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천히 경회루 옆을 지나갑니다. 이 담장들은 일제강점기에 철거되었다가 최근들어 복원되었다고 합니다.
역시 물이 있어야 풍경이 돋보입니다.
배도 한척 띄워둔 것이 보이네요. 중국 북경 이화원에 있는 돌로 만든 배 석주(石舟)가 생각났습니다.
다시 근정전과 경회루를 묶어서 쳐다봅니다.
담장에 붙어 있다시피한 저 건물은 이승만 대통령이 경회루가 있는 이 연못에서 낚시를 즐기기 위해서 만들었다는데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가 걸어 들어온 길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청와대가 있는 북악산 밑은 짙은 파릇파릇한 신록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조금 당겨서 찍어보았습니다. 산봉우리에 점점히 박힌 듯이 자리잡은 화강암 바위들이 운치를 한껏 살려줍니다.
담장을 따라심은 소나무들은 한눈에 보아도 기품있게 생겼습니다.
역시 우리나라 소나무들이 힘있게 보입니다. 터키나 이탈리아 소나무들과는 모습 자체가 다른 것 같습니다.
나는 태원전 쪽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이 녀석 까치는 겁도 없이 제일 멋진 곳을 돌아다니며 사는 존재인것 같습니다.
경복궁과 청와대를 마구 돌아다니는 녀석 아닙니까?
태원전이 있는 곳으로는 사람들 발길이 뜸한 것 같습니다.
어디서 저런 소나무들만 골라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늘로 시원스레 치솟은 모습들이 너무 멋있습니다.
이제 태원전에 거의 다 왔습니다.
이 부근 건물들은 제사의식 같은 그런 것들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원래의 태원전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초상화를 모셔놓았던 건물이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빈전(殯殿) 혼전(魂殿) 영전(靈殿)같은 용도로 쓰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빈전이라 함은 왕실에 돌아가신 분이 계실때 관을 모셔두는 건물이라는 뜻입니다.
혼전은 위패를 모셔두는 곳이지요.
그런 것을 알고 보면 이 건물들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딘가 고요하고 차분한 느낌이 드는 건물들입니다.
그러니 건물들 하나하나가 단정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저 담장 너머가 아마 청와대 영역 같습니다.
단청 색깔도 단정한 느낌이 들도록 했습니다.
태원전을 나온 나는 향원정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숲이 좀 더 울창했으면 좋겠습니다.
청와대 경호업무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궁궐의 정원치고는 빈약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일본의 다이묘오(大名)들이 만든 정원들도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을진대......
나는 이런 사실을 기초로 해서 조선의 국력을 짐작해 봅니다.
어떤 연구기록에 의하면 고종황제의 생활모습이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 중상류층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반 백성들의 수준은 어떠했는지 짐작이 됩니다.
경복궁을 중수하고 나라 재정이 파탄날 정도였다면 알아볼만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마음이 착잡해진 나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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