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강변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됩니다. 오솔길이라고 했으니 표시가 잘나지 않을까 싶어서 은근히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퇴계선생이 이 길을 걸어서 창량산 부근에 살던 숙부에게 글을 배우러 다녔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봄이어서 그런지 아직은 벌레소리들이 자욱하지 않았습니다.
분강서원앞의 물이 그늘 속에서 제법 깊게 보입니다. 퇴계선생은 여울과 소마다 이름을 붙여서 더욱 더 운치가 넘쳐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은근히 마음이 바빠지 시작했습니다. 부지런히 걸어서 도산서원까지 가야합니다. 오후 3시 40분경에 안동으로 나가는 시내버스가 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내려가니까 강물 속에 자리잡은 네모난 바위가 보였습니다.
서너명은 족히 올라가서 놀 수 있을 것 같은 바위입니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한속담을 지나가는 물살이 여울을 이루어 주변 경치와 제법 멋지게 어울립니다.
이런 식으로만 길이 이어져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가 상상하던 오솔길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강물에 떨어져 있는 몇조각의 바위 이름이 경암이라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산과 들에는 신록이 가득합니다.
나는 이 물줄기의 상류에서부터 걸어온 셈이 되는 것이죠.
내가 서 있는 뒤편으로 절벽이 솟아 올라있었습니다. 이름하여 학소대입니다.
학(鶴)이란 녀석을 보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특히 머리부분이 빨간 단정학(丹頂鶴)을 만나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황순원님의 소설 <학>에는 단정학이 등장합니다.
일본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그들의 산하환경이 참으로 깨끗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그런지 어쩌다 심심치않게 학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학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강변으로 너덜밭이 조금씩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하류쪽으로 긴 소가 나타났습니다. 여기가 미천장담(彌川長潭)인가 봅니다. 이런 식으로 벼랑과 여울과 소에 이름을 붙인 것은 퇴계선생입니다.
미천장담이 있는 구간은 거의 직선으로 뻗어내려갑니다.
강변으로 오솔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걷는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게 느껴지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이 구간 중간쯤에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합니다.
쉼터를 지나면 경고판이 나타납니다. 안동에 사시는 블로거님이 말씀하시던 곳이 여기인가 봅니다. 사유지가 나타나는 곳부터는 산길로 올라가야한다고 하시더군요.
나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러다가 이내 마음을 정합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나같은 자연인이 남의 사유지를 안밟고 다닐수는 없는 법이니 그냥 지나가기로 말입니다. 나도 예의염치 정도는 있는 인간이니 개인집과 논밭에는 안들어가면 될것 아니겠느냐는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한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근의 바위에 공룡발자국이 남아있다고 합니다만 어찌 조금 황당한 것 같아서 대략 흔적만 확인하고 지나치기로 했습니다.
강변을 따라 내려가니 이번에는 돌밭길이 나타납니다. 이런 식으로 따라가다가는 길을 잃는 것이 뻔한 이치지만 끝머리가 저 멀리 보이니 안심하고 지나가기로 한 것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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