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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시골로 갈까보다

by 깜쌤 2007. 11. 11.

 

사람이란게 참 요상한 것이어서 나는 편하고 좋은데 살면서도 남들은 옛스런 곳에서 불편하게 살아주는 그 모습을 보며 향수를 느끼는 존재이지.

 

 

 

 

 

싸리나무 대나무 잔가지로 울타리를 둘린 텃밭을 앞에 두고 자잘한 농사 간단히 지어가며 짚올린 지붕 밑에서 자연을 벗삼아 사는 즐거움이 크다고 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불편하고 힘드는게 시골살이이기도 하지.

 

 

 

 

 

 

텃밭에 심은 콩을 타작하는 것도 실재로 해보면 힘들고 괴로운 것이지만 옆에서 보는 것은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법이고.....

 

 

 

 

 

 

맨드라미가 닭벼슬마냥 붉게 피어나고 샐비어가 계절 잊어먹은듯이 시도때도 없이 피어댄다고 시골살이가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 

 

 

 

 

 

사립문도 없이 다열어 놓고 살며 닥종이 한장 달랑 바른 안방문 한짝 밖에 없는 시골집이 낭만적이어도 해코지하려 드는 인간들 앞에는 대책이 없는 곳이기도 해.

 

 

 

 

 

 

사실 말이지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가지겠다는 욕심 다 버리고 선량하기만 하다면 이런 간단한 살림살이가 얼마나 편안하고 좋을까 싶기도 해.  

 

 

 

 

 

 

사랑방 댓돌 부근 신발을 봐서는 영감님이 거처하시는 것 같아.  젊었을 땐 몰랐는데 나이들어 보니 사랑채가 필요하고 그거라도 없으면 사랑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피끓어오르는 젊은 날에 부부간에 각방 쓰라면 누가 좋아하겠어? 따로 방쓰기 위해 결혼했느냐고 볼멘 소리 할 사람 많을거야.   

 

 

 

 

 

 

 

처가와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고 했지만 요즘 그렇게 살면 이혼당하기 딱 알맞아. 처가는 가까워서 얼굴 자주 들이밀어야하고 화장실은 방마다 있는게 편한거야.

 

말이 났으니 말인데 네가 시골 화장실을 한번이라도 사용해본적 있어? 칼바람 쌩쌩 불고 얼음 꽁꽁 어는 차갑디 차가운 한겨울 밤이나 문고리를 잡으면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는 춥기만 한 새벽이나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기조차 귀찮은 춥디추운 이른 아침에 화장실 한번 다녀오는게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네가 알지 모르겠다.

 

 

 

 

 

 

 

없이 사는게 얼마나 괴로운지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법이지. 책이 너무 읽고 싶어서 활자가 너무 그리워서 신문지로 사방 벽과 천장까지 도배한 친구집이 너무 가고 싶어 무시로 핑계대고 놀러가본 기억이 있어.

 

공납금 빌리러 다니던 젊은 날의 엄마 얼굴이 눈앞에 삼삼한 것은 왜 그럴까? 난 없이 사는 것은 정말 싫었어. 너무 괴로웠거든. 

 

 

 

 

 

 

 

 

하긴 말이지 마음 비우면 한적한 시골살이가 그지 없이 좋은 법이야. 집도 현대식으로 개조하고 적당한 문명의 이기를 들여놓고 여유작작하게 즐기면서 살면 더 없이 좋은 법이지. 그래서 말인데 나도 이젠 시골로 가고 싶어.  

 

 

 

 

 

 

 

뜰앞에 호박구덩이도 파고 거름 듬뿍 넣어 길러서 애호박으로 전도 부치고 송송 썰어 넣어 된장찌게도 끓여 먹으면서 살갑게 살고 싶어. 이젠 도시 생활이 싫기도 해.

 

 

 

 

 

 

도둑 지킬 일 없는 누렁이가 삽짝(사립짝) 앞에 납짝 엎드려 한가롭게 졸아도 좋은 그런 곳에 살고 싶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파트 값 올랐다고 희희락락할때도 내 배 부르고 등 따스면 만족하게 살 수는 있어. 내가 아파트 안살면 값 올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 아니겠어? 

 

좋은 차타고 맛있는 것 먹는다며 제법 돈있는 사람 거들먹거려도 내가 안보면 나와는 일없는거지. 대처(大處)로 나간 딸아이와 아들 녀석 사는게 힘들어서 그렇지 아파트 값이 하늘로 치솟은들 그게 나랑은 무슨 상관이야? 

 

 

 

 

 

인생살이 마음먹기 나름이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게 문제지. 문제지. 암, 문제고 말고......

 

 

<사진찍은 곳이요? 궁금하시다면 알려드립니다. 아름다운 곳이죠.>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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