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자체는 아름답다. 화려하다기 보다는 수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사실 이 정도의 도시는 유럽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는 이런 도시의 모습 속에서 공산주의 소련의 폐해를 다시 한번 눈으로 확인했다. 자기 딴에는 가장 이상적인 제도라고 여겨 실시해보았지만 결국은 악마의 실험이 되어 버리고 만 셈이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것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여왔다. 어떤 정권에서는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성장에다 역점을 두는 정책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어떤 정권에서는 분배에다가 역점을 두고 정치를 해보기도 했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다 잘 아는 사실이다.
우리가 소모적인 논쟁으로 일관하고 있을 때 서부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제3의 길" 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등장시켜 정치를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탐색하기 보다는 이미 폐기된 정책들을 가지고 실험해보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했다. 트빌리시를 보면서 무능한 지도자가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펴는 잘못된 정책과 이념이 사회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나는 두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가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산에는 숲이 사라지고 없다. 조지아 공화국의 서부에는 흑해가 자리잡고 있고 동쪽에는 카스피해가 자리잡고 있다. 위도는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이지만 흑해쪽으로는 아열대 기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즉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산다는 말이지만 나무가 적다는 것은 나름대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할른지도 모른다.
얕은 언덕 너머로 높은 산들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었다.
도시 한모퉁이에는 폐기된 분수가 덩그러니 남아있기도 했다. 선진국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사회시설에 대한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들때는 거창하게 잘 만드는 것 같아도 이내 그대로 방치해두고서는 예산타령이나 하고 있다면 벌써 문제가 많은 체제라고 볼 수 있다.
여기가 번화가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름다운 건물들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세련된 모습을 자랑한다.
이 건물은 2,3층과 4,5층의 창문 모습이 달랐다. 새로 증축한 것일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그렇게 만든 것일까?
아무래도 이런 건물들은 동부유럽적인 냄새가 풍긴다.
다르게 보면 이슬람적인 요소가 스며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거리를 걸어가면서 보니까 호텔 이름이 특이한 것이 있었다. "이파리" 호텔이라니....
둥근 기둥이 주는 매력은 대단하다. 건물 전면에 박아넣은 둥근 기둥이 그리스 냄새를 풍겨왔다. 색깔은 또 어떻고?
길가에 자리잡은 그루지아 정교 건물을 발견했다. 정교는 나라 이름을 따서 붙이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그리스 정교, 루마니아 정교, 러시아 정교, 시리아 정교..... 하는 식이다. 지붕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정교회 오른쪽 면도 아름답다. 전체적인 건물 배치가 균형이 있었다.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내부 구경도 해야했기 때문이다.
글을 읽을 줄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다. 채색은 최근에 한듯 했다. 정면 천정의 돔 속에 그려진 그림이다.
대강 짐작은 하겠지만 누가 누구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니 미루어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교회 속에는 의자가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성호를 긋고 있었다. 정교회당 한쪽 마당에서는 새로 차를 산 사람이 차를 가지고 와서 신부에게 축복을 빌고 있었다. 차 문을 열고 성수(聖水)를 뿌려가며 무사고를 기원하고 있었다.
검은 사제복을 입은 신부에게 살짝 무릎을 꿇어 경의를 표시하는 방법이 특이했다. 모든 사람들이 신부에게 그런 자세를 보였다.
교회 여기저기를 수리하고 있어서 그런지 뒤쪽으로는 조금 어지러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깔끔하게 정비를 해두었다. 러시아에서는 전통적인 러시아 정교회의 세력이 약화될까봐 다른 교단의 활동에 대해 조금 예민한 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교회 구경을 마친 우리들은 다시 거리 구경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런 건물들은 행정관청이지 싶다.
그러다가 마침내 우리들은 커다란 광장에 다다랐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 한구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여기가 트빌리시 최고의 명소 같다. 광장 한가운데는 커다란 석주(石柱)가 있고 그 위에 황금상을 올려 두었다.
무엇을 나타낸 것일까?
광장을 둘러싸고 사방에 아름다운 건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모든 차들은 여기를 거쳐서 방향을 바꾸어 나가는 것 같았다.
호텔, 관청 건물들도 보였고......
사람들은 한가로이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도시 어디에서나 러시아와의 불편한 관계로 인한 팽팽한 긴장감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내마음 한구석에서 자꾸 이 나라를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솟아오르는 것일까?
진한 노란색으로 칠해진 작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우리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호기심에 어린 그런 눈초리를 가지고 자주 우리 모습을 �었다. 잘 따지고 본다면 우리들 꼬락서니가 그들에게 얼마나 신기한 모습으로 다가서겠는가 말이다.
고색창연한 분수에서는 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 나라에 평화와 사랑이 이런 모습으로 넘쳐 흐르기를 기원해 보았다.
여기 공원에도 무궁화가 보였다. 무궁화라..... 무궁화라.......
어느 정도 쉬었다고 생각한 우리들은 다시 일어나서 도시탐방을 계속했다. 이제부터는 올드 시티(Old city)쪽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런 구경이 참구경 아니겠는가 싶어서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08 조지아, 터키-두 믿음의 충돌(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지아(=그루지아) 둘러보기 6 (0) | 2008.09.01 |
---|---|
조지아(=그루지아) 둘러보기 5 (0) | 2008.08.31 |
조지아(=그루지아) 둘러보기 3 (0) | 2008.08.29 |
조지아(=그루지아) 둘러보기 2 (0) | 2008.08.28 |
조지아(=그루지아) 둘러보기 1 (0) | 2008.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