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목요일, 새로 전근된 학교로 첫출근을 했습니다. 학년과 반을 확인하고 일년간 같이 생활하게 될 선생님들을 만나보고 오후 내내 교실을 정리했습니다.
집에 와서는 혼자서 대강 저녁을 챙겨먹고 음악회 연습을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시간을 맞추어서 가야했으므로 마음이 조금 급했습니다.
교회 다 가서 어떤 골목앞을 지나가려는데 골목에서 오토바이가 빠르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순간적인 일이라 피할 겨를도 없이 그만 충돌하고 말았는데 몸이 앞으로 떠서 팍 꼬꾸라지면서 아스팔트 위에 사정없이 팽개쳐지고 말았습니다.
충돌하는 순간에 많이 다치겠구나 싶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충격이 왔지만 옷을 두텁게 입은데다가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기에 찰과상도 입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복숭아뼈 있는 곳이 아파왔습니다.
오토바이 주인은 음식 배달을 가는 것 같았습니다. 괜찮으냐고 걱정을 태산같이 하는데 오히려 그분에게 미안한 감정이 앞섰습니다. 잠시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도로 건너편에서는 제 비명소리와 충돌하는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승용차가 한대 서서는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토바이 주인을 원망하거나 시비를 걸기보다 제 자신을 반성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너그럽게 여겨 그냥 쉽게 보내드리고 곰곰이 반성을 했습니다.
나는 남들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체험을 많이하고 사는 편에 들어갑니다. 이런데서 이야기 하기가 뭣하지만 제가 잘못을 하거나 혹은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하면 즉각적인 상응조치를 당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그런 일을 많이 당해보았으므로 평소에 언행을 조심해가며 삽니다만 어제는 아침에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안보면 좋았을 사진을 몇장면 탐한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알리미에 뜬 어떤 분의 블로그에 올라온 너무 야한 사진을 본 것이죠.
다른 것도 그렇지만 야한 정도를 넘어선 음란한 것을 본 것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어린 징계는 지금까지 너무도 정확했습니다. 아직도 나는 너무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인격도 말도 행동도 자세도 마음가짐도 부족하기만 하니 언제 더 철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세 다리 뿐인 이 개가 아직도 잘 살아가고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제 졸지에 저도 장애를 가질 뻔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난 것이 너무 고맙기만 합니다. 오늘도 출근해서 하루종일 혼자서 교실 정리를 했습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당연히 해두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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