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남대문시장과 동대문 시장이 있다면 부산에는 자갈치 시장이 있고 대구에는 서문시장이 있습니다. 포항에는 죽도 시장이 있는데 포항이라는 도시가 커지면서 이젠 이 부근에서 제법 널리 알려진 시장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한창 뜨고 있는 초대형할인점들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싶습니다. 그래도 굳이 재래시장을 찾아나서는 것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부대낌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유중국인들에게는 의미가 깊은 날인 10월 10일. 쌍십절인 어제(그러고보니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일도 10월 10일이네요) 포항 죽도 시장에 다니러 갔습니다. 포항은 항구도시이니만큼 횟감도 다양하고 볼꺼리도 많습니다.
대구와 포항 사이에 고속도로가 연결되고 나서는 대구 사람들이 싱싱한 회를 잡수어 보기 위해서, 혹은 횟거리를 장만하기 위해서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바다내음이라도 맡아볼까해서 잠시 나오는 길에 많이 들러보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죽도 시장 경기는 살아나게되어 좋아졌지만 대신 경주를 거쳐가게 되어있는 감포는 엄청난 타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제가 사는 경주와 비교해서도 일단 포항의 생선값이 저렴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경주 부근에도 감포라는 좋은 항구가 있긴 하지만 생산물의 상당부분은 어시장 규모가 더 큰 울산이나 포항으로 몰려가는 것 같습니다.
바닥에 깔아놓은 문어를 막대기로 탁 치니까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러니까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말이 됩니다. 강누구누구씨가 치안본부장으로 있을 때 대학생 박종철군의 사망을 두고 "탁 치니까 억하고 죽어버렸다"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그 생각이 납디다.
오랫만에 고래고기를 보았습니다. 고기를 파시는 아줌마께서 고래 이빨이라고 하기에 찍어보았습니다. 역시 시장인심은 푸근해서 좋습니다.
사람들과 물건들로 바글거리기만 하던 곳을 툭 터서 깔끔하게 정비를 했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니 한결 돋보입니다. 장사하시는 분들도 더 친절해진 것 같습니다.
포항이니까 아무래도 오징어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징어가 흔하게 많이 잡히는게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자꾸 따뜻해진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라니 걱정이 앞섭니다.
새우젓은 서해산이 그래도 한수 위인가 봅니다. 산지를 물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새우 젓갈을 보니 슬금슬금 도야지고기(=돼지) 생각이 납니다. 잘 익힌 수육에다가 마늘 한조각과 땡초 한조각, 새우젓 조금을 올린 뒤 된장까지 올려먹는 그 맛! 해물이 많은 곳에서 육미(肉味)를 생각하는 나도 좀 우스운 사람입니다.
이젠 고무신도 알록달록하니 예쁘기만 합니다. 하얀 여성용 코고무신과 남자용 까만 고무신을 구경하기가 왜 그리 어려운지요?
다슬기를 삶아서 곁에 두고 바늘로 속을 콕 찍어 빼내어 모아서 국을 끓이면 정말 시원한 맛을 냈습니다. 1급수에 산다는 다슬기가 생산되는 것을 보면 어딘가에 물맑은 골짜기가 있다는 말이겠지요. 사실 포항 부근 어느어느 계곡은 물이 너무 맑아서 소개를 해드리고 싶지만 내년 여름과 그 다음 해를 생각하면 자제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송이버섯도 시장에 나와있네요. 금값만큼 나간다는 송이를 보니 침은 꼴깍 넘어갑니다만 서민이 돈을 내고 선뜻 사먹어 보기엔 어딘가 부담스럽다는 생각부터 앞섭니다.
자연산 멍게도 이젠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포항과 인접한 영덕의 우렁쉥이(=멍게)가 한때 유명하긴 했었지요. 이젠 시중에 출하되는 것들은 어지간하면 모두 양식 멍게이지 싶습니다. 멍게를 까서 물에 헹구어 낸 뒤 초장에 찍어먹는 그맛은 정말 일품이었는데요.....
새우는 또 어떻고요? 새우도 종류가 워낙 많으니 함부로 이야기하기가 뭣해집니다. 그나저나 왜 이리 색깔이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러시아산 킹크랩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저 녀석은 아직까지 맛을 보지못했네요. 껍질이 울룩불룩한것이 제법 험상궂게 생겼습니다.
으흠.... 대게라고 하더이다. 대게!
나는 아직까지 어느 녀석이 가자미인지 넙치인지 구별을 할줄 모릅니다. 눈이 왼쪽으로 몰렸으면 가자미, 오른쪽으로 몰렸으면 넙치라고 합디다만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니 알아맞추기가 그리도 헷갈리네요.
우리집 부근에도 참가자미 횟집이 제법 있는데 그녀석은 또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미주구리라고 부르는 물가자미라는 녀석도 있더군요.
이 녀석은 돌돔입니다. 한때는 이 녀석을 낚아보겠다고 설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꿈은 다 접었습니다. 낚시 방송을 보니까 잡는 것이 장난이 아니더구먼요. 장비하며 채비가 보통수준은 확실히 넘어가니 나같은 가난뱅이 처지에는 차라리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낫지 싶습니다.
어선이 들어오고 난 뒤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고등어가 바닥에 그냥 쏟아져 내렸습니다. 3마리에 5,000원이었다가 나중에는 4마리에 오천원으로 떨어지더군요. 안동 간고등어 생각이 납디다.
한쪽에선 조금전까지 바다에서 헤엄치던 고등어들이 삶을 마감해가는 동안 같은 바다를 뒤지던 갈매기들은 무심하게 가을 하늘을 쪼고 있었습니다.
물길을 가로지른 다리발 사이로 어선이 지나갔습니다. 당연히 우리들은 횟집으로 올라갔고 가을 전어회와 가자미회를 신나게 먹어치웠던 것입니다.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0) | 2007.10.19 |
---|---|
감따간 양반! 자수하시오~~ (0) | 2007.10.17 |
Happy Mam님을 위하여 (0) | 2007.10.03 |
나비와 이별하기 (0) | 2007.10.02 |
조문국을 아시는지요? (0) | 2007.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