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 역사가 담긴 언덕을 훑어볼까?
원래 검었던 살갗이 조금 더 탄들 어떠랴?
까마득한 날 흐른 뒤에 무덤 뒤져 흔적찾으러 나설
후손들이 미리부터 그리워지겠다.
흘러버린 날들 묻어버린 동산 위에 나무들이 자라나 세월을 덮었다.
먼 산들은 역사를 내려다보고서도 입을 다물었다.
부용은 조금만 더 햇볕 쪼이면 얼굴만한 큰 꽃 곧 피우겠다.
세월 머금은 무덤 위에 과거일이 나뒹굴어도
알사람이 없겠다.
원래 평지였던 곳에 하나씩 산을 만든 사람들이 궁금하다.
새 산을 만들고 싶었을까?
아님 초원을 그렸을까?
뒤에 두고온 엄마가 그리웠을까?
하나는 너무 외로워보였을지도 모른다.
아득히 흘러버린 세월은 미끄럼타듯 사라졌다.
구름들은 언덕을 그냥 그렇게 마구 넘나들었다.
새들도 넘어 다녔다.
아이들도 마구 넘나들며 놀았지만,
가슴에 부모 묻은 사람들은 그리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부지런히 왔다가느라고 이젠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되었다.
무덤은 그냥 언덕으로 산으로 남았다.
동네 아이들 놀이터가 되었다가,
까치들 모여드는 운동장도 되었다가,
한번씩은 길 잘못든 다람쥐도 와서 놀았다.
말달리던 시절을 그리워하던 사람들은 초원인양 달려보기도 했다.
오르고 내리며 마구 달리던 아이들은 이제 모두 내닫기를 멈춘지 오래다.
하늘로 마구마구 치솟아 오르던 여름날 뭉게구름조차도
이젠 보기조차 어려운 수상한 시절이 되었다.
요즘은 마른 천둥이 울리기만 한다.
모두 다 말갛게 다시 터닦고
새역사를 써도 좋겠다.
언덕들은 인생길 굽이마냥 남았다.
하고 나서도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는 바보처럼,
나처럼 그렇게 얕은 산만 남았다.
(사진속에서 언덕처럼 보이는 것들은
경주 시가지 속에 자리잡은 고분들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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