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열두시에 도착했다. 우린 저 배를 타고 돌아나갈 것이다.
그 동안 잠시 기념품 가게에 들러보기로 했다.
수평선을 아득하기만 했고 하늘도 까마득하게 높기만 했다.
아르메니아 교회여, 안녕~~ 정식 이름은 악다마르 킬리세시이다.
여기도 이제 떠나가면 언제 다시 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돌속에 박혀 언제까지나 살아 계실 분들도 모두 잘 계시기 바란다.
기념품 가게 물건들은 조잡해서 크게 살만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한적한 분위기 하나는 너무 좋았다.
우리는 다시 배를 타기 위해서 내려가야 했다.
덥다. 정말이지 따끈할 정도로 더웠다.
한쪽에서 수영하던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배를 보고 몰려왔다. 배가 출발하자 다시 기분을 내기 시작한 그들은 양주병을 꺼내더니 한잔 가득히 술을 담아 돌리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도 권해왔다. 형님이 조금 마신 것 외에 우리 팀은 모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이니 마실 일이 없다. 나에게도 권해왔는데 몇번 사양하자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우리 옆에는 히잡을 쓴 터키 아줌마와 남편 그렇게 부부가 탔는데 그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신실한 무슬림들이라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 물론 그들은 마시지 않았다. 어느 정도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한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전통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약간은 구슬픈 것 같았다. 명랑하고 쾌활한 그들은 노는 것도 스스럼 없이 잘들 놀았다. 한사람이 매기면 다같이 받는 그런 그런 노래도 불렀고......
선착장에 도착하자 그들은 타고온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점검하더니만 다시 도로 건너편 음식점으로 무리를 지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가 보고 있는 가운데 영어를 유창하게 쓰는 사람들이 검은 색 오토바이를 타고 떼거리로 몰려 들었다. 오토바이로 터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같았다.
그러다가 우리는 한국인 아가씨 두명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 아가씨들의 옷차림과 행동거지를 보고는 적잖이 실망하고 만다. 보수적인 터키 동부에서 너무 야한 옷차림은 본인 스스로에게 손해인 것이다. 자기만 손해를 보면 되지만 다른 한국인 여자들도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하는게 당연한 일이고 현지인들의 풍습을 알아서 조금은 조심하는게 좋다.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럴듯한 풍채를 가진 인간이 여기 돌무쉬 기사를 조종하는 모양이다. 그는 우리에게 자기가 지정한 돌무쉬를 타기를 강요했다. 강요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다른 차를 타려고 했을 때 운전기사에게 뭐라고 이야기해서 그냥 보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차에 탄 사람들이 '반'이라고 외치는 우리 소리를 듣고 좌석까지 내어주며 타도록 했지만 그 인간이 방해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곳에서 온 운전기사는 우리를 싣지 않고 그냥 떠났던 것이다. 말이 안통하므로 오해는 있을 수 있지만 나도 바지저고리는 아닌 것이다. 터키인들에 대해 이제 어느 정도는 아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해서 돈만 벌면 되지만 우리는 우리 일정대로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이다. 시내에 들어가서 점심도 먹어야 하고 반 성에도 가야하며 오늘 밤에는 장거리 야간이동도 해야한다. 그러니 한시가 바쁜데 방해를 놓는 사람을 좋은 눈으로 봐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서 섬으로 들어갔단 배가 다시 돌아나온 뒤에서야 비로소 여기에서 출발하는 돌무쉬를 탈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차에는 우리 팀과 섬에서 방금 나온 신사 한사람이 탔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온 사나이였는데 영어를 할 줄 알았다.
반 시내로 돌아온 우리들은 점심을 먹을 겨룰도 없이 다시 반 성으로 가는 돌무쉬를 탔다. 반 성도 호수가에 자리잡고 있어서 오늘은 하루종일 호수를 끼고 노는 셈이 되었다. 돌무쉬는 마을 속으로 들어가서 이리저리 골목을 지났다. 돌무쉬 속에는 아줌마들이 그득했는데 우리 동양인들이 신기한지 모두 다 쳐다보는 분위기였다. 아줌마들이 아주 수더분하고 좋았다.
마을에서 내린 우리들은 도로를 따라 반성으로 접근했다. 성 앞에는 공원이 있었고 그늘막에서 바베큐를 만들어 먹던 아가씨들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확실히 쿠르드여자들이 조금 자유스러운 것 같다. 대체적으로 친절하기도 하고....
반 성은 호수 가에 자리잡은 언덕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 지방의 역사는 엄청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므로 우습게 알면 곤란하다. 론리 플래닛 자료를 의지해서 하나씩 확인해보기로 했다.
언덕 위에는 험준한 절벽이 자리잡은 곳도 있다. 그런 지형을 이용해서 교묘하게 쌓은 성이므로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이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성채 밑에는 작은 모스크가 하나 있는데 이 모스크의 인기가 임신을 못하는 여자들에게는 대단한 모양이다. 모스크 앞 도로 옆에는 화장실이 있다. 내가 거기를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꼬마 녀석이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내가 돈을 줄 일이 없다.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에 손발을 씻는 곳이 있는데 화장실이 부근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곳은 거의 무료인데 내가 왜 돈을 준다는 말인가?
모스크 뒤에 보면 절벽을 깎아낸 곳이 보일 것이다. 그 장소가 역사적으로 아주 귀중한 유물이 있는 곳이다. 엄청 오래된 유물인데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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