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나라(일어나거라). 미띠기도 띠더라(메뚜기가 뛰더구나). 나락 비야댄다(벼를 베어야 한다). 오늘 몬비마(베지 못하면) 일이 밀리는기라."
청년의 때, 가을날 아침마다 듣는 소리였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씀하실 분이 안계십니다.
"사람이 게타부누마(게으르면) 먹을기 업는기라. 일나라. 나락비러 가자."
기차를 타고 어머니께서 혼자 계시는 시골을 다녀왔습니다. 직장에도 하루 휴가를 얻어 다녀올만큼 절박한 사연이 있었기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차창 밖은 가을로 가득했습니다. 황금들녁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10월 26일이라면 어지간한 추수는 끝나야 하는 것이지만 벼를 베어내지 않은 곳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가을비가 내리고 난 후여서그런지 온 산천에 황금색이 더 짙게 배어 있었습니다. 풍요로움은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큰 선물이라고 여겨봅니다.
남쪽 지방이 단풍 드는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제법 울긋불긋하게 물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가을 벌판을 보며 행복을 느껴야 정상이지만 논을 보고 돈으로만 계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서글퍼집니다.
나락농사를 지어서 수지를 맞추기는 힘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그러길래 농부들은 작목을 바꾸어버리는가 봅니다.
영천과 건천 지방 부근엔 포도밭이 가득합니다. 벼가 자라던 곳에 이제는 포도가 자라는 곳이 많지만 소득은 어떤지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계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차도 잘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매인 몸이어서 그런지 자꾸 순종적으로만 되어가는 것에 익숙해진 기분이 듭니다.
다시 내 삶의 터전에 다시 가까이 다가섭니다. 또 열심히 살아야지요. 어쨌거나 산천에는 가을이 스쳐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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