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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0 인도네시아-적도의 천국:자바,발리,롬복(完

저녁먹다가 날벼락맞다 1

by 깜쌤 2010. 2. 20.

  

 요즘은 어디라도 다 그렇지만 나오는 길은 반드시 기념품 가게를 거치도록 되어 있었다.

 

 

 한가롭게 구경하며 돌아나올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보로부두르 출구를 지나 부지런히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 오니 4시 40분차가 출발하려는 중이었다. 부랴부랴 미니버스에 올랐다. 올때도 2만 루피아를 내었는데 그게 정상요금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어쩌면 이제 다시는 여기 새로 올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청년 둘이 앞뒤에 나란히 탄 오토바이가 우리가 탄 트랜스버스를 앞지르더니 버스를 세우라는 손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뒤에 탄 청년이 날래게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리더니 슬금슬금 달리고 있는 미니버스에 날렵하게 올라타는게 아닌가?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다.

 

 

 활극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안전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기에 창밖으로 펼쳐지는 광경을 더 잘 볼 수 있었기에 잠시 눈요기를 즐긴 셈이다. 그나저나 마당이나 방을 쓰는 빗자루는 전세계가 거의 비슷한 모양이라는게 너무 신기하다.

 

 

 어스름이 슬슬 깔리기 시작하는 도로를 신나게 달리더니 40여분정도 밖에 안지난 것 같은데 다 왔으니 내리란다. 나는 한시간 반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벌써 내리라니....  너무 급작스런 일이어서 차장을 쳐다보았더니 거듭거듭 강조하면서 다왔다는 것이다. 처음엔 너무 황당했다.

 

여기가 좀보르(Jombor) 정거장이니 내려서 다른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란다. 그럴 리가 있는가 싶었다. 벌써 다 왔다면 말이나 되는가 말이다. 잠시 황당한 생각이 들었지만 론리 플랫닛 내용이 스쳐지나가면서 여기가 족자 시내 북부에 자리잡은 좀보르 정류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투구 역으로 가려면 2A번을 타면 된단다. 바로 그때 우리 눈앞으로 다가온 차가 2A였으니 차표를 사서는 그냥 올라탔다. 현대자동차회사에서 생산한 미니버스인데 운전석 뒷자리 승객이 타는 부분은 모두들 서로 마주보며 앉게 되어 있었다. 한 10분을 그냥 달리다가 안내방송에 '투구'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차장에게 물어보니 지금 여기에서 내리면 된단다.

 

바로 내려서 정신을 차리고 부근을 살펴보았더니 철길이 보였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맞게 잘 돌아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널목을 지나자 가루다 호텔이 보였다. 우린 너무 편리하게 정확하게 집부근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렇게 일이 잘 풀릴 수가 있나 싶었다.

 

  

 위 지도를 잘보면 보로부두르 유적지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오른쪽에 탑처럼 보이는 그림이 있는 곳이 힌두교 유적지인 쁘람빠난(프람바난)이다.  랜덤하우스에서 2006년에 발간한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 33>이라는 책 136쪽 윗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자카르타 다음으로 큰 도시인 족자카르타와 솔로 중간에 위치해 있다"라고 되어 있지만 그것은 보로부두르가 아니고 쁘람빠난이라고 정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위 지도를 찍은 사진이 조금 흔들리고  말았다. 왼쪽 상단을 보면 좀보르 버스터미널의 위치가 나타나 있으니 참고로 하기 바란다. 시내로 들어온 우리는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하나씩 샀다. 목이 말랐던 나는 콜라를 한병 사서 마시고 만다. 이제는 저녁을 먹을 차례다.

 

족자 최고의 번화가인 말리오보로 거리 한쪽으로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포장마차격인 그런 음식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중 한군데를 골라가서 2만6천루피아짜리 나시참푸르를 시키자 팀멤버들은 조금 더 싼 곳을 찾아가서 먹겠다며 흩어지고 만다. 모두들 짠돌이가 다 되어 간다.    

 

 

 나는 쌀밥 한접시에다가.....

 

 

 닭날개와 어깨죽지 그리고.....

 

 

 계란이 들어간 요리 한가지를 주문했던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손을 씻으라고 물까지 준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으니 손가락도 살짝 담궈서 헹군 뒤에 백의민족이면서 배달민족의 후손다운 매너있게 식사를 한다. 물론 수저를 사용해서 한다. 손으로 밥과 반찬을 마구 집어먹는 식사방법에는 아직까지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 맛있게 먹고있는데 거리의 가수가 오더니 내가 앉은 식탁 부근에서 한곡을 뽑기 시작했다. 이런 가수를 만나면 노래를 들어주는 대신 적선을 조금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일상적인 금액을 모르기에 내 옆에 앉은 족자 대학생들에게 물어보았더니 1천 루피아 정도만 주면 된단다.

 

가수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내가 한국인임을 단번에 알아맞추더니 두말없이 라나에로스포가 부른 "사랑해"를 불러제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우리나라 노래를 듣고 어찌 가만 있을 수 있겠는가? 나는 거금 2천 루피아를 적선했는데......   바로 그 순간, 나는 날벼락을 맞고 만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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