의 많은 땅과 서해, 그리고 중국 대륙 너머 서방정토를 찾아 무한한 눈길을 주고 있었으리라. 얼굴없는 부처상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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