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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혼자만 마시는 차

by 깜쌤 2007. 12. 30.

 

  

차 한잔 어때? 내가 대접하지 뭐. 창 밖 소나무 정원을 내다보며 마시는 차 한잔도 의미가 있지 싶어. 네가 좋아하는 오페라 아리아나 성악곡이나 클래식 음악이 있다면 신청해둘께.

 

 

 

 

 난 지금  몇가지 오페라의 아리아를 듣고 있어.  이런 날은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마당치가 않아서 그냥 우리나라 차를 하나 골라서 마실까 싶어. 물부터 끓여야겠지. 으음... 잠시 기다려. 물부터 좀 준비하고.....

 

 

 

 

 

 벌써 물이 끓기 시작하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곳이 보문관광단지의 특급호텔들이야.

 

 

 

 

 

 어젠 거기서 점심을 먹었어. 아는 분 자제의 결혼식이 있었거든. 돈없는 내가 무슨 재주로 그런 곳에 가서 점심을 먹겠어?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호수 물이 거칠었어. 그래도 운치는 그저 그만이었지.  몇군데를 보고는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렸어.

 

 

 

 

 

 버스 정류장 부근에 물레방아가 있어. 녀석이 돌아가는 봄에 한번 와도 좋고 단풍 곱게 드는 가을에 와도 좋아.

 

 

 

 

 

 폭포 물도 아직은 잘만 흘러내려. 경주는 네가 사는 곳 하고는 달라서 겨울에도 눈보기가 어려운 곳이야.

 

 

 

 

 나도향 님이 쓴 "물레방아", 기억나? 이젠 그런 문학작품들을 읽을 나이가 지났지만 제목은 잊어버리지 않고 있어.

 

 

 

 허리굽은 소나무를 잘 봐. 이젠 이런 나무를 보면 돈으로 따지는 습관이 생겼어. 이 정도 나무라면 상당한 값을 가질거야.

 

 

 

 

 한약재 냄새가 나는 차를 끓였어. 서재에 커튼을 치고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는 중이야. 소프라노 가수가 부르는 아리아가 마음을 후벼파는 것 같아.

 

 

 

 

 어제만 해도 날이 푸근했는데 오늘은 너무 차가워졌어. 나는 추운 날이 너무 싫어. 을씨년스러운 황량함도 싫어..... 잘 정돈되고 포근한 게 좋아.

 

 

 

 간결함과 요란하지 않은 화려함도 좋아. 너무 화려한 것은 질색이지. 야한 것도 피하고 싶어.

 

 

 

 

 가벼운 도회적인 것도 좋아해. 다음에 네가 온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 차대접하기는 어려워. 주머니가 너무 얇거든......  그러니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줘.

 

 

 

 

 그럼 다음에 만나.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네가 나에게 언제 온다는 말 한번 한적도 없었기에 만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살아.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으니 만나도 알길이 없지 않겠어.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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