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 내 블로그를 즐겨찾기까지 해주시면서 시답잖은 글을 꾸준하게 읽어주시는 분들은 내가 정말 무식한 시골선생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아신다. 그러길래 깜쌤이라는 블로거가 별로 가치있는 삶을 살지도 못하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멋진 글을 쓸줄도 모른다는 사실도 함께 아실 것이다.
오늘은 내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를 조금 꺼내볼까 한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은 첨단 과학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자료를 수집해둔 내 비디오장 속의 비디오 자료를 찍은 것이다. 가르치는 것이 직업인지라 교실 수업내용과 취미생활에 관련있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녹화해두거나 구입해둔 비디오 자료들인데 세월이 가면서 제법 갯수가 늘어 아예 비디오장을 하나 주문 제작 구입해서 보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리버리하기만 한 내가 어쩌다가 복을 받아서 싱크대 사업을 하는 제자에게 칫수를 불러주어 실비로 주문 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모은 비디오 숫자만 해도 거의 400여개에 육박하는데 영화를 녹화한 경우 비디오 한편에 3편의 영화가 들어가니 어지간한 명작 영화는 제법 모아놓은 축에 들어간다.
1930년대의 명화부터 시작해서 골고루 구색을 맞추어가며 구비해두었으니 그리 만만한 자료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상당히 어리버리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관심분야에는 무엇이든지 알고자 하는 지적인 욕구가 강한 사람이므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교육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녹화를 해두었다.
내 서재의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비디오장 속에는 내가 정말 아끼는 자료들이 간직되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어지간하면 이 비디오들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 빌려주면 안돌아오는 경우가 많았기에 생각해낸 원칙들이다.
별다른 책도 없지만 모아놓은 책도 어지간하면 안빌려준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책 빌려주었다가 못받은 경우가 '억수로 수두룩뻑뻑하고 천지 삐까리에다가 항거석'이기 때문이다. 분홍색으로 된 말은 경상도 사투리인데 아주 많다는 뜻이다.
귀한 자료들을 녹화하기 위해 밤잠을 설친 적도 많았고 어떤 때는 하루종일 예약 녹화를 해가며 모은 자료들이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NHK 방송국이 주관해서 터키의 이스탄불과 아라랏산, 카파도키아 지방을 생방송을 하며 집중 탐구한 것과 영국의 세익스피어 고향 지방과 운하의 모습을 세밀하게 고찰한 것들이다.
내 나름대로는 그런 자료들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가며 투자한 셈이다. 모자라는 용돈을 쪼개어가며 공(空)비디오를 사야만 했으니 쏟아넣은 돈만 해도 제법 될 것이다. 그것 뿐이랴? 배낭여행을 갈 때마다 찍어둔 필름 사진만 해도 엄청나다. 그것을 모아둔 앨범만 해도 십수권이니 내 서재에는 남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귀중한 자료들이 제법 모여 있는 셈이다.
최근들어 한반도를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운하의 타당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줄기차게 오르내리는 모양이다. 나는 무식한 시골 선생에 지나지 않으므로 운하 건설 사업이 과연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할만한 지식도 없는 사람이고 그게 얼마나 엄청난 환경재앙을 불러올지 얼마만한 산업효과와 부가가치를 불러 올지에 대해서는 무식하며 캄캄하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한다.
하지만 남의 집 귀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내 입장에서 볼때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싶다. 운하 건설의 타당성 여부를 이 자리에서 논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운하 건설에 관한 논의는 창조력과 창의성, 그리고 상상력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가 못살 때는 남이 해놓은 일을 흉내만 내고 살아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남 뒤따라만 가도 먹고 살 수 있었고 앞서 나가는 모델들을 잘 선정하여 벤치마킹만 해도 그럭저럭 따라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에 다달았다고 본다.
앞서가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먹고 살길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기에 새로운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을 해본다.
경부 고속도로를 처음 만들때를 나는 기억한다. 고속도로 공사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당시에는 국회의원으로 계시다가 나중에는 대통령까지 하셨던 모모씨 같은 분도 나서서 적극 반대하지 않았던가? 하기사 20세기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일컫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도 해군장관으로 있을 때 터키의 겔리볼리(갈리폴리) 반도 상륙작전 구상을 실행으로 옮겼다가 대참패를 당하지 않았던가?
상상력이 빈곤한 사람들이 가득한 나라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문맥을 가지고 운하 건설론자로 판단하지는 마시기 바란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바닷가 벌판의 수로 정도보다도 작은 실개천을 천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두면서 조금씩만 손질하여 뱃길을 만들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영국의 사례를 일본 NHK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보며 무릎을 친것이 벌써 오래전이다.
"아하,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저런 식으로 이용해도 되는구나."
철도 위로, 도로 위로 통과하는 운하는 또 어떻고? 세상살다가 배가 기찻길 위로 도로 위로 지나간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 이야기였는데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할말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로마인들이 도시에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2천년 전부터 이미 수로(水路)건설에 열을 올렸던 것은 또 어떤가?
나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과는 대화하기조차도 싫어한다. 물론 찬성을 위한 찬성을 하는 사람도 싫어한다. 사안에 따라 자기 의견을 명확하게 밝히고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므로 지나친 이념과잉도 싫고 맹목적인 개발과 환경파괴에 대해서도 질색을 하는 사람이다.
환경보호라고 해서 그냥 가만히만 놓아두고 무조건 보존을 외치는 것도 싫어한다. 머리만 잘 쓰고 신중하게만 잘 판단하면 얼마든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경주라는 고적도시에 한 30년 살면서 느낀 점이 바로 그것이다.
바로 위의 사진 2장과 아래 사진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이다. 잘 아시다시피 잘츠부르크는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적도시이기도 하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작은 강에는 배들이 다니며 관광객을 쏟아낸다.
유럽의 강들은 대체로 수량이 풍부하다고 한다. 갈수기에 쉽게 바닥을 드러내는 우리나라의 일부 강들과는 근본적인 조건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를 하는데 1970년대를 거치면서 산림녹화가 성공한 뒤로는 그래도 꾸준히 물이 흘러 내리는 것을 보면 예전과는 조건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이 사진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관통하는 국제하천 다뉴브 강이다. 여기엔 제법 대형의 배들이 다닌다. 잘 아시다시피 다뉴브(=도나우) 강은 몇나라를 흘러서 흑해로 들어가는 강이므로 개발과정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히는 나라들끼리 시비가 붙기에 딱 알맞은 조건을 갖추었다.
헝가리 수도인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움은 다뉴브 강 때문에 나온다는 말도 틀린 표현은 아니지 싶다. 통행하는 배들을 자세히 보면 바닥들이 넓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배들의 규모는 어떤가?
우리의 한강도 아주 멋진 강이라고 여긴다. 군사적인 이유와 다른 몇가지 이유 때문에 한강하류에서 서울로 배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경주 시가지 한쪽으로는 형산강이 흘러 안강을 거친 뒤에 포항으로 들어간다. 경주와 포항 사이에는 안강이라는 작은 읍이 있는데 안강에는 양동민속마을과 옥산서원등 다양한 볼거리가 산재해 있어서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다.
울산, 경주와 포항을 이어주는 산업도로는 전국 최고의 사고 다발(多發)구간으로 유명하고 사망 비율도 최고 수준을 기록한다고 하는데 형산강을 잘만 이용한다면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겠고 경주-포항간이라는 짧은 구간이지만 물류수단으로도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위 사진은 태국의 아유타야에서 본 풍경을 찍은 것이다. 아유타야는 방콕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도시인데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고적도시로서 4면이 모두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주 독특한 곳이다. 사진을 보면 거대한 운반선이 엄청난 규모의 화물을 운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이든지 활용하기 나름이라고 보는데 어느 정도로 환경을 보존해가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개발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 문제들이야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똑똑한 양반들이 잘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니 무식한 내가 가타부타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아주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지난 몇년간 하는 일들을 보면 어설프게 판단해서 되지도 않게 추진하는 모습들을 보기도 했기에 신뢰도가 무너진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시시한 얼치기 선생이긴 해도 멋진 실력을 바탕으로 해서 창조적인 발상을 하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일만 잘 하면 납세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는 다하는 것이라보고 해댄 이야기이니 널리 이해하시기 바란다.
하도 많은 분들이 다양하게 자기 의견을 쏟아내는 것을 보았기에 민감한 문제인줄 알지만 그냥 한번 지껄여본 것이니 그렇게만 아시기 바란다. 운하 건설 문제의 타당성에 대해 토론을 요구하는 것은 절대 사절한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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