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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스승의 날? 스승의 날이라고?

by 깜쌤 2009. 5. 15.

 

 

 3월부터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요즘 내가 왜 이러는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제 아침엔 아내가 한마디 합디다.

 

"당신은 내가 죽어도 모르고 밖의 일을 한다고 나돌아다닐 사람같아요"

 

 

 

나는 올해로서 6학년 담임을 25번째 맡고 있습니다. 제 개인 인생 목표가운데 하나가 달성되는 것이죠.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를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너무 강합니다.

 

 

 

 

 수업은 많지, 일은 힘들지, 아이들은 거칠지, 학부모 항의는 줄기차게 이어지지, 문제아라도 몇명 끼어들면 경찰서 출입도 자주해야하고 마음고생도 수없이 해야하니 맡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다른 분들도 다 그렇겠지만 나는 출근하면 퇴근할때까지 정신없이 일하는 축에 들어갑니다. 다행히 학교에서 맡은 업무가 다른 선생님들에 비하면 조금 적은 편에 들어가지만 아이들이 제출한 수없이 많은 과제물과 보고서, 학습결과물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분석해보고 수업준비를 하노라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정신을 못차릴 지경입니다.

 

 

 

수업공개는 얼마나 많이 해보았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교직생활 7년차때부터 당시의 문교부 지정 시범학교에서 대표공개수업을 한것부터 치면 헤아릴수조차 없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수업공개같은 것은 겁도 안내고 살았습니다.

  

 

 

 오늘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만 나는 학년초부터 꽃 한송이도 받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해두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한지가 거의 20년은 되었을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모든 선생이 촌지를 밝히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매도를 합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요즘 그렇게 많이 가져다 준다는 두둑한 촌지를 한번 받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언론기사들을 보면 쳐들어가서 불이라도 지르고 싶어지는 심정이 될때가 있었습니다. 표현이 너무 과했나요?

 

  

 

 나는 31년간의 교직생활을 하면서 최근 한 이십여년간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스승의 날 기념식에도 거의 나가지 않았습니다. 낯이 간지럽기 때문입니다. 스승의 날에는 선생들이 대접을 받는 날이라기 보다는 모든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이 진심으로 멋지게 아이들을 잘 가르쳐 보는 날이라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어쨌거나간에 그런 식으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는 말입니다. 얼마전부터 스승의 날에는 오전 수업만 하거나 쉬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나는 오늘 같은 날도 거의 6교시 수업을 다했습니다. 더 열심히 가르쳐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르친 우리반 아이들은 거의 불평을 토해내지 않았습니다. 제가 평소에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철없던 젊은 날에 스승의 날을 은근히 기다렸으며 선물과 촌지를 받은 사실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집 딸 아이도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만 항상 옳곧은 처신을 바르게 하라고 만날 때마다 이야기를 해줍니다. 몇년 전에는 중3담임을 하면서 아이들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입학원서를 다 써주고 난 뒤에 어떤 분이 감사의 뜻으로 작은 화장품 세트를 가지고 오셨는데 받아도 되느냐고 물어오더군요.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그 분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라면 받아도 좋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경험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풀빵장수를 하시는 분이 스승의 날 오후에 풀빵을 종이봉투에 싸가지고 학교에 찾아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풀빵을 아주 기쁜 마음으로 고맙게 여기면서 받았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려가며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오늘도 나는 6교시 수업을 다할 생각으로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4교시를 하는 것으로 처음부터 교육과정 계획을 세워 시행하는 것이지만 나는 기어이 정규교과 시간을 다 채운뒤에 아이들을 보내주었습니다.

 

 

 나는 해마다 과로로 인해 고통을 받습니다. 학교일뿐만 아니라 다른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선생으로 살았으니 학교에서 쓰러져 죽는것을 영광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초일류 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승진을 해서 교감이나 교장같은 관리자가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정말 잘 가르친다는 소리를 듣는 교사가 되는 것이 제 목표이기도 합니다.

 

 

 나는 올해로서 18년째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말로 다루고 있는 중입니다. 자랑 같습니다만 제가 근무했거나 근무하는 학교의 아이들은 저만 보면 한결같이 고분고분해졌습니다. 한때는 6학년 학생들 480명 정도를 손과 호르라기 신호만으로 통제를 하고 마음대로 다뤄 보기도 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물어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사실들이 궁금하시다면 제 블로그의 왼쪽 카테고리 중에서 제일 위쪽 두개를 클릭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동료교사 선생님들은 제가 협박과 억압으로 아이들을 다스리는 것으로 오해를 하시기도 했습니다. 우리반 아이들은 거의 매시간마다 웃음꽃을 피워댑니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일부 언론과 관계기관이 벌이는 "선생때리기"를 이제 그만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존경? 안받아도 좋습니다. 보상? 없어도 좋습니다. 학부모의 신뢰? 없어도 좋습니다. 제발 좀 가만 놓아두시지요.

 

"공교육 붕괴"가 어떻다거니 "우수교사 선발"이 어쩌고 저쩌고.......  이젠 코웃음만 나옵니다. 나는 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것이지 관계기관의 보상과 상찬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믿을 정도로 순진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배낭여행으로 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자가용  승용차조차 가지지 않고 뼈빠지게 절약한 돈으로 눈을 넓히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한개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부 선진국의 몇몇 나라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을 비교해보며 속으로 뼈아픈 눈물을 수없이 흘렸습니다. 내자신이 너무 부족한 선생이었다는 사실을 자각해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국민이 내어주신 세금덕으로 나같은 부족한 선생이 이 정도라도 먹고살며 돌아다닌다싶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초절약생활을 하며 돌아다녔습니다.

 

 

 30년 이상의 교직생활을 통해 얻은 것은 이젠 아무 것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관료들의 횡포와 일부 언론들의 보도행태를 보며 남은 것은 절망감 뿐이었습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제는 더 좋은 선생이 되기 위한 내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 뿐입니다.

   

 

젊음과 청춘을 교단에 바친 내 삶이 이웃과 자식들에게 그리 자랑스럽게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깜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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