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골짜기를 타고 흘러 넘치더군요. 맑은 햇살이 포근한 대지를 감싸안는 아침이었습니다. 권사님을 마지막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대구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렇게 돌아가시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편안한 얼굴만큼이나 항상 너그럽게 웃으시며 기도해주시기를 당부하시던 모습을 어찌 잊을수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가실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둘걸 그랬습니다.
혈액암 종류의 병이 무서운 줄 알지만 그렇게 무서운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몇년전에 제 조카딸 아이도 그런 병에 걸렸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기에 권사님도 회복하실 줄 알고 기대를 했습니다. 더구나 한창 활동하실 연세이니 거뜬히 이겨내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바깥어른의 깊고 큰 슬픔을 우리가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바깥어른께서는 우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손을 잡고 합창단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슬픔에 젖은 얼굴을 보는 순간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할지를 모르겠습디다.
권사님께서 가신 길을 저희들도 언젠가는 따라가야겠지만 남겨두신 남매를 보니 자꾸 저희집 아들 딸 녀석 생각이 나서 눈물이 흐릅니다. 좀 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드렸어야 했건만 그렇게 잘 하지를 못했으니 정말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젠 천국에서 편히 쉬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기다리시면 저희들도 나중에 슬슬 따라가서 다 함께 만나지 싶습니다.
그 고운 알토 목소리로 찬양을 하시던 기품서린 아름다운 자태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권사님 안녕히 가십시오.
온 세상 천지에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졌고 꽃향기가 신록(新綠)속에서 산록(山麓)을 덮고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건만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습니다.
배권사님!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어리
버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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