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오리 이바구

by 깜쌤 2008. 7. 19.

 

 

"니들 소문 들었나? 저 물건너 저 저어쪽 동네에 거 머라카노 광추빙(狂鰍病)인가 머라카든가 하는 비잉(病)이 요새 무섭게 돈다카는 소문 말이다. 아, 신에경질이 콱 나삐네. 그 쪽 동네 거 말이다. 너가 아직도 광추가 먼지 모른다카는기 말이나 되는 소리가? 그라이끼네 미리미리 대비해두고 공부해나라카는데 온 동네 싸움 말린다꼬 맨날 싸돌아다니기만 해싸이 속에 든게 뭐 있겠노말이다. 미칠 에다가 미꾸라지 아이가. 알았나?"

 

 

 

 

 

 "저 건너 마실 논뚝에 올라가 씨부리쌌는 저 건너 동네 행님이 오늘은 머라 캐쌌노? 신에경질은 또 머꼬? 저기 언제 또 우리 마실 전문 유행어를 배워가 저캐쌌노 말이다. 들은 풍월 있다꼬 잘 주께네. 주께."

  

주께다 : 지껄이다. "께"에 강세를 주어서 읽어야 한다.

 

 

 

 

 "와 내말 틀린나? 내가 어제 너그 동네 노압(老鴨)정 가가 고스톱 쪼매 치맨서 광(光) 쫌 팔아 묵으이끼네 내가 광(光)만 아는 광팔이 전문 오린줄 아나 본데 나도 한때는 제법 근동(近洞)에서는 쪼매이 배웠다카는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잘나갔데이. 요새 세월이 하도 수상하이끼네 벼라벨 빙이 다 생기삐데. 광인(人)빙, 광압(鴨)빙, 광견(犬)빙, 광계(鷄)빙, 광양(羊)빙, 광마(馬)빙, 광상(象)빙...... 딴 건 다 생기도 개안는데 광추빙 카는거는 절대 사절이라. 내 말 맞제? 우리 주식(主食) 겸 별식이 포동포동하게 살오른 미꾸라지 아이가?"

 

 

 

 

"내  말 틀린나? 딴거는 다 대도 코쟁이 오리들 동네서 생긴 광추빙은 안댄다 말이다. 맞제? 맞제?"

 

  

 

 

"바라. 동네 오리들아. 내 말 맞제?"

"그래 니 말 맞다. 다 맞는 소리다. 근데 이제 그 소리 또 들을라카이 쪼매 뭐하다마. 인제 다 알아들었으이끼네 우리 좀 조용하게 살도록 나두만 안 될라?"

 

 

 

 

"그거 말고도 신경쓰고 걱정할끼 만은데 인자 마 그만하마 안댈라?"

"안댄다. 절대로 안댄다 안카나. 이런 거는 이때 뿌리를 화악 뽑아삐리야야덴데이. 니들이 용기없이 그런 식으로 가만 있으이끼네 코쟁이 오리 쟈들이 우리 동네 오리들을 우습게 안다 아이가?"

 

 

 

 

 

"너들이 그리 매가리없이 가마이 있으이끼네 코쟁이 오리들이 자꾸 설친다 아이가? 지들이 코좀 높다꼬 우리 코납닥한 오리들 보고 맨날 저거 미꾸라지 수입해가 묵으라카는기 말이 되는 이바구가? 우리가 와 뭐때문에 저그들 빙든 미꾸라지를 수입해가 묵어야되노 말이다."

"맞다. 그란데 내가 잘 몰라가하는 소린데 요새 우리 미꾸라지가 와 그리 비싸노? 내가 이래 말한다꼬 날 친왜오리파 매국노 보듯이 보지말거래이. 야,야, 야,  봐라. 성질 내지 마라 안카나. 내가 잘 몰라가 칸다 안카나?" 

 

 

 

 

 

"모르마 가마이 있어라 마. 니그튼 오리가 많으이끼네 우리 배달오리가 사는 이 논바닥이 잘 안되는기라. 니는 일마야 줏대도 없나?" 

"내가 잘 몰라가 칸다 안카나? 성질 내지 말고 좀 알아듣도록 설명 좀 잘해달라카이."

" 야 일마야. 니는 제작자메모장이라카는 테레비 푸로구람도 안보나? 저 물 건너 진흙밭에 사는 미꾸라지가 허리 다리에 힘이 없어가 퍽퍽 쓰러져 자빠지는거 몬�나? 이래 무식한 넘 하고 내가 같이 주�라카이 입아프다마."

 

 

 

 

"니가 말하는 그 정도는 나도 안데이. 근데 니가 참말로 미꾸라지 전문가 맞기는 맞나?"

 

 

 

 

"내가 모르마 누가 안다카겠노? 너거들이 끽소리도 몬내고 암 말도 안하이끼네 내가 나서는거 아이가? 내사 소문 들으이끼네 너그들 어제 단체로 몰려가가 코쟁이 미꾸라지 사묵었다카데. 너그들이 정신있는 오리들이가?"

 

 

 

 

 

 

"근데 너그들 와 내말 안듣고 대가리를 딴데로 돌리노? 이기 참말로 이라나? 봐라. 내 옆에 있는 우리 사랑스런 새끼 작은 오리들 안보이나? 조래 귀여븐 쟈들이 코쟁이 오리동네 미친 미꾸라지 묵고 퍽퍽 자빠지는거 너그들 다 봐야 정신차리겠나? 미꾸라지는 진흙밭에서 사는 미생물이나 동물성 플랑크톤 같은거나 장구벌레 애벌레 같은거 묵고 자라야 하는데 호텔에서 나오는 고기 뷔페 갈아가 믹이가 정신이 홰까닥 돌아삔 새끼 미꾸라지들이 모래밭으로도 가고 심지어 오아시스 찾아가 간다꼬 밖으로 기이 나가는 미꾸라지가 있다카는 소문 몬 들어봤나?"   

 

 

 

 

 

 "그라마 내 말 틀린거 아이제? 내 말 틀린거 없제?"

 

  

 

 

 

"그래. 맞는 말 많다. 그란데...... "

"맞는 말이라꼬 생각하마 입 다물고 가마이 있어라. 그런데 저어기 저쪽에 꽤죄죄해가 털빠진 시커먼 니 말이다. 니는 먼데 아까부터 딴청 부리노? 어이?"

 

 

 

 

 

 

"저 말입니꺼? 지는 잘 몰라가요, 처음부터 그냥 잘 들은 죄밖에 없습니데이. 이왕지사 내인데 물었으이끼네 나도 몇마디만 해도 될라는기요? 와 맨날 미꾸라지 이야기만 하는데요? 미꾸리도 있고요 종개도 있습니데이. 미꾸라지하고 미꾸리하고 종개하고 기름종개하고 그 종류도 참 많데예. 저 산너머 큰 시장가보이끼네요 꾼들이 부르는 이름도 따로 있디더. 동글이 납작이같은 말도 있디더. 그란데 행님은 우리가 몬가진 테레비는 맨날 혼자보고 그런 이야기는 잘 안해주시데예."       

 

"그리고요, 세상은 참 넓데예. 해야할 일도 엄청 많고요. 내캉 다른 생각하는 오리들도 참 많데예. 내 날개가 짧아가 더 멀리 몬날아가보는것도 우리 어린 오리들 보기에 미안코 내 견문이 좁아가 우리 연밭에 사는 동네 어른 오리들이 맡겨논 새끼 오리들을 잘 몬 간수한 죄가 크기만 해가 참말로 미안습니데이. 행님 이바구 듣다가 잠시 그런 생각도 해본기라예. 그라이끼네 너무 머라카지 마이소. 잘 몰라가 해본 등신같은 소리라 치고 이해하시세이."

 

"한마디 더 해도 대는기요? 지는요 행님이 이 논바닥을 사랑하는 만큼은 안되도 지도 이 논바닥을 디게 사랑하는 오립니데이. 물건너 쪼매한 왜()오리들 사는 동네 물건들이 우리 동네에 막 넘치나도 그런 거는 행님이 평소 이야기 잘 안하데요. 모르지요, 내가 행님 이바구 하는날 우짜다가 빠지삐리가 몬들었는지는 모르겠십니다마는, 쪼매 그렇데요. 그라고요, 왜()오리가 우리 복장 디배 놀라꼬 우리 논 한쪽 모서리를 지땅이라고 헛소리해도 그거는 그리 흥분안하데예. 그란데요 우리 논 저 한구석에 우리가 다 캐 묵을 새 에너지 자원이 있다카든데 그런 거는 좀 속 시원하게 행님이 나서가 이바구 한번 안하는기요?"

 

"복장 시커면거로 따지마 내보다 더 시커먼 놈오리가 땅 욕심이생기가 디벳또 카는데 가가 털색깔 쪼매 다른 오리들 막 쏴쥑이삐는 그런거는 별로 이바구안하데요. 얼굴 까만 사람들이 마이 산다카는 아푸리칸가 파푸리칸가 그 동네 어떤 논에서 벌어지는 까만오리 종족 대청소 사건은 우찌 되�는기요? 내사 마 그것도 디게 궁금하데예."

 

"입다물라꼬요? 예, 예, 알았심니데이. 눈치없이 함부로 막 지끼가 참말로 미안합니데이. 잘못�심니더. 이제부터는 입 다물께요. 자. 진. 납. 세. 행님께 충성!"  

 

 

 

 

 

 

 

"절마 저거 저거 말이다, 우리 모두가 미친 미꾸라지 땜시로 밤잠 안자고 반딧불 잡아가 들고 댕길 때 논바닥 한구석에 쳐박히가 콧배기도 안보이든기 그래도 할말이 있는갑다. 아나, 꼴에 아는척 하기는.......  저거 참말로 디기 불쌍하고 한심한 오리제?"

 

"..........................................................................................

................................................................"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려야할 것들  (0) 2008.07.26
내 마음의 천사  (0) 2008.07.21
황혼  (0) 2008.07.18
연을 찾아서  (0) 2008.07.17
누가 더 행복하지?  (0) 200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