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에는 성이 있단다. 그래서 가보는 것이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런 곳에 있는 성은 수비시설이니까. 호젓한 산길 가로는 붓꽃 종류가 피었는데 꽃에서는 귀품이 넘쳤다. 저번 글에서 소개한 꽃이다.
이 꽃 말이다.
마을 아래에서 산으로 오르는 리프트가 운행되고 있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걸어올라간다는 셍각을 하고 있었으므로 걸어가는 것이지만 중간에서 이렇게 리프트 시설과 마주 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꼭대기에 올라가서 보니까 이제 마을의 전체 윤곽이 환하게 드러난다. 마을 한가운데 강이 가로지르고 있는데 강 왼쪽에 중요한 유적지들이 몰려있다. 사진의 왼쪽 끝부분에 츠와노 기차역이 자리잡고 있다.
확실히 여긴 산골이다. 그런데도 유명해진 이유는 깨끗한 환경과 박물관과 미술관들 때문이다.
우리가 걸어 올라온 신사 주차장이 저 아래에 보였다.
신사 주차장에서부터 걸어 올라온 것이다. 배낭여행을 다닐 때 나는 어떤 마을에 가든지 간에 시간이 나면 산에 올라가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래야만 지형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형을 파악하면 도시 성격이 드러나는 법이기에.....
나는 처음에 맞은 편 산 중턱에 거대한 신사가 또하나 자리잡은 것으로 생각했다. 올라와서 살펴보니 고속도로 가운데 있는 상징물 같았다. 붉은 색 도리이가 보이는가?
유럽의 작은 마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통일된 지붕 색깔과 아기자기한 집들..... 깨끗한 자연과 단정하게 가꾼 환경....
본격적인 성채는 여기에서 다시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시간 때문에 그냥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하산하기로 했다. 고급 카메라를 가진 분들이 촬영장비를 꺼내 펼치기 시작했다.
아래로 지나가는 증기기관차를 찍으려는가 보다. 위에 올라와서 아래 경치를 보니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사실이다. 증기관차와 객차의 색깔이 원색으로 칠해져 화려하다면 사진이 기가 막히게 나올 것 같다.
마을 뒤쪽으로 철길이 나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내려오던 중 산길에서 기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기차소리를 들었다. 철길이 보이는 지점까지 왔을 때 이미 기차는 지나간 뒤였고 증기기관차에서 뿜어올린 연기 자욱이 하늘로 솟아올라 흩어지고 있었다.
아까 신사에 오르기 전에 잠시 쉬었던 곳에 와서 피곤에 절어버린 내 다리를 잠시 쉬게 했다. 이젠 슬슬 기차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말이다, 오늘 밤을 어디서 어떻게 지샐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최악의 경우는 노숙을 해도 되지만 장소 선정이 문제다. 그리고 아직은 5월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7,8월이면 괜찮은데 5월이면 아침 기온이 찰 수도 있다. 우리는 피끓는 청춘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노숙으로 인해 몸이 탈나면 여행 자체를 망쳐버리게 되는 것이다.
시내로 끓어들인 도랑에는 잉어들이 바글거렸다.
도랑에 비단잉어들이 노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경주에도 이렇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현재로서는 반월성 앞을 흐르는 작은 개울에 물을 더 풍부하게 공급해서 흐르게 하고 잉어들이 살도록 해주면 더 나은 구경거리 하나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시내를 흐르는 물은 한없이 맑고 깨끗했다. 하수도 관은 따로 묻었음이 틀림없다. 하수종말처리장이 따로 있는것일까? 아니면 이 사람들은 극도로 조심해서 생활오수 자체를 적게 만들어내는 것일까?
일본인들의 의식구조는 우리와 다르다. 다른 점은 확실히 인정을 한다. 우리도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옥수수를 매달아 놓은 모습조차 깜찍스럽다.
여긴 술집 같은데..... 좁은 공간을 어떻게라도 이용해서 아름답게 꾸미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나라 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은 간판모습과 크기와 위치일 것이다. 간판이 단정하니 거리 자체가 깔끔하게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깨끗하면 사람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에 찬성하지 않는다. 깨끗한 환경에서 정갈하게 사는 것이 도리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집앞을 흐르는 도랑에 우글거리는 잉어들! 이런 것이 츠와노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옛 건물들을 잘 활용하여 별별 시설들을 다 만들어 두었다. 빌딩이 올라가고 고층 아파트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 개발의 표준적인 모습일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치솟아 오른 빌딩이나 아파트들은 이제 전세계 어디에서나 다 볼수 있는 모습이다. 나도 외국에 나갔을때 그런 모습을 보고 감탄하지는 않는다. 인간적인 체취가 담긴 모습과 그 나라의 전통이 담긴 인정미 넘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전통을 살려 잘 가꾸어 둔 츠와노와 유후인같은 마을에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경주의 발전 방향 모델을 생각해보았다. 나중에 나는 또하나의 장기발전 견본을 만나게 된다. 그 도시는 따로 자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이 기게에서는 과자 만드는 모습을 작접 공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보면서 사고 있었다.
일본의 마을들은 요란스럽지 않다. 차분함과 단정함이 특징같다.
중화요리집이었지만 들어가서 먹을 생각을 못했다. 시간에 쫒겼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역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런 집은 확실히 주점같다. 상징물이 붙어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집이 아주 오래된 것 같았다. 우리같으면 벌써 헐어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집이나 모두 입구에는 화분으로 장식을 했다.
기차역에 도착해보니 오전에 안내시설로 쓰던 천막을 단정하게 접어 두었다. 나는 이런 모습에서 왜인들의 철저한 준비성을 느껴본다.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가 역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자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기차 출발 시간을 착각했었기에 한 30여분간의 여유가 생겼다.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해서 역 부근을 돌아보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 시간을 죽이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역 마당 옆엔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기차역이 마을의 끝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증기관차 옆에서 나는 멋진 디자인의 미니카 한대를 만났다.
일본 제품이다. 2인승이고.....
깜찍했다.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야마구치선(山口線)에서는 아직도 남아있는 구시대 철도 유물을 몇가지 볼 수 있었다. 이 신호등만 해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츠와노 기차역은 전통을 살려 깔끔하게 새로 지은 것 같다. 신구의 조화가 멋진 곳이 츠와노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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