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배 꼬여진 DNA 사슬 속에 너와 나의 특징을 짓는 정보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해.
나무는 나무대로 풀은 풀대로의 정보가 담겨져 있다는게 너무 놀라워.
계절이 바뀌면서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고 풀들이 사그라든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러면서 너와 나도 이 땅에서 언젠가는 죽음 너머 저편으로 가야한다는 것도 놀라워.
물질 덩어리 같은 육체 속에 생명이 스며들어 산다는 것도 신기해.
플라스틱과 쇳덩어리에 불과한 컴퓨터가 켜지면서 살아 움직이는 인공체처럼 정보가 처리된다는 것도 놀랍기만 해.
난 말이지 세상 물건 하나하나가 다 신비로움을 안고 사는 것처럼 보여.
시간이라는 게 흐른다는 것도 이상해.
공간이 존재하는 것도 더욱 신비롭고 말야.
나에겐 다 신기한 것 뿐이야.
너와 내가 같은 시간대 속에 살면서 부대끼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죽을 운명을 타고 났다는 것도 수상해.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는 만남은 따져 볼수록 이상하기만 해.
왜 네가 내 아들이고 네가 내 딸이며 네가 내 아내인지도 궁금해.
왜 내가 내 어머니의 아들이며 내 아버지의 아들인지도 궁금하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핏줄이 되는지도 이상해.
왜 너와 내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먹거리를 먹는지도 궁금해.
너무 이상하고 궁금한 것으로만 채워진게 사람살이 길 같아.
너와 나 죽으면 어디로 가는거지?
우린 같이 가게 되는 걸까? 아니면 헤어지게 되는 것일까?
잎 떨어진 목련가지에 내년 봄에 피어날 꽃망울이 달린 것을 봐. 왜 이미 생명이 예약되어 있는 거지?
네가 보기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무덤 사이를 걸어 온 나에겐 의미 깊은 말들이었어. 그러다가 나는 화들짝 다시 놀란 모습으로 현실로 돌아온 거야.
다시, 난 삶의 터로 돌아갈거야. 유치한 삶을 사는 하찮은 존재이지만 말야....... 안녕.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형! (0) | 2008.01.22 |
---|---|
ㅅ , ㅇㅎ, 그리고 박전도사에게 (0) | 2008.01.14 |
남국(南國)을 꿈꾸며 (0) | 2008.01.02 |
혼자만 마시는 차 (0) | 2007.12.30 |
지금 뭐 하냐구? (0) | 2007.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