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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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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낙원에서 8 - 하산

by 깜쌤 2008. 9. 17.

 

 

 막상 내려가려니 왜그런지 허전하기만 했다. 그러면 여기쯤에서 도대체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현재 우리는 위 지도의 세번째 초록색 점 부근에 와 있다. 그러니 터키 동부 흑해 바닷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커다란 산맥 한가운데 들어앉아 있는 셈이다.

우리들의 다음 행선지는 바로 오른쪽 밑에 있는 아라랏 산이 되는 것이다.

 

 

 

 

 

황색 선을 길게 그어 놓은 곳이 바르할이다. 또 한 곳, 황색 밑줄을 그어 놓은 곳은 카라호수이고..... 지금 우리들은 카라을 보고나서 내려가려는 중이다. 은 호수라는 의미를 지닌 터키 말이다.  검은 색 선이 우리가 움직인 동선(動線)이 되는 셈이다. 지도를 보면 호수 앞과 옆에 자리잡은 봉우리들은 3000미터가 넘는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이 지도는 영국인 신사가 가지고 있던 지도 자료인데 양해를 구하고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바로 이 호수다. 카라괼!

 

 

 

 폭포가 시작되는 부분이 선명하게 잘 나타나 있다.

 

 

 

 빙하 곁을 지나 내려가기 시작한다.

 

 

 

 다시 호수 곁을 지나고.....

 

 

 

 꽃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손을 흔들어 작별을 했다.

 

 

 

 구름이 지나가면서 만든 그림자가 덮은 부분과 양지쪽이 선명하게 대비가 된다. 

 

 

 

 호수물은 그지없이 맑았다.

 

 

 

 

 냉수처럼 차가우면서도 맑은 것이다. 투명한 물이란 이런 물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물이 넘쳐나는 곳을 지나서 하산하기 시작했다.

 

 

 

에델바이스 닮은 꽃들도 여기저기 무리지어 자라는 것이 보였다.

 

 

 

 

 떠나는 것이 아쉬운 듯 형님은 철쭉무리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늘이 자꾸 시커멓게 변하는 것이 심상치 않았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사실 구름은 산에서 내려가는 우리 뒤를 빠른 속도로 따라 왔었다.

 

 

 

 

 어찌보니 천상초 같기도 하지만......

 

 

 

 

 버력지대를 통과해서 처음 올라온 능선으로 왔다. 내려갈 일이 꿈만 같다. 너무 까마득해서 기운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밑에 남겨두고 온 총각이 보이지 않았다. 은근히 불안해졌다.

 

 

 

 

 나는 샌들을 신고 있었지만 보기보다 신발 성능이 좋았다. 솔직한 말이지만 샌들을 신고 이런 고산지대에 오르는 것은 정석이 아니다.

 

 

 

 

 우리는 비탈길을 조심해가면서도 미끄러지듯이 내려왔다. 한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굴러내려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떠나온 골짜기에는 다시 짙은 구름이 내려앉았다.

 

 

 

 

 야생화 지대를 조심스럽게 통과하고......  아침에 지난 산아래 마을에까지 오니 벨기에 커플과 터키 고등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결국 우리들이 추월해낸 것이다. 남겨두고 온 총각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미리 내려간 것이 틀림없다. 아흐멧이 차를 몰고 올라와서 일행들을 태웠다.

 

나와 형님은 게스트 하우스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아침에 그렇게 말했으므로 약속은 지켜야 한다. 인성 좋은 다른 총각 한명은 다리가 아프다고 했으므로 차에 태워서 내려보냈다. 자동차를 먼저 떠나보내고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큰 길까지 와서 우리는 양치기 소녀를 만났다. 아주 미인이었다. 산골 출신치고는 너무 윤곽이 뚜렸한 미인이어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소녀가 의식적으로 카메라를 피했다. 혼자 있을 때에는 히잡을 벗고 있더니 우리를 만나자 얼른 히잡을 뒤집어 썼다.

 

 

 

소녀는 열마리 남짓한 양떼를 몰고 있었다. 이 아이는 어떤 인생을 살지 너무 궁금하다. 우리로 치면 첩첩산중에서 자라는 순박한 시골 아가씨와 같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초등학교 5학년 정도가 아닐까 한다.

 

계속 내려가다가 다른 양떼를 만나기도 했다. 주로 작은 소녀들이 양떼를 몰고 다니며 돌보는 것 같다. 나는 갑자기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우리 집에는 소를 기르지 않았으므로 직접 몰아본 적은 없었지만 친구들은 저녁이면 집집마다 소를 몰고 나와 산자락으로 올라갔다. 저녁에 소를 몰고 나가 마음껏 풀을 뜯어먹이는 일은 모두 아이들 몫이었다.

 

여긴 양을 친다. 양과 염소를 섞어서 치기도 했다. 소를 치는 것은 아이들보다 조금 큰 총각이나 머슴애들을 시키는 것 같다. 여자 아이들이 소를 다루는 것은 아무도 힘에 버겁기도 하거니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리라.

 

 

 

 

 

 길가에 선 바위들이 사자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 바위 부근에서 다른 양치기 소녀와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선한 웃음을 날려주고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스쳐지나갔다.

 

 

 

 

 

 내려가는 길이니 너무 쉽게 가는 것이다. 나는 이런 트래킹을 너무 좋아한다. 하루 10시간 정도는 거뜬히 걸을 수 있지 싶다. 이런 산길이라면 정말 신나게 걷고 싶다.

게스트 하우스에 거의 다 와서 보니 길가에 대단한 고급 승용차가 방향을 틀고 있었다. 총을 든 군인들이 몇명 보이기도 했다. 키가 아주 큰 금발머리 소녀와 귀티가 넘쳐나는 부인, 그리고 세련된 차림의 신사가 길가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흐멧의 동생이 나에게 귀띰을 해주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대사이십니다. 오늘 우리 집에 머무를 것 같습니다."

 

으흠, 외교관이구나. 터키 주재 호주 대사라면 대단한 지위의 양반임에 틀림없다. 나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 척하고 신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우린 한국에서 왔습니다만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스트레일리아에서요. 그런데 어디에서 오른 길입니까?"

"산중에 있는 호수를 다녀왔습니다. 멋지더군요."

"그래요? 우리는 내일 그곳에 가보려고 합니다. 다음에는 어디를 갈 생각입니까?"

"내일 여기를 떠나서 도우베야짓까지 갈 생각입니다. 그런 뒤 아라랏에 가볼 생각입니다만...."

"아라랏산이요? 멋진 곳이지요. 2년전에 나는 정상에 올라갔었습니다."

"멋진 경험을 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

 

그런 내용의 대화를 나누고 우린 헤어졌다. 방에 오니 먼저 내려간 총각이 와 있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자료를 찾아본다. 오늘은 참으로 엄청나게 귀한 경험을 한 것이 틀림없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더니 벨기에 커플의 남자가 먼저 이야기를 붙여왔다. 오늘 사용한 아흐멧의 차값 지불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나는 그가 계산해 온 것에 대해 기꺼이 동의를 해주었다. 아주 합리적으로 계산을 해왔기 때문이다. 우린 갈때 조금 차를 사용했으니 약간만 내고 자기들과 터키 청년들이 더 부담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지만 금액까지 다 계산을 해왔으니 고마울 수밖에......

 

 

한숨 살짝 자면서 쉬는 것이 피로를 회복하는 빠른 길이지만 나는 참고 견뎠다. 밤에 잘 자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나와 형님을 보고 수퍼맨이라며  부러워했다. 나이든 사람들이 산길을 그렇게 걷고 집에까지 다시 또 걸어 온 것이 뭐 그리 대수랴마는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싫지는 않았다.    

 

 

 

 

 저녁은 꿀맛이었다. 하루종일 걸었던데다가 샤워까지 했으니 맛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과일과 채소는 한없이 신선했고 빵은 촉촉했으며 요리는 따따봉이었으니 꿀맛일 수밖에 없다.

 

 

 

 

 저녁을 먹은뒤 커피를 두잔이나 더 마셨다. 그런데 오늘따라 카피맛이 왜 이리 향기로운가 말이다. 방에 돌아온 나는 일기를 쓰고 11시까지 버티며 카메라 배터리의 충전이 완료되기를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다 자고 있었다.  그런 뒤에는 나도 예외없이 곯아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