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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폐교 마당에서

by 깜쌤 2009. 8. 19.

 

 제가 근무했던 학교 가운데 3군데의 학교가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제일 처음 근무했던 학교는 문화연구소로, 지금 찾아가는 이 곳은 한의원으로,

또 한곳은 청소년 수련장으로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80여명의 아이들이 있었던 곳이었지만......

 

 

 근무하시는 분의 양해를 얻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숙직실이었지요. 예전엔 돌아가며 숙직근무를 했었습니다.

 

 

 재래식 화장실......

 

 

 산이 제법 깊은 곳이어서 골짜기의 물이 참 맑았습니다.

 

 

 여자아이 넷, 남자아이 넷, 모두 여덟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2년간을 가르쳤습니다.

 

 

 여자아이 네명 가운데 두명은 나중에 지방의 명문학교인 ##여고에

진학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교무실 칠판들도 세월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아이들 재잘거리던 소리들로 메워졌던 복도에는 이제 고요만이 가득합니다.  

 

 

 이제 그 아이들도 모두 삼십대 초나 중반이 되었지 싶습니다.

 

 

 저 고개를 넘어가면 영덕 오십천의 최상류가 나타납니다.

 

 

 동네 이름들도 모두 새롭게 다가섭니다.

 

 

 친구를 만나려면 멀게는 십리 이상씩 걸어가야 했기에 동네에서 언니 동생들과 함께

맴돌 수밖에 없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중앙현관에는 공중전화기가 달려 있었습니다.

 

 

 화단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공간이 너무 크니 한의원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애를 먹지 싶습니다.

 

 몇년 전 이른 봄에 한번 와본 적이 있었습니다.

2006년 3월 11일......

 

 

 그게 벌써 삼년반 전이네요.

 

 

 2년간 함께 했던, 맑은 눈빛을 가진 여덟명의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삼십대 중반의 젊은 날이 그립기도 합니다.

 

 

 별관 건물은 살림집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반년간은 저 사택에서 어설픈 솜씨로 밥을 끓여 먹으며 살았습니다.

혼자서 말이죠.....

 

 

 담쟁이가 벽을 덮어 나가듯이 이젠 소중한 추억조차도 세월의 나이테 속으로

하나씩 묻혀져 가고 잊혀져 갑니다.

 

 

 내가 죽고나면 나와 관련된 모든 것 또한 잊혀지겠지요.

 

 

 모든 것이 석고화되어 딱딱하게 굳어지다가 종내엔 사그라 들 것입니다.

 

 

 세월 속으로 말이죠......

 

 

 나는 발걸음을 옮기기가 두려웠습니다. 여기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습니다.

 

 

낡아가는 교문을 나서는 마음은 그저 무겁기만 했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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