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9 일본-서부 일본(完)

히카리를 기다리며

by 깜쌤 2009. 5. 28.

 

 택시기사에게 주소를 적은 종이를 보여주니 두말없이 운전하기 시작했다. 캄캄한 밤중인데다가 말도 안통하는 낯선 외국인이니 목적지까지 빙빙 돌아가서 터무니없는 요금을 요구해도 되련만 일본에서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내가 봐도 지름길임이 분명한 길을 택해서 그는 참하게 운전했고 우리는 기본요금 정도만 내고 내렸던 것이다. 택시에서 내려보니 바로 앞에 포빠이 인터넷방이 있었다.잘 아시다시피 일본의 택시는 모두 자동문이다. 운전기사가 문을 열고 닫는다는 뜻이다. 배낭을 매고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알아보니 밤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올린 사진들은 모두 그 다음 날 아침에 찍은 것임을 알아주기 바란다.

 

 잘 생각해보니 점심과 저녁을 안먹은 것 같다. 밤 10시가 넘었지만 무엇이라도 먹어야했다. 그래서 다시 오겠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밖으로 나왔다. 눈을 들어 부근을 찬찬히 살펴보니 부근에 요시노야(吉野家)의 간판이 보였다. 너무나 유명한 일본 덮밥집이다. 덮밥 한그릇으로 저녁 허기를 달랜 우리들은 다시 피시방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카운터에 근무하던 청년 직원은 일본인 특유의 친절성을 발휘하여 낮은 목소리로 찬찬히 요금에 관해 설명했다. 영어는 어설펐으니 진정성이 묻어 났다. 직원은 우리에게 회원가입을 권했는데 할인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회원으로 가입해서 회원카드를 만들었다.  

 

나중에 보니 5시간 사용에 1600엔을 기본요금을 깔고 추가사용료 480엔을 합해서 합계 2080엔을 내야하지만 할인을 받아 1780엔만 내고 나올 수 있었다. 이 정도 요금 같으면 싼 호텔비의 반값으로 하루밤 숙박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 뒤 우리는 방을 배정받았다. 넓직한 피시방은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거기는 금연구역이었던 것 같다. 개인이 들어가는 칸막이 쳐진 방은 반의 반평 정도 될까?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나는 아까 뒤로 누울 수 있는 의자를 원했는데 들어가서 보니 정말 고급스런 의자가 놓여있었다. 뒤로 누울 수 있게 되어 있었고 큰배낭과 작은 배낭을 놓아둘 공간도 충분했다.

 

컴퓨터 모니터는 14인치 크기의 구닥다리 모델 낡은 것이었다. 우리나라 인터넷 포털 사이트도 연결이 되었지만 글씨가 작아 읽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지금 인터넷을 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하룻밤 눈을 붙이는게 목적이니 까짓것 속도가 늦으면 어떻고 모니터가 작다고 해서 무슨 대수랴?

 

피시방 안에는 샤워시설까지 갖추어 두었다. 떠드는 사람도 없으니 하룻밤 보내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역시 일본이라는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각종 음료수도 기본이었기에 늦은 밤이었지만 커피 한잔까지 뽑아 마셨다. 싸구려가 아닌 고급으로 말이다.

 

 

이런 피시방을 찾지 못했다면 그냥 노숙을 할뻔했다. 시모노세키 기차역 파출소에 근무하시는 친절한 일본 경찰관이 이 글을 볼리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도와주신 그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일본사람이라면 무조건 쪽바리로 매도하는 분들이 이런 표현을 본다면 기분 나쁘겠지만 '공적(公的)인 일은 공적인 일이고 사(私)는 사'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싶다.    

 

 

 

눈을 뜨니 새벽 5시가 넘었다. 그렇게라도 하룻밤을 새우고 나니 조금 낫다. 다시 세수를 하고 짐을 챙기고 출발준비를 한 우리들은 7시가 넘어서 아침을 먹기 위해 배낭을 매고 나섰다. 어제 밤에 갔던 요시노야에 다시 갔다. 제일 적은 돈으로 가장 배부르게 먹고 싶다면 단연 요시노야같은 덮밥집으로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덮밥집은 큰 대로변에 자리잡고 있다. 역부근이나 버스 터미널 부근 같은 곳을 뒤지면 나올 것이다. 다니다가 눈에 띄면 슬그머니 들어가서 한끼 떼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표시된 가격에 당시의 환율을 곱해보면 우리돈 계산이 나올 것이다. 나는 돼지고기 덮밥을 시켰다. 제일 헐한 것으로 시켰지만 그래도 우리 돈으로 치면 5000원 가량이다. 환율이 14대 1정도였으니까......  일본에서 이 정도로 한끼를 떼울 수 있다는 것은 행운에 속하는 일로 보고 싶다. 

 

 

 좌석 부근 탁자에 보면 후추가루나 생강절임같은 것이 있으므로 개인 입맛에 맞게 간을 하거나 덜어와서 먹으면 된다. 

 

 

 일본 음식에서 달걀을 옥자(玉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침을 먹고나니 살 것 같았다. 이제는 이동해야 한다. 오늘 우리의 목표는 오카야마이다. 간사이 지방의 대표적인 도시라면 아무래도 오카야마나 히로시마, 오사카, 혹은 교토 같은 도시가 아닐까 싶다.

 

 어제 밤에 택시를 타고 왔으므로 역의 위치는 대강 짐작이 된다. 우리는 기차역이 있는 방향을 찍어두고 걸어가기로 했다.   

 

 

 실제 걸어보니 어제 밤 택시기사는 두 지점사이의 최단거리를 이용하여 운행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생활쓰레기를 모아둔 모습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보도 블럭에 깔아둔 시설은 아주 단정하게 이어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비슷한 시설물과는 너무 차이가 났다.

 

 

 미츠비시 자동차 회사의 딜러망 가운데 하나일까? 그런데 갑자기 왠 벤츠?

 

 우리는 기차역을 향해 부지런히 걷기만 했다. 규칙을 지키는 국민이 가득한 나라, 원칙을 지키는 공무원이 그득한 정부!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일류가 되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한 것 아니던가?

 

 

 어지간한 곳에는 잉어모양의 깃발과 걸개들이 가득했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르겠다.

 

 

 도시를 흐르는 작은 도랑에도 물고기들이 보였다.

 

 

 하치부 역에서 나는 이를 닦았다. 변소라는 말을 쓰는 곳이 아직도 있는가 싶었다.

 

 

 우리는 신야마구치로 갔다. 거기서 신칸센 열차표를 사서 오카야마로 이동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이다. 우리는 내년 2010년 1월 1일부터 우측통행으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야마구치 역에서 오카야마로 가는 차표를 샀다. 신칸센 기차 요금이 자그마치 8190엔이다. 우리돈으로 치면 약 11만 5천원인 셈이다. 이런 실정이니 일본 배낭여행에서 차지하는 교통비는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철도패스를 구입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일이 된다.

 

매표소 천장 한구석에 무엇이 보이는가?

 

 

 제비집이다. 현대화된 기차역 속에 자리잡은 제비집이라니...... 녀석들은 역건물을 들락거리며 부지런히 집을 손보고 있었다. 제비라......  

 

 

 신야마구치 역에서 신칸센을 운행하는 고속열차를 기다렸다.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일본의 신칸센을 드디어 오늘 사용해보는 것이다.

 

 

 신오사카로 가는 히카리(光)열차가 8시 41분에 출발한단다. 히카리! 히카리라.....

 

그렇다. 이제는 죽고 없는 전설적인 주먹 시라소니 이성순씨에게 얽힌 일화에 히카리가 등장한다. 부산을 출발하여 만주국봉천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가던 시라소니가 신의주 부근에서 일본 경찰의 검문을 피해 뛰어내렸다는 기차가 히카리였던 것이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09 일본-서부 일본(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카야마 시장   (0) 2009.05.31
신칸센을 달리는 열차를 타다  (0) 2009.05.29
PC방에서 날밤새기  (0) 2009.05.26
츠와노 3  (0) 2009.05.25
츠와노 2  (0) 2009.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