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하기 전에 작년과 올해 신규 발령을 받은 새내기 선생님들을 모시고 시범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범수업이나 수업공개, 연구수업, 수업연구 등의 이름으로는 젊었을때부터 수도 없이 해왔으니 이젠 이력이 붙을대로 붙어서 그런지 두렵거나 떨리는게 없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그런 종류의 수업에 굉장한(?) 부담을 갖는 듯 하지만 저는 그런게 별로 두렵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훈련시켜 둔 그대로만 하면 되니까 아주 편합니다. 제 성격에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아이들과 짜고 하는 그런 수업을 하는 것은 죽는 것 만큼이나 싫어합니다.
선생은 좋은 인격을 가지고 수업 잘하고 아이들 생활지도를 잘하면 기본은 하는 직업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수업공개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보고 있으므로 누가 무슨 요구를 해도 어지간하면 들어주려고 합니다.
새내기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므로 약간의 부담은 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번에는 제가 평소에 가르친 저희 반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하지 않고 아무 반이나 찍어주면 선택된 반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런 일은 일종의 모험이기도 합니다. 중고등학교같으면 다른 반 수업은 자연스런 것이므로 말을 잘듣고 분위기 좋은 반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공개를 하면 되지만 초등학교는 그런 것이 아니므로 모험이라면 모험인 것입니다.
결국 6학년 8개 반 가운데 제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을 뺀 나머지 7개 반 중에서 연구부장 선생님이 택한 반 아이들을 데리고 음악 수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음악 전담교사가 따로 있어서 음악 수업을 할 일이 없었으므로 더욱 더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 된 것이죠.
지난 11월부터 선생들에게 지급되는 성과금 때문에 말들이 많았습니다. 선생들을 3등급으로 나누어 성과급을 차등지급하겠다는 것인데 알고 보면 웃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회사나 다른 공무원들과 달라 초등학교 선생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어쨌거나 평가를 해서 성과급을 차등지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니 말은 안해도 모두가 최하 등급을 받기는 싫었을 것입니다.
성과급 지급 회의를 끝내고 난 뒤 저는 개인적으로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최하등급을 줄 선생이 없으면 거기에 제 이름을 넣어달라고 요구를 했습니다. 남이 나를 최하등급으로 여기건 말건 그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아주 교만한 자랑같지만 저는 젊었을 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과 생활지도에는 남에게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거의 해보지 않고 살았습니다. 한학년 어린이가 500명 가까이 되는 학교의 아이들도 손신호만으로도 통제가 가능했고 수업연구는 부지기수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로 상을 받거나 표창을 받은 일은 거의 없으니 그런 것으로도 기록아닌 기록(?)을 세웠지 싶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지만 제가 젊었을 때엔 교직 사회에도 추한 면이 많았습니다. 그런 모습에 환멸을 느낀 나는 일찍부터 승진하는 일에 마음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정직한 방법으로 열심히 해서 승진하신 분들을 모독하고자 하는 뜻은 조금도 없으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기에 최하등급을 받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어느 반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을 하라고 해도 해보겠다고 나선 것이죠. 정해진 반 아이들에게는 하루 전에 찾아가서 내일 나와 함께 손님들을 모시고 수업을 할 것이라는 예고를 하고 준비물로 리코더와 멜로디언만을 챙겨오라고 이야기를 해두었습니다.
그런 뒤에 수업을 했었습니다. 결과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제가 잘했다고 하면 자화자찬이 되니까요. 어쨌거나 나는 만족했습니다. 평가는 훗날에 아이들과 새내기 선생들이 하게 될 것이니 그분들에게 맡겨야지요.
이제 나는 좀 더 떳떳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고 알아주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창조주 앞에 흠잡힐 일이 적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살아가는 것이므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욱 더 조심스러워지고 두렵고 떨리기만 합니다. 바르게 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이니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자꾸만 힘들어집니다.
(글 속의 사진은 이번 수업과는 관계없는 장면들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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