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나서 걸어본 길을 두고 이야기하기는 쉬워.
저 너머 무엇이 있었는지 미리 알았다면 왜 그리로 갔겠어?
그 길이 어디로 뻗어있었는지 미리 알았더라면
왜 그리로 갔겠어?
그 길이 구렁텅이로 떨어져 가야 하는 길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왜 그리고 갔겠어?
저 너머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기에 그대와 내가
한번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
우리가 살아온 날이 쭉정이로만 채워져 있다면
살아도 살았던 게 아니었어.
들판에 그득한 나락이라고 해서 모두 다
알곡은 아니었던거지.
한가지에 대롱대롱 함께 붙은 것이라고 해서
다 영근 것도 아니었고....
더 크고 작고, 더 높고 낮고의 차이는 있었을지언정
알알들의 굵기는 다 다른 것이었어.
우린 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지.
같은 길을 가는 것 같지만 저 어디에선가는
분명 갈라질거야.
끝이 좋아야 다 좋은 게 아니겠어?
한눈에 보기에 들판 그득 곡식으로 차있는 것 같아도
분명 알곡과 쭉정이가 함께 있는거야.
넌 뭐지?
난 또 뭐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