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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어디로 가야해?

by 깜쌤 2009. 6. 22.

 

제가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의 보도 블록에는 얼마전부터 하얀 페인트같은 것이 묻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페인트라고 생각을 했지만 머리 위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도시에 사는 매 종류의 배설물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위를 올려다 본 나는 매들이 간판과 빌딩벽 사이에 집을 지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쟤들 팔자가 참 고단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언제 인간들로부터 강제퇴거선고를 받을 것인지를 따져보고는 괜히 서글퍼졌습니다.

 

저 녀석들은 틀림없이 인간들의 허락없이 집을 지었을 것입니다. 내가 사진을 찍던 날은 분명히 매가 둥지에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녀석들은 다가올 자기들 둥지의 운명도 모른 채 꽥꽥 소리를 치며 서로를 희롱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그들의 집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매들이 스스로 이사를 갔는지 아니면 강제철거를 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들이 이사를 가도 둥지는 남아야 하는 것이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으니 강제로 철거를 당한 것임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새 어미 매가 새끼를 치고 길러서 함께 날아갔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길바닥에는 그들이 한때 저 위에 살았다는 흔적만 남았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너무 매몰찬 것인지 그들이 인간을 너무 믿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사람들을 너무 좋게 생각한 것인지 도저히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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