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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이치로(275) 군(君)에게

by 깜쌤 2009. 3. 25.

 

 

 

275군!

세계적 스포츠스타인 그대를 군(君)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속상해할 그런 밴댕이 속을 가지지는 않았다고 보네.

 

 

그대가 코쟁이들 사이에서 방망이 하나로 세운 엄청난 기록들을 폄하할 뜻은 조금도 없으며, 그대가 일본인이라고 해서 시기심을 가지고 속좁은 소리를 하고 싶은 생각은 더구나 없다네.

 

 

 사나이로 태어나 큰 뜻을 품고 섬나라보다 더 큰 곳으로 건너가서 무엇인가를 보여준 그대의 기개를 높이 평가하고 싶네.

 

 

 하지만 말일세, 자네의 몇가지 신중하지 못한 행동과 발언으로 인해 속상해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알아주게나.

 

 

 자네가 기자들 앞에서 했다는 이른바 "30년 동안 일본을 따라오지 못하도록 해주겠다"는 발언의 기본뜻이 잘못 전해지고 의도적으로 잘못 번역되었다는 일각의 의견이 진실일지도 모르겠네. 나도 그게 오해라는 이야기에 무게중심의 추를 두고 싶다네.

 

  

 그대가 진정 사무라이 정신을 가진 세계적 스타라면, 속깊은데서 우러난 진정한 감정의 표출이었든 오해이었든 간에 그대들 선조와 몇몇 정치인들의 발언때문에 심기가 극도로 불편한 이웃나라 사람들의 감정도 한번쯤은 되새겨 볼 줄 알아야 하네.

 

 나는 자네가 한번 뒤돌아볼만한 가치도 없는 시시한 이웃나라의 소시민이긴 하지만 자네들 선배들이 속좁게 행동한 몇가지 치사한 사례들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네.

 

 

자네가 하리모토 이사오(張本勳)라는 분을 잘 안다고 들었네. 한국이름으로 장 훈(張 勳)이라는 분일세. 평생동안 3085개의 안타를 때려냈고 504개의 홈런을 쳤으며 1676타점에다가 생애통산 타율 3할1푼9리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긴 분 말일세.

 

거기다가 자네가 태어나기도 전인 1959년에 신인왕을 했고 수위타자 기록만 해도 7회나 차지했으니 요즘 맹활약을 하고 있는 자네가 봐도 그리 만만한 어른이 아니었다네.

 

그 분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3천안타의 대기록 수립을 눈앞에 두었을 때 요미우리 구단에서는 어떻게 처신했었던가? 일본인이 아닌 소위 조선인이 자기네들이 그토록 아끼는 명문 구단에서 대기록을 세우는 것을 고깝게 생각한 자네의 선배들이 결국 그 분을 다른 팀으로 옮기도록 은근히 압력을 넣지 않았던가?

 

결국 그 어른이 팀을 옮겨 롯데 오리온즈에서 대기록을 세우긴 했네만 기록의 사나이라고 일컬음을 받던 장훈을 대하는 당신들 일본인의 속좁아터짐을 보고 나는 정말 울분을 느꼈다네. 

 

감히 묻네만 설마 그런 속좁아터짐과 오만과 편견과 한국인에 대한 멸시하는 눈초리가 자네 몸속에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세계 제 2차대전 당시 그대의 조상이 귀축미영(鬼畜美英)이라고 그렇게 무시하던 미국인들이 자네의 활약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하던 그런 식으로 기록수립을 방해하던가?

 

미국에 살고있는 우리 교포들이 자네에게 '다꾸앙 냄새가 난다'고 일본 열도로 돌아가라고 외치던가? 아니면 '게다짝 소리가 시끄럽다고 돌아가라'고 하던가? 자네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가 된다는 사실 정도는 잘 알지 않겠는가?

 

 

 

천재 바둑기사로 소문났던 오청원(吳淸源)이 일본에 등장하여 세계최고라고 자만하던 일본고수들을 차례로 격파하자 그에 대한 자네 국민들의 처사는 어떠했었던가? 본인방명인전 도전권마져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나중에 그가 일본국적을 취득하고나자 대접을 달리했던 그대들 일본인들이 아니었던가? 

 

 

 

 나는 그대의 공을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는 사람이네. 그러니 자네도 이제는 한국인의 감정을 은근슬쩍 건드리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으면 싶네. 한국인이 쓴 글이어서 이 글 속에 반일감정이 스며있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네만 사실 말이지 자네도 어디엔가는 일본인이 아닌 다른 민족을 은근히 깔보는 듯한 언행을 하는 듯이 느껴지더구먼.

 

 

 그런 것은 자네 몫이니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겠네만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일본을 넘어서야 한다는 교육을 할때마다" 자네 이야기를 해나갈걸세. 세계제 2차대전 당시 자네들 왕이었던 히로히토가  나중에 영국을 방문했다가 엘리자베스 2세여왕에게 환영사를 통해 꾸중(?)을 들은 한마디를 나는 기억한다네.

 

"용서는 하되 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도 마찬가지라네. 자네들의 조상들이 우리들에게 해준 수많은 만행들을 용서는 해줄 수 있네만 잊지는 않을 것일세. 왜 그대가 그토록 자랑스러워 하는 그대 나라와 우리 사이에 민족감정이 생겨나는지, 그게 왜 사라지지 않고 자자손손 이어져 가는지를 가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걸세.

 

   

 그대의 성공과 건투를 비네. 이번 월드 클래식 베이스볼에서 보여준 자네의 활약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하네. 하지만 기억해두게. 우리는 남북으로 갈린 상황에서 남쪽 출신의 선수들만을 모아서 그런 정도의 게임을 했다는 것을 말일세. 마치 홋카이도와 시코쿠, 큐우슈우 출신 선수들은 다 제외하고 혼슈 출신 선수만으로 일본 대표팀을 구성했다는 식으로 이해하기 바란다네.

 

 

 앞으로 멋진 경쟁을 통해서 더욱 더 나은 시합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빈다네. 그리고 자네같은 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즐비하게 쏟아져나와 통쾌하게 설욕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네.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할 것이네. 앞으로 "275" 년간 일본이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모든 분야에서 우리 실력을 길러 세계 최고의 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일세.

 

 

깜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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