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호롱불을 켰어.
요즘은 호롱불 켜두고 생각에 잠길 시간조차 없었어.
이게 사람사는 것인가 싶어. 10일 금요일 낮에는 법륭사가 있는 시골길을 하루 종일 걸었어. 담징이 금당 벽화를 그렸다는 그곳 말이야. 그랬다가 밤 10시에는 야간 버스를 탔었어.
너무 피곤했으니 그냥 곯아떨어졌지만 아무래도 버스 속이니 불편하긴 매일반이었어. 아침 7시반에 도착해서 다시 오후 3시까지 또 걸었어.
3시부터는 3시간동안 집채만한 파도에 시달리며 대한해협을 건넜어. 속이 울렁거려서 너무 괴로웠어. 지하철과 고속버스를 타고 집에오니 밤 10시가 되었어.
다음날은 주일이었어. 어떻게 쓰러져 잤는지 기억도 희미한데 아침 5시 50분에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교회에 갔어. 7시까지 가서 안내업무를 해야했거든. 다른 장로님 한분이 미국에 가시는 바람에 혼자서 일을 감당해야만 했어.
9시부터 진행되는 2부예배에는 대표기도를 해야만 했지. 벌써 그런 생활을 반년 가까이 하고 있어. 기진맥진하다는 것이 따로 없지 싶어. 11시부터 시작되는 3부예배에도 대표기도를 해야만 했어. 12시에 마치고 나서는 재정부에 들어가서 헌금계수작업을 도와드렸어.
다시 오후 2시반부터 안내업무를 맡고...... 4시에 마치고 나서는 6월 초에 있을 헨델의 메시아 공연을 위해 두시간 동안 연습을 한거야. 오후 예배시간에 권사님 한분께서 소천을 하셨다는 슬픈 소식을 받았어. 왜 그런지 내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
월요일 새벽에 나갔다가 낮 12시에 교우들을 만나 대구에 갔었어. 입관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였지. 내 몸이 천근만근이나 되는 양 가라앉기 시작했어. 대구 다녀와서는 다시 밤 7시반부터 메시아 연습......
화요일은 정상수업....... 그리고 저녁엔 음악회에 낯을 내밀기 위해 간거야. 어찌 내 몸이 많이 이상하다 싶었어.
수요일 새벽에 일어나 대구에 다시 갔어. 경북대병원 영안실에서 발인예배를 드리고 집에 와서는 옷 갈아입고 곧장 출근했어. 라면으로 저녁을 때운 뒤 저녁 6시 반에는 다시 교회로 갔어. 수요일 안내 책임자거든.
8시반에 끝내고 나서는 다시 남성합창단 연습을 했어. 집에 오니 또 10시가 넘었어.
목요일은 스승의 날이었지? 4시간 수업일이었지만 나는 그런 날이면 꼭 정상수업을 다했어. 대한민국 신문 방송은 스승의 날이 가까워지면 무슨 억하심정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선생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더라. 학창시절에 선생과 원수 진 일이 그렇게 많은가 봐. 그런 언론매체들이 지긋지긋해진 만큼 내 몸도 거의 파김치가 되었어.
금요일엔 다시 정상수업! 이젠 내 몸이 한계로 간다는 느낌이 들었어. 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꾸 서글퍼지는거야. 그래서 또 눈물을 흘렸어.
토요일은 4시간 수업이었어. 점심은 컵라면으로 때워야했어. 아내는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고 나중에 걱정을 해왔지만 어떻게 해? 오후 3시반엔 영어 예배에 참석했어. 5시에 마친뒤 조금 쉬었다가 6시에는 장로 친목회에 간거야. 끝난 뒤 집에 왔다가 또 나가서 합창단 연습을 했어.
그리고 오늘! 주일이 된거야. 하루 일정은 지난 주일과 비슷하게 반복된 것이지만 오늘 오후엔 다른 교회에서 거행되는 장로 권사 안수집사 임직식에 다녀왔어. 다시 본교회로 돌아와서는 메시아 연습을 했는데 마지막 곡을 연습할땐 몸이 그냥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
버스가 안오길래 걸어서 집에 왔어. 다른 사람들은 이 정도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도 나는 이상하게도 새힘이 솟아 오름을 느껴.
사실 지난 한달동안 배가 아팠어. 은근히 아파왔기에 걱정을 했어. 나는 이상하게도 기도를 하면 다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는 몰라도 죽고 사는 문제는 하나님 뜻에 달렸다는 것을 알기에 낫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리고 나서는 그냥 믿고 살아가는거지. 알고보면 참 어리버리한 인생이지뭐.
오늘 저녁엔 오랫만에 호롱불을 켰어. 그리고 차를 끓였어. 혼자 마시면서 컴퓨터 앞에 앉은거야.
너도 알다시피 난 그렇게 정신없이 무지막지하게 사는 사람이지. 무식하고 무지하기에 그냥 사는거야.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아?
밖에는 비바람이 불어. 아마 조금 있으면 비가 쏟아질 것 같아.
싸구려 녹차여서 그런지 감미(甘味)가 한참 뒤에 살짝 돋아오르다가 멈추는 것 같아. 낮엔 달달한 맛이 나는 커피를 몇잔 마셨어. 각성제 삼아 마시면서 버틴 것이지만 이젠 녹차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사람들이 못올 길로 가서 돌아오지 못하시는 것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 와. 내 몸이 고단한 것만큼 마음 아픈 것도 괴로운 일이야.
한바탕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하고 나니 이젠 속이 조금 시원해. 사실 너무 답답했거든. 여기서 속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너는 모를거야. 내 속이 그냥 까맣게 타들어가는 일도 부지기수지만 그런 일은 하나님께만 상의하고 치워버려. 너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잖아? 입무겁게 사는 것도 괴로운 일이야.
호롱불이 가물거려. 그만 쓸게.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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