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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늙은 허수아비

by 깜쌤 2009. 10. 26.

 

 나는 천천히 강가를 달려봅니다.

 

 

 물속엔 가을이 가득 잠겼습니다. 

철이르게 날아든 오리들의 물갈퀴에도 가을이 걸려 나올것 같습니다.

 

 

 아파크 칸칸마다 모두 물이 찼습니다.

 

 

 가을은 천지를 고요하게 덮었습니다.

 

 

 나는 천천히 강가를 달립니다.

 

 

 서두를게 없습니다.

 

 

가을을 서둘러 맞이할 일도 없고 아쉬워하며 붙들 일도 없으며 가는 언젠가는 스쳐가야야 할 가을을

쫓아낼 일은 더더욱 없습니다.

 

 

 강가에는 가을로 물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 가을을 자전거로 좇아갑니다.

 

 

 이제는 가을이 익어갑니다.

 

 

 물흐름조차 가을을 담고 가는듯 합니다.

 

 

 걷는듯하던 가을은 벌써 마구잡이로 달려가는듯 합니다.

 

 

 유년기의 가을은 지겹도록 늦게 가는 듯 했는데

늙그막의 요즘 가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이 더 짙어지면 이미 가을이 아닙니다.

 

 

 뒤로 남겨두고온 가을은 이미 어둠속의 겨울입니다.

 

 

 들판 가득 가을이 익어가지만 나는 그 가을이 슬며시 두려워졌습니다.

 

 

 내가 점점 늙은 허수아비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변의 사진은 김동리님의 소설 "무녀도"의 배경이 되는

예기청수(혹은 애기청소) 부근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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