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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소망두기

by 깜쌤 2007. 9. 10.

 

이제는 다음 만날 다짐조차 없이 헤어진다는 것도 별로 두렵지 않아.

 

 

 

 

 

 

 

 

 

 

한때는 너와 내가 사람살이에서 아무런 작은 끈맺음도 없이 그냥 남남으로 산다는 것이 죽기만큼이나 싫기만 했어.

 

  

 

 

 

 

 

 

 

 

 

 

쉴틈없이 돌아가는 사람 사이 속에서 사는데 지쳐 어쩌다가 가끔 한번은 그리워할 사이도 없이 얼굴조차 잊어버리고 살았던거야. 되새김질을 잊어버린 늙은 황소처럼 살았던거지.

 

 

 

 

 

 

 

나이 먹어가는 것도 모르고 사는 동안 내 마음 한구석부터 돌멩이처럼 차가워지고 단단해오는 줄을 까맣게 몰랐어. 따뜻한 정감 사라져 가는 것조차 세상살이의 나이테 정도로만 여겼어. 말도 안되게 너무 어리석었지.   

 

  

 

 

 

 

 

 

 

 

세월 흐름이 내 마음 속에 자잘한 잔무늬를 새기며 덮고 지나가는 동안에도 널 향한 그리움 한조각 꺼내들고 다시 바라보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던거야. 

 

 

 

 

 

 

 

 

 

 

 

그냥 그냥 무심했었어. 유리창 너머로 봄이 오고 가고 가을이 왔다가 가고........  다시 봄이 왔었고 가을이 갔었어. 

 

 

 

 

 

 

 

 

 

 

 

어쩌다가 한번씩은, 정말 가끔씩은 기억의 조각을 짜맞추어보기도 했지만 어디서부터 어그러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어.

 

 

 

 

 

 

 

 

 

 

나이 헤아리기조차 잊어버렸던 거야. 얼마나 살아왔는지도 몰랐는데 문득 보니 내 앞에 남은 날이 살았던 날보다 적게 남은거야.

 

 

 

 

 

 

 

 

 

 

 

곳간 드나들며 곶감 빼먹듯이 야금야금 먹어치운 세월들이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금이 쩌억 가버린 거울 속 내 모습 속에서 찾아냈어. 

 

 

 

 

 

 

 

 

 

 

 

 

그렇다고 해도 난 아쉬워하진 않을거야. 번데기가 죽은 것처럼 보여도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남을 알기 때문이야.

 

 

 

 

 

 

 

작은 벌레들에게 조차도 그런 희망을 남겨두신 그 분이 비록 별 것은 아니라고 해도 너와 나의 애틋함을 그냥 허무하게 던져 두실리가 없거든.

 

  

 

 

 

 

 

 

 

저 모퉁이 돌아가면 비록 끝없는 낭떠러지가 있다고 해도 아직 우리 가슴에 소망의 작은 불씨 하나 남겨 두었기에 오늘이 소중하고 내일이 기다려지는거야. 

 

 

 

 

 

 

 

 

 

 

 

 

맑은 세상 한살이가 그지 없이 고마왔기에 나는 한번 사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기만 해. 어쩌면 덤으로 얹어주시는 삶이 모퉁이 너머에서 우릴 기다릴지도 모르기에 나에게는 오늘 하루도 정녕 아름답기만 했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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