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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얼빵각하

by 깜쌤 2008. 10. 2.

 

 

확실히 제가 어리버리해진 것이 맞긴 맞는가 봅니다. 직장내의 행사 일정을 착각해서 며칠 전 아침에는 산에 가는 차림으로 출근했으니까요. 어디가서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고 말이죠. 사실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게 더 문제였습니다만......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교실에 상의 양복도 한벌 가져다 놓고 캐비넷 속에는 갈아신을 양말도 몇켤레 준비를 해두었습니다만 바지까지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니었으니 문제가 된 것입니다.

 

 

 

 

 

할 수없이 그냥 그대로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 보기에도 미안하고 동료들 보기에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해서 결국은 밖에 나갈 일이 생겼습니다.  

 

 

 

 

계절이 가을이더군요. 바쁘게 돌아다니며 사느라고 가을이 오는 것인지 가는 것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였는데 나와보니 확실히 가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워낙 나돌아다니는 데가 없으니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곳곳에 좋은 집과 시설들이 많이 있더군요.

 

 

 

 

 

오늘 금요일에는 깜찍한 미모를 자랑하던 최진실씨의 죽음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좋은 가을날에 왜 그런 슬픈 소식을 들어야 하는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하던 분이 그렇게 돌아가다니 너무 허무했습니다. 높푸른 하늘 위로 치솟은 미루나무 위에 슬픔 한조각이 걸린 것 같습니다.

 

 

 

 

 

 

 대낮에도 불이 켜진 보안등이 마음을 착 가라앉게 만듭니다.

 

 

 

 

 

요즘은 못보던 새로운 종류의 꽃이 많이 발견되더군요.

 

 

 

 

 

 

정말이지 이젠 조용한 곳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잊혀져도 슬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금요일 저녁엔 며느리를 맞는 친구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내가 왜 그리 기쁘고 좋았던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남이 잘되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졌습니다. 뉘집 아들은 박사학위를 따서 어디에서 교수를 하고, 뉘집 딸은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에서 좋은 성적을 내어 판사로 임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괜히 내가 좋아집니다. 내가 받은 복은 아니지만 남이 잘된 것이 얼마나 다행하고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나는 정말이지 속없이 살고 싶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요, 남이 좋은 차를 사도 기쁘고 남이 너른 아파트로 이사갔다고 해도 좋아집디다. 

 

 

 

 

 

바람에 벼가 넘어진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괜히 제가 괴로워집니다. 논주인이 얼마나 고생을 해서 가꾼 것인데 싶어 마음이 아리기도 하고 넘어진 벼들이 불쌍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서 어디를 가는 모습을 봐도 흐뭇해집니다. 모두 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땅 한평 없어도 그냥 행복합니다. 지금 내가 이 경치를 볼 수 있으며 숨쉬고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음 한구석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한 땅이 조금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늘이 저리 푸르니 내가 조금 모자라게 살아간들 어떻습니까?

 

 

 

 

 

지금 이 순간 땅과 공기를 빌려 터잡고 숨쉬고 살다가 나중에는 모두 다 남겨두고 죽을 목숨이니 남이 많이 가진 것이 크게 부럽지는 않습니다.

 

 

 

 

 

이러니 항상 얼빵각하가 되는 모양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생각도 단순하고 많이 모자라는 축에 들어갑니다.

 

 

 

 

 

내가 모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을이 내 주위로 성큼 다가온 것은 알겠습니다. 가을이네요!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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