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벌거숭이로 함부로 나대던 날들이 그리워졌어.
-이젠 우습기 그지 없어졌지만-
바늘 끝만큼 좁은 웅덩이 바닥에 붙어 살면서도
밖으로 흘러나가는 물길이 있는지조차 찾을 줄 몰랐어.
-이제 생각해보니 어리석기 그지 없었어-
어디로 뛸지 몰라서 두리번거리기만 했던 날들이 그땐 숱하게 많기만 했었는데
-이젠 그런 날조차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아-
아! 웅덩이에 갇혀 살았던 나는 호수를 몰랐던거야.
바다는 더구나 상상해볼 줄도 몰랐어.
-이제서야 밖으로 열린 물길을 조금 알 것 같아-
그땐 동그마니 앉아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바다로 나갈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몰랐어.
- 늦었더라도 뒤늦게 가슴 더 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떠나가보기나 해야할 것 같아-
넓은 줄로만 알았던 세상 그 위로
높은 하늘이 있다는 것은 또 몰랐어.
-너무 늦게 알았던 것은 모두 내 어리석음 때문이었어.
남 탓할게 없었던거야-
따져보니 벌써 가을이 되었던거야.
봄날이 어제 같았었는데.....
-어떻게 가야 바다로 나갈 수 있지?
하늘로는 또 어떻게 날아오르는거지?-
갇히고 닫히고 묻히는 것만 생각했던 얼간이 같은 날들이 왜 그리 많았던거지?
열고 뚫고 나와 날아오를 줄을 몰랐던 날들이
너무 아쉽기만 해.
-이제 보니 지금껏 나는 얼간이가 되어왔던거야-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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