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토요일 수업을 마친 뒤 컵라면으로 점심을 떼우고는 허겁지겁 교회로 달려 갔습니다. 합창단 활동을 같이 하는 분이 금지옥엽같은 딸을 결혼시키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곱게 기른 딸을 사위될 청년에게 넘겨줄때의 기분이 어떤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 한주간 쌓인 피로가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조금만 가만히 있으면 그냥 잠에 취해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축가를 부르는 시간에는 신부와 같이 활동한 청년들이 나와 베토벤 교향곡 제 9번 합창에 나오는 환희의 송가에 맞춘 멋진 축하노래와 댄스를 선보이더군요.
16일 토요일 낮에는 꼭 가봐야 할 결혼식이 세군데나 있었습니다만 수업을 빠뜨릴 수가 없어서 두 군데는 축의금을 인편에 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3시반에는 다시 영어예배에 참석해야 했습니다. 원어민 교수님의 Sharing을 거의 일년가량 들었더니 이젠 약간 천천히 말씀하시는 어지간한 부분은 조금 이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빠르게 말하는 부분은 아직도 다 놓치고 맙니다.
예배후 친교시간에는 대화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제 영어 실력이워낙 어설프기만 하니 예쁜 아가씨의 빠른 영어에는 속수무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엔 안수집사 선거 개표를 해야할 분들과 저녁을 함께 하고 곧 이어 개표활동에 참가했습니다. 맡은 직분이 있으니 꼭 참석해야 합니다. 안수집사 20명 선출을 위한 1차 투표에 대한 개표이니 일이 엄청 복잡합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밤 11시가 다 되었습니다.
잠시 눈을 붙인뒤 다시 일어나 주일 예배를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사과 반쪽과 아내가 먹다가 남겨 둔 닭고기 몇조각으로 요기를 하고는 아침 6시 45분에 출발하여 교회까지 걸어갔습니다. 한 25분만 걸으면 되니 당연히 걸어갑니다. 7시 반에 시작되는 1부 예배의 안내책임자이므로 빠질 수가 없습니다.
9시에 시작하는 2부 예배에는 대표기도를 담당해야 하니 다시 서둘러야 합니다. 10시에 마치고 이번에는 재정부실에 가서 예물 계수작업을 했습니다. 11시에 드리는 3부 예배에는 찬양대원으로서 하나님께 찬양을 드려야 하지만 주일 일정이 워낙 바쁘니 서둘러 다른 일을 했습니다.
12시에 3부 예배가 끝난 뒤에는 곧 이어 2차 투표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투표에 이어 다시 개표를 하고....... 오후 4시 반경이 되어서야 일단 개표가 끝났습니다.
5시에 끝난 오후 찬양예배 뒤에는 다시 3차 투표와 개표...... 일을 끝내고 나니까 오후 8시! 집에 오니 밤 9시가 되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거의 밤 11시가 되어서 잠이 들까말까 싶었는데 눈밑의 살이 자기 마음대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끙끙 앓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월요일 새벽 3시 반에 잠이 깼는데 그만 잠이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뒤척거리다가 일어나서 낯을 씻고 일을 조금 보다가 다시 새벽기도에 나섰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일본 여행기를 조금 끄적거리다가 서둘러 밥을 먹고는 출근했습니다.
학교 일도 그렇습니다. 학년말이니 일거리가 쌓인데다가 상부기관에 보고해야할 공문까지 겹쳐있으니 죽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지간하면 절대로 자습을 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므로 오후 3시까지 수업을 하고 서류를 만들어 보고를 하고 다시 직원전체모임에 참가했습니다.
교실로 돌아와서는 졸업을 앞두고 느슨해져 있는 개구쟁이들을 조금 다그쳐 하교시켜두고 퇴근해서 집에 와서는 쓰러지고 맙니다. 이게 사람사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바쁘게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아내는 이런 나를 보고 일중독증 환자라고 합니다만 아, 글쎄 놀면 뭐합니까?
그나저나 눈밑이 떨리는 것은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제 증상을 눈치챈 어떤 권사님께서 우황청심환보다 좋다는 귀한 한약을 챙겨 주셔서 어제 두개를 먹고 다시 피로회복제까지 먹었더니 이젠 조금 살만합니다. 잠시 몸이 빤한 것 같아서 다시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았습니다. 이런 병도 큰 병이지 싶습니다.
(잘못 오해하시면 엄청 바쁘게 산다고 자랑(?)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럴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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