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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지금 뭐 하냐구?

by 깜쌤 2007. 12. 28.

지금 뭐 하냐구?

그게 그리 궁금해? 혼자 차 마시고 있어.

오전엔 기차 타고 시골 가서 어머니를 뵙고 왔어.

 

 

 

어머닌 혼자 시골에 계시잖어.

시골 역에 손녀와 달랑 둘이만 내리는 모습이 마음을 아리게 했어. 어머니 사시는 동네엔 기차가 안 서고 그냥 지나쳐 버려.

 

 

 

 

 

 

객실 다섯칸을 연결한 기차 제일 앞머리엔 나 혼자만 타고 갔어. 그러다가 다음엔 이 기차마져도 사라질까봐 겁이 났어.

 

 

 

 

어머니가 사시는 시골 가장 가까운 역엔 또 내 혼자만 내렸고 중늙은이 한분만 타더라. 화물열차는 제 혼자서 꽁무니빼버리고..... 

 

 

 

 

오늘은 겨울비가 내렸어.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이젠 기차도 기적소리 없이 그냥 출발하더라. 그게 왜 그리 허전하던지 몰라.

 

 

 

 

 

나 혼자서 개찰구를 지나가는데 표를 받는 분도 안계셨어. 그냥 차표 모아두는 통에 던져두고 나가면 되.

 

 

 

 

 

 

대합실엔 풍금이 앉아 있었어.

이젠 풍금 보기도 어렵지 않아?

 

 

 

 

 

다른 날 같으면 기차 시간 맞춰 시골 택시도 오더니만 오늘은 그런 일도 없었어.

 

 

 

 

빈 의자엔 무심함만 가득했어.

 

 

 

 

 

 시골 역 앞 여관에 손님이 드는지 몰라. 혼자 묵으면 좋을 것 같았어. 보고 싶은 책 몇권 들고 묵고 싶었어.

 

 

 

 

두시간 동안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내려가는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허겁지겁 집을 나서야 했어. 시골 버스 정류장엔 자전거가 세월을 태우고 있었어.

 

내 지갑속 공중전화 카드도 이젠 점점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중이야.

 

 

 

 

 

어머니는 저기 산 밑 어드메쯤 살고 계셔. 그런데 말야 왜 자꾸 마음이 울컥울컥하는지 몰라. 눈물도 솟아오르고 말야.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은 유혹을 받았어. 너도 알다시피 내가 술 끊은지 오래 됐지 않아? 한때는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살았던 내가 술을 끊은 것은 기적같은 일이야.

 

 

 

 

 

시골 동네엔 고요함만 가득했어.

 

 

 

 

 

애들 울음소리가 안들린지 오래 된 것 같아.

 

 

 

 

예전에 손님 가득했던 플랫폼엔 모래주머니들이 줄을 지어 앉아있었어.

 

 

 

 

 

 

시골 역사 한구석엔 단지가 모셔져 있었지.

 

 

 

 

 

 

역무원이 타고 다니는 것일까? 그냥 비를 맞고 있었어.

 

 

 

 

 

 

장식품이 된 풍로가 나에겐 정겨움으로 다가왔지만 요즘 아이들은 저게 뭐하는 것인지도 모를거야.

 

 

 

 

 

돌이켜보면 정말 많이 산 것 같아. 암 많이 살았고 말고......

 

 

 

 

차창 밖으로 내빼는 논밭들은 세월을 갉아먹는 것 처럼 보였어.

 

 

 

 

 

 서재에 촛불을 켜두고 혼자 앉아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글을 쓴다니까.....  이젠 내가 뭘 하는지 덜 궁금해? 그럼 안녕!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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