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여자들은 어지간하면 자전거를 탈줄 알았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이나 여자들보다 확실히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도시의 초등학교에서는 자전거 등교를 금지하고 있는 곳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통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란다. 하지만 그게 과연 옳바른 교육방향일까? 나는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꾸중하지는 않는다. 타기를 권장하되 안전수칙을 지키도록 강조하는 편이다.
언제까지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 식의 교육을 계속할지는 모르겠다. 웃기는 일이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함부로 남을 매도할 생각은 없지만 누가 봐도 틀린 방향으로 가는 것은 틀렸다고 해야할 것 아닌가?
일본식 찻집인 모양이다. 화풍(和風)이라고 해두었기 때문이다. 화(和)를 일본인들은 '와'비슷하게 소리를 낸다. 일본들은 화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남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기술이나 인간관계 같은 모든 규범은 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규범이 살아있기에 남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독특한 문화가 발생한 것 아닐까? 우리는 자기 이익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느낌이 들때가 많다. 확실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그들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비교되는 사람들이다.
일본인들의 청결은 유명하다. 내가 보기에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축에 드는 그런 수준이 아닐까 싶다.
거리를 아무리 살펴봐도 정말 신기한 것은 도로에 불법주차한 차량들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과 우리와의 자동차문화는 이런데서 차이가 난다.
어지간한 공간을 모두 소형 주차장으로 쓰는 것 같다. 간판도 어딜가나 모두 단정해서 시각공해가 생기지 않았다.
대나무를 잘라서 만든 화분이 아주 독특했다. 도로의 보도 블럭만 해도 싸구려 제품으로 엉성하게 만들어 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공사비는 높게 책정해두고 물건은 싸구려를 쓴 뒤 그 차액을 빼돌리는 식의 공사는 하지 않는 모양이다.
얼핏 둘러본 츠와노를 마냥 칭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는 들어가보지 못했다.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내 의식의 저변에 깔려있는 왜식 문화에 관한 거부감도 상당히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온 나는 어느 역까지 가는 기차표를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츠와노 숙박시설이 만원이라면 인근 도시까지 나가야 하는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가지다. 첫째는 야마구치로 가는 것이고 둘째는 신야마구치로 가는 것이며 세째는 시모노세키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럴때 선택을 잘해야하고 판단을 잘해야 한다. 나는 신야마구치까지 가기로 했다 . 거기라면 어쩌면 호텔을 구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큰 도시이니까....... 야마구치 역에 내릴까 말까 하다가 결국은 신야마구치 역까지 가보기로 했다.
기차 역에 도착해서 역부근 호텔을 모조리 다 뒤졌지만 대답은 만원이라는 말밖에 없었다. 츠와노에서 방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신야마구치에서 머무르는 것은 당연하다. 야마구치에 내렸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대안은 시모노세키로 가는 것이다. 다음 행선지인 오카야마나 히로시마까지 가도 되지만 기차타는 시간이 짧으므로 열차안에서 잠을 못자는 것이다. 목적지에는 밤중에 도착해도 여관을 구해야하니 상황은 마찬가지가 된다. 결국 우리가 택한 방법은 다시 시모노세키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시모노세키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었다. 하지만 여기 상황도 다를바가 없다. 시모노세키에는 마츠리 행사가 벌어지는 중이니 더욱 더 방이 없었다. 바다 건너 세키시모노세키도 똑 같다. 난감하게 생겼다. 이제 마지막 수단은 노숙을 하는 것 뿐이다.
시모노세키 역에 가서 기차시간표를 아무리 훑어봐도 뾰족한 수가 없다. 결국 역 속에 있는 파출소를 찾아가서 혼자 근무하던 경찰에게 도움을 청했다. 여차하면 파출소 안에서 잠을 자는 것을 생각했기에 이야기를 해보았더니 그것은 곤란하단다. 기차역 대합실은 새벽 3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니 대합실에서 버티는 것도 문제가 된다.
혼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친절한 경찰관과는 간단한 영어단어가 통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PC방을 떠올렸다. 일본의 PC방에서는 잠을 잘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말이오, 이 부근에 PC방은 없소?"
"알아봐 드리리다."
그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더니 "올 나이트? 노 스모킹?"이라고 물어온다.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되도 되는 모양이다. 그는 주소를 적어주었다. 기차를 타고 다음 기차역인 하타부로 가서 택시를 타란다. 결국 우리는 9시 57분발 기차를 타고 가게 된 것이다.
워낙 하는 일이 잘되는 우리들인지라 기차 안에서 큐슈 동아대학을 나온 청년을 만났다. 그는 우리말을 조금 할 줄 알았다. 경찰관이 적어준 메모지를 보더니 주소를 읽어준다. 택시를 타는게 낫다는 것이다. 회사원인 그는 자기집에 초대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타부에서 내린 우리는 역앞에서 대기중인 택시를 탔는데......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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