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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샤프란볼루 1 - 저택에서 자다

by 깜쌤 2008. 12. 8.

 

 샤프란볼루를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도시가 있다. 철강도시로 유명한 카라뷕이다. 철강도시라면 제일 먼저 녹이 생각나지 않는가? 여기도 그랬다. 벌겋게 녹슨 철구조물들과 산더미처럼 쌓인 철광석더미를 지나 터미널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샤프란볼루까지는 세르비스 버스가 운행된다. 우리는 세르비스 버스로 사용하는 작은 버스로 옮겨탔다.

 

샤프란볼루는 아름답다고 소문난 도시란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까 그렇게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이제 유네스코에 의해 문화유적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구시가인 차르시 구역으로 가야하는데 어디에서 버스를 타야하는지를 모르겠다.

 

세르비스(=서비스) 버스 운전기사는 우리에게 버스타는 장소를 그냥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었다. 버스 승강장 부근에서 노닥거리는 중학생 몇명에게 물어보았는데 말이 잘 안통했다.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 혜성처럼 나타난 예쁜 아가씨가 아주 유창한 영어로 안내를 해주었다. 

 

그러는데 마침 차르시 구역으로 가는 미니버스가 한대 도착했고 우리는 운좋게 올라탔으며 버스는 언덕을 슬금슬금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어떤 자그마한 광장에 우리를 토해내고 다시 제갈길을 가버린 것이었다.

 

 

 

 

샤프란볼루라는 도시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오스만 튀르크(=오스만 터키, 오토만 터키)시대의 집들이 가득한 차르시 구역과 우리가 방금 도착했던 근대화된 크란쿄이 구역, 그리고 여름철 농사를 위해 마련한 바으라르 구역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당연히 세계무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역인 차르시이다. 

 

차르시 광장에 도착하고 보니 한쪽 모퉁이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었다. 일단 배낭을 풀어두고 난 뒤 친절한 경찰의 안내를 받아가며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정보를 수집했다.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오스만 시대의 건물들은 광장 안쪽 마을에 있다는 것이다.

 

수재청년을 데리고 골목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드디어 한 집을 찾아들어갔는데 할머니 혼자서 계시는 것이 아닌가? 할머니의 안내를 받아 3층으로 올라가서 방을 구경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영어를 전혀 못했다. 그래도 의사소통은 할 수 있었다. 머리가잘 돌아가는 총각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네모로 방을 표시하고 사람을 둘 그린 뒤 "하우 머취?"하고 물어본 것이다. "하우 머취?"를 모르는 것 같아 이번에는 "리라(터키 돈의 단위)?" 하고 물었더니 간단히 대답이 돌아왔다. 아래 사진을 보기 바란다.

 

 

 

 

우리가 처음 본 방이다. 이런 방이 하루밤에 10리라이다. 그렇다면 일인당 5리라가 아니던가? 1리라를 천원으로 치면 5000원이라는 말이다. 이게 왠 횡재냐 싶었다. 유네스코에 의해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스만 시대의 화려한 건물이다. 어지간한 특급호텔보다 더 의미가 깊은 판시온(=펜션)이다. 할머니께 기다리라고 한 뒤 광장으로 나가서 우리 멤버들을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건너편 방을 보니 거기엔 텔레비전도 있고 욕실도 따로 있었다. 다시 교섭에 들어갔는데 할머니 상술도 보통이 넘었다. 방 두개를 쓰되 한방에 15리라씩 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3층을 우리가 전세낸 셈이다. 기꺼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오스만 시대에 지어진 저택 3층을 일인당 7.5리라씩 주고 묵게 된 것이었다. 여행다니며 살다가 이런 복을 다 만났다.

 

 

 

 

 P형님과 내가 좋은 방을 쓰기로 하고 총각 둘은 원래 처음보았던 방을 쓰기로 했다. 우리방엔 전용화장실과 샤워시설까지 있다. 바닥엔 전체가 카페트로 깔려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3층 저택중에서 우리가 묵는 3층의 구석구석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난간이 있는 곳이 3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이고  방석이 있는 곳은 일종의 실내 베란다라고 보면 된다. 어떤 집은 광으로 쓰기도 했던 모양이다.

 

 

 

 

 총각들이 묵는 방이다. 유리창문을 열고 덧문을 열면 동네가 한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창문쪽으로는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붙박이 긴 의자 겸 소파가 자리잡았다.

 

 

  

 천장 한구석에는 에어컨이 달려 있고......

 

 

 

 

 조명도 좋다.

 

 

 

 

 내가 자는 침대이다. 쿠션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깨끗했다. 창문을 열면 이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이 보인다.

 

 

 

 

 이쪽이 이 집의 백미에 해당한다. 동쪽으로 난 응접실인데 창문을 통해보면 마을이 환하게 보인다.

 

 

 

 

 우리는 여기에 앉아 식사도 하고 바깥 구경도 했다. 카펫과 방석을 잘 살피기 바란다. 고급이다.

 

 

 

 

 창문 바깥으로 펼쳐지는 경치이다. 멋있다. 차르시 구역은 골짜기 속에 들어있는 셈이다. 겨울이면 추위를 피하는 피한처(避寒處)로 그저 그만이겠다.

 

 

 

 

 앞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거의 다 오스만 튀르크 시대에 지어진 집인 것이다. 19세기에 지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왼쪽문으로 들어가면 총각들이 머무는 방이고 오른쪽에 서 있는 형님 바로 뒤에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들이 머무르는 방이 된다. 가운데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면 공용화장실이다. 우리방에는 화장실이 또 따로 있는 것이다. 의자들이 놓여있는 곳이 중앙거실이고..... 거실의 왼쪽과 오른쪽도 방이다. 그러니 3층에만 해도 방이 모두 4개인데 방문들은 한결같이 중앙거실로 열리도록 되어 있다.

 

 

 

 

 의자와 카펫을 살펴보기 바란다. 샤프란볼루 전성기 때의 영화로움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거실 벽면에 그려진 그림은 또 어떤가? 화려하고 아름답고 우아하다.

 

 

 

 

 오늘 우리들은 완전히 횡재했다. 원래 우리들은 하는 일이 너무 잘되는 팀인 것이다.

 

 

 

 

 중앙거실겸 응접실 창문위의 장식이다.

 

 

 

 

 실내장식이 결코 싸구려가 아니다. 텔레비전은 터키 회사 제품인 것 같았다.

 

 

 

 

 공용욕실 속은 현대식으로 아주 깔끔하게 개조해 두었다.

 

 

 

 

 아무리 보아도 신기하다.

 

 

 

 

 화장실에서 본 중앙거실이다.

 

 

 

 

 어떤가?

 

 

 

 

 우리가 머물게 된 판시욘(=펜션)의 이름표이다. 판시욘 나미 우스타 코나으 정도로 소리가 날 것이다.  전화번호도 보이지 않은가? 만약 샤프란볼루로 가실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이런 구시대 저택에 괸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처음부터 포기하는게 낫고.....

 

 

 

 

 시내구경을 위해 작은 배낭을 매고 나가면서 주인 할머니를 촬영했다.

 

 

 

 

 친절하고 온화했다.

 

 

 

 골목 끝에 자리잡은 할머니 댁의 입구 모습이다.

 

 

 

 

 골목 군데군데 자리잡은 옛날 집들은 거의 모두가 펜션으로 쓰이고 있었다.

 

 

 

 

 대단하지 않은가?

 

 

 

 

 요 귀여운 꼬마 아가씨들은 무엇을 속삭이고 있는 것일까? 골목 분위기가 정겹기만 했다.

 

 

 

 

 아마도 동네 목욕탕 건물일 것이다. 골목에는 별별 건물들이 다 있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