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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저녁먹다가 날벼락맞다 2

by 깜쌤 2010. 2. 23.

 

인도네시아의 적도 아래에서 우리나라 노래까지, 그것도 생음악으로 들어가며 맛있게 저녁식사를 끝내자마자 일진광풍(一陣狂風)이 홀연히 밀어닥쳤던 것이다. 포장마차이니 사방을 모두 작은 쇠기둥으로 엮고 위에 비가리개용으로 천막을 올려친 것인데, 정전이 되어 주위가 컴컴해짐과 동시에 엄청나게 굵은 빗방울이 들이치면서 기둥이 무너지고 지붕이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가만있으면 깔려죽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순간적으로 작은 배낭을 들고 천막밖으로 도망을 쳐나온 것이다. 비명소리가 사방에 진동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나 혼자 도망가기가 무엇해서 다른 사람을 봐주고 무너지는 기둥을 잡아주다가 나중에 늦게 나왔는데 그 와중에 카메라를 남겨둔 것이다.

 

결국 인도네시아 대학생의 도움으로 카메라를 찾아 길 건너편 시장 쪽으로 건너가서 배낭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던 수건을 꺼내 옷과 얼굴을 닦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글쎄 내가 밥을 먹던 포장마차만 그지경이 된 것이다. 비는 한 십여분만에 잦아들기 시작했고 거리에는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우리 팀멤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 양반들이 어디 다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싶어 부근을 찾아보았더니 다행히 아무 탈없이 다른 포장마차에서 식사를 끝내고 있었던 것이다.

 

뭐 대단한 것이라도 사드실 것처럼 다른 곳을 찾아나섰던 양반들이 나처럼 짠돌이가 되어 길거리에서 밥을 사먹고 있었으니 나도 모르게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 말로 끝내자면 이렇게 된다.

 

"헐~~"

 

드디어 우리 멤버들 모두가 배낭여행자 본연의 자세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천천히 물들어가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자 저절로 흐뭇해지기까지 했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를 맞고 걸어가는 스웨덴 아가씨에게 다가가 슬그머니 우산을 받쳐 주었다. 이런 경우 거의 예외없이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어오게 되는데 그때마다 나는  "코리아"라는 발음을 정확하게 해준다.  

 

호텔에 돌아와서는 내일 저녁에 만날 분에게 전화를 해서 시간과 장소 약속을 해 놓았다. 내가 족자에 온 목적은 정작 따로 있었던 셈이 된다. 그게 무엇인지는 나중에 설명해드리겠다. 물론 전화는 와르텔에 찾아가서 했고 요금으로 1700루피아가 나왔지만 2천 루피아를 드렸더니만 '댕큐'소리를 서너번은 들었던 것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아직까지도 전화기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전화를 걸 수 있도록 전화기를 빌려주고 돈을 받는 곳이 있다. 그런 곳이 와르텔이다. 나는 카루니아 호텔 앞 와르텔에서 전화를 걸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 숙박료속에 아침식사요금이 포함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옥상에 있는 식당을 찾아 올라가 보았더니 제법 깔끔했다. 백인청년 하나가 앉아서 글을 쓰고 있었다.

 

"좋을 때구먼.....  젊었을때 내가 이런 기회를 가졌더라면 인생을 완전히 다르게 살았을텐데...."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골목구경을 가기로 했다. 식사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한 이십여분 정도의 시간이라도 빈둥거리는 것은 딱 질색인 내 성격이니 그 동안만이라도 무엇인가 가치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바로 이 사진은 소스로위자얀 거리의 모습이다. 발음하기가 제법 어렵지 않은가? 이 거리에는 싼 호텔들이 무더기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므로 족자에 가서 싸게 여행을 하고 싶다면 이 거리 부근에서 호텔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소스로위자얀 거리는 족자 최고의 번화가인 말리오보로 거리와 만나게 되어 있다. 13년전 일기장을 보았더니 말리오보로말보로 거리라고 적어놓았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던 때의 이야기이니 갑자기 우스워졌다. 현지에서는 아주 작은 골목같은 것은 (Gang)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그러면 아래 사진을 보기로 하자.

 

 

 Gang라고 표시한 것이 보이는가? 골목 앞에 서있는 잘 생긴 분을 '깜쌤'으로 착각하시면 곤란하다. 이 양반은 내 친구이다. 어찌 내 주위에는 잘생긴 분들만 수두룩하다. 그래서 얼굴이 무기 수준으로 인식되는 나는 못생긴 안면을 안비추어주는게 남을 도와주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므로 숨기는 것이니 이해하시기 바란다.

 

그러면 이제 골목 속으로 들어가보자. 

 

 

 입구부터가 범상치 않다. 이제 골목입구는 보았으니 속을 살펴야 하는데 다음 글에서 보시도록 하자.

 

 

깜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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