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기다리기가 지루했다. 요 작은 꼬마 아가씨는 으드르에서 반까지 간단다. 아빠와 큰아빠와 함께 여행하는 모양이다. 으드르는 아라랏 뒤편에 있는 도시이다.
결국 우리차는 오후 3시 반이 되어서야 도우베야짓을 출발했다. 원래 운전기사 뒤에 앉아있던 나는 운전기사의 명령에 의해 제일 앞자리 조수석으로 이동했다. 덕분에 햇살을 정면으로 받게 되어 맬라닌 색소를 피부밑에 더 많이 저장하게 되었다.
자동차는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갔다. 미리 넣어두면 어디가 덧나는가보다.
작은 구멍가게들이 많기도 했다.
양무리 한떼가 아라랏쪽에서 왔는데.......
그렇게 다소곳한 자세로 예쁘게 걸어왔는데.....
그 중 한마리가 대열을 이탈하여 탈영(?)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헌벙 역할을 하던 주인 영감은 녀석의 뒤를 좇았고...... 대열을 이탈한 그녀석은 주유소 막다른 골목 안에서 체포되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요 녀석이 반항을 했다.
"난 싫어 잉. 집에는 죽어도 안갈테야 잉."
뒷다리로 걷어차며 앙탈을 부리는데 영감님은 양꼬리를 바투쥐었다. 그래도 녀석이 자꾸 반항을 하자 태도를 달리했다.
결국 뒷다리 두개를 달랑 들고 걷기 시작했으니 졸지에 녀석은 앞다리 두개로 걷는 기합을 받게 된 것이다. 고 녀석 괘씸죄에 걸려 집에가서 얼차려 더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여 한바탕 작은 소동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을 맺었고 우리들 주위 광경은 다시 일상의 고요함 속으로 가라앉아 갔던 것이다.
아리 방향으로 아주 조금만 가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 미니버스는 반을 향해 달렸다. 만약 당신이 도우베야짓에서 반으로 간다면 왼쪽편에 앉기 바란다. 그래야 아라랏 산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볼 수 있다. 나무 하나 없는 붉은 산 너머로 보이는 산이 바로 아라랏이다.
우리 민요 아리랑에다가 아라랏의 현지발음을 넣어 노래를 불러보자.
"아리다으~~ 아리다으~~ 아리다으요~~
아리다으 고개를 넘어간다~~"
혹시 아득한 옛날 대홍수 이후 아라랏 주위에 흩어져 살던 인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다가 이 부근 어디에선가 어떤 비극적인 이별 사건을 경험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 민요 아리랑의 근원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물이 나와있긴 해도 속시원하게 의미와 어원과 유래를 밝혀주는 결론은 잘 없는 것 같던데......
성경에 기록된 바벨탑 사건이 거대한 이별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닐까? 땅에 편만해 살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인간들이 스스로 교만해져서 하늘 높이 치솟아오르는 탑을 쌓다가 하나님의 진노를 입어 언어가 달라지는 벌을 받게 된 것이 바벨탑 사건이다. 사건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장소는 오늘날의 이라크라고 짐작이 되고.....
모세가 기록한 창세기를 세밀히 읽어보면 엄청난 역사적 사실과 힌트가 숨겨져 있음을 알수 있다. 우리는 역사기록 속에 드러난 많은 부분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증거 자료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성경속의 기록은 아주 정확해서 믿을 만한 기록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이 보는 종교적인 서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불신하는 것은 아닐까?
종교는 종교일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신화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교과서에 수록해두는 나라가 수두룩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진리가 담겨 있기에, 과학적으로 절대모순이 없기에, 역사적인 사실성이 워낙 뚜렸해서 수록해두고 자기 나라 사람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일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내 몸뚱아리를 차에 실은 채로 고개를 넘었다. 검게 보이는 지형은 화산 분출물 같다. 용암이 흘러내린 것 같은데.......
저 작은 산 너머가 도우베야짓이고 큰 산 아라랏을 넘으면 아르메니아와 조지아 공화국이 나온다. 다시 그 위에는 코카서스 산맥이 나오고 그 위로는 광활한 초원지대가 펼쳐지는데 그 초원이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남부, 그리고 몽골을 거친후 만주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한때 여기에 엄청난 용암이 흘렀던 것 같다. 고개를 넘으면 그 다음부터는 다시 완만한 초원지대가 반지방까지 연결된다.
우리 차는 너른 벌판 사이를 달렸다. 고개 넘어 반대편에도 엄청난 용암이 흐른 흔적이 보인다.
그러다가 밀밭을 지났고.......
천연 목장을 지나기도 했으며.......
강가에서 빨래하는 여자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경치 변화가 제법 다양하므로 나는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오른편으로 파란 색깔을 지닌 호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 호수다. 터키 영토 안에서 제일 크다는 천연호수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호수는 소금호수인 것이다.
비린내가 나는 빙어 종류의 물고기가 떼를 지어 사는 소금호수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염도가 상당히 높아서 물고기들은 북부 쪽 물이 흘러 들어오는 곳에 조금 산다는 말도 있다.
호수 가로는 밀밭과 초지가 펼쳐져 있었다. 7년전에는 저 건너 반대편으로 달렸었다.
반 호수의 규모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건너편에는 타트반이라는 도시가 있다. 이쪽 편에는 반이라는 도시가 있고......
타트반까지는 철로가 연결되어 있어서 터키 남부와 서부에서 기차가 올 수 있다. 물론 타트반이 종점인 것이다.
이윽고 언덕을 넘어서자 저 앞으로 반이 보이기 시작했다. 참 많이도 달려 왔다. 시간이 오후 6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Van)으로 3 - 악다마르 섬 (0) | 2008.10.10 |
---|---|
반(Van)으로 2 (0) | 2008.10.09 |
아라랏 오르기 4 (0) | 2008.10.07 |
아라랏 오르기 3 (0) | 2008.10.06 |
아라랏 오르기 2 (0) | 2008.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