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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노동, 감사(監査), 책, 그리고 감사(感謝)

by 깜쌤 2008. 1. 4.

 

한반도 서쪽 동네엔 큰 눈이 내렸다고 아우성이건만 경주 쪽으로는 눈꼽사리만한 눈 한송이도 보지를 못했으니 좁다는 국토 속에 무슨 이런 불공평한 경우가 다 있는가 싶다.

 

어제 오늘 오전엔 분재원에 가서 노력봉사를 했다. 착하기 그지 없는 주인 양반이 운영하는 분재원이니 해마다 정초에 바닥 청소나마 해서 은혜를 갚으려는 것이다. 내가 즐겨해서 하는 일이니 이런 것은 노동축에도 안들어가리라.

 

나는 천성이 반듯한 것을 좋아하므로 남의 농장 가게에 가서 그리하는 것이 옳지 않은 줄은 알지만 주인 양반 또한 내 천성을 이해해주니 즐거운 마음으로 거드는 것이다. 바닥에 수북하게 자라다가 말라 비틀어진 풀을 삽으로 정리하고 집에서 가지고 간 몽당 빗자루로 진열대와 바닥을 쓸었더니 금방 말간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 

 

모처럼 해본 노동이니 피로감조차 느끼질 못한다. 주인 양반이 라면이라도 끓여내어올까 싶어서 얼른 자리를 피해 집으로 돌아와서는 책속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평소에 자주 어울리는 같은 시내 블로거 한분이 바로 집 앞에서 전화를 해서는 책을 한권 내밀고 그냥 가신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아시는지라 어렵고 귀하게 구한 책을 주시니 콧등이 시큰해진다. 연꽃을 사랑하는 어떤 분이 지으신 책이라는 것을 그분의 블로그 글 가운데에서 읽었는데 그 책을 내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밖에도 안나가고 책속에 코를 박고 있었더니 머리가 띵해져 오기 시작했다. 우리집 방 한칸은 연탄불을 피워서 데우는 방이니 아랫목이 제법 따끈했기에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읽은 것이다. 서재의 독서용 큰 의자나 안락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어도 되지만 섭씨 6도까지 떨어지는 싸늘한 공기 속에서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았으니 자연히 따뜻한 방바닥이 그리워졌던 것이다.

 

졸다가 책을 보다가 하고 나니 머리가 안 아플수가 없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는 오후 5시가 된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이젠 저녁 행차를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 감사장에 들어섰더니 교회 행정실장님과 간사님이 감사 받을 준비를 하시느라고 정신없이 바쁘시다. 어쩌다가 졸지에 감사를 해야하는 그런 자리에 앉게 되었으니 잘하든 못하든 간에 맡은 일은 처리를 해두어야 했다.

 

교회 재정 운용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진다. 나라 살림 살듯이 연말이 되면 예산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다음해 예산 계획을 수립하여 회의를 거쳐 통과시키기도 하고 회계연도 안에 지출된 금액에 대해서는 철저한 증빙서류를 첨부하여 감사위원으로 하여금 감사를 하게 하는 것이니 어지간해서는 속일 도리가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연말 세금 정산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성도들이 일년간 헌금한 액수도 컴퓨터에 자료를 모두 다 저장해두었다가 그를 근거로 해서 기부금증명서를 발급한다. 아무렇게나 함부로 부정발급을 하거나 임의로 쓱싹거릴 처지가 아닌 것이다. 확실히 이젠 세상이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

 

교회는 예산 지출에 관한 사항도 보통 두달마다 제직회라는 것을 열어 참석한 모든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여 보고를 하고 재정 상태를 알게 해 준다. 그러니 아주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이지만 잘 모르는 분들은 아무렇게나 돈을 펑펑 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스도교와 교회를 혹독하게 매도하고 비판하는 인터넷 글들을 대할때마다 가슴이 저릴 정도이다. 감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거의 밤 12가 되었다. 너무 피곤하고 힘이 들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뿌듯한 감사함으로 넘친다.

 

 

 

 

 

 오늘 새벽에도 나가야 하건만 감기 기운에다가 피로가 겹쳐 나가질 못했다. 그러니 내가 날라리가 다 된 것같은 기분이 든다. 오전엔 다시 한번 더 분재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다. 빗자루를 사러 가면서 지나치게 되는 가게의 주인 내외가 가구 배달을 가기 위해 트럭에 짐을 싣고 있는 것을 보고는 슬쩍 끼어들어 도와준다.

 

 

 

 

 

  

물건을 주문한 고객에게 드리기 위해 주인 아주머니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양갱 케익이 너무 그럴듯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분재원으로 가서는 어제 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청소를 해드리고 집에 와서는 다시 책에 파묻힌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의 여유인지 모른다. 나는 이런 생활이 좋다. 약간의 여유와 적절한 노동과 헌신, 그리고 봉사활동이 있는 생활 말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거의 다 훑어보았다. 일본인 괴짜 특유의 입담과 재치, 그리고 낭만이 기가 막히게 묘사되어 있는 책이다. 주인공의 방랑벽은 나와 좀 비슷한데가 있지 싶다. 이젠 다시 저녁을 먹기 위해 집을 나가야 한다. 한양에서 내려온지 사흘째 되는 아들 녀석과 모처럼 한끼를 함께 하기 위해서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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