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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왔다가기

by 깜쌤 2007. 9. 9.

남보기엔 별 것도 아닌 골짜기이고 논둑길이고 밭고랑일지라도 어떤 이에겐 사람살이 한평생이 스며든 장면일수도 있어.

 

오늘 네가 스쳐지나가는 굽이진 한줄기 길 속이 어메에게는 한스런 길이 될수도 있고 아부지에게는 눈물맺힌 한서린 길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해.  

 

 

 

 

 

 

담긴 물은 그때 물이 아니었더라도 못 물 속에 거꾸로 비친 하늘은 예부터 그대로였어. 그 하늘 속엔 아버지의 아버지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꿈꾸던 사연들이 입 다물고 마냥 담겨 있는 법이야. 

 

 

 

 

 

 

아버지, 또 아버지의 아버지, 또 다시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사연 안고 함께 묻힌 산자락을 돌아가는 발걸음이 길마다 소복이 쌓여있고 둑마다 오롯이 묻혀있고 하늘자락마다 그득이 담겨 있는 법이야.

 

 

 

 

 

 

 작년에 함께 했던 아버지의 발걸음을 올해는 산길에 그냥 남겨 두고 왔어. 아버지가 디딘 발자국이 세월 속에 묻혀버리고 논둑길 두드리는 빗방울 속에 녹아 스며들었다고는 해도 가슴 속에 새겨둔 발자욱만은 어쩔 수가 없어.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내가 걷고 내가 걸어간 이 길을 아들 녀석이 걷고..... 딸 아이가 걷고...... 그러다가 나중엔 아무도 찾아보지 않고 걸어보지않을지라도 산이 그대로 지켜보고 바위가 그대로 지켜볼 터이니 아쉬울 것은 없어. 아쉬울 것은 없어.

 

 

 

 

 

 

 아버지와 할머니가 터잡고 살았던 집터도 이젠 거름더미가 되어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어도 아쉬울게 없어. 가슴 속에 살아 있으면 되거든..... 가슴 속에 묻어두고 가면 되거든......

 

 

 

 

 

 

 길 바닥에 떨어진 많은 사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가슴 속에 새겨두고 아껴두었던 그 많은 가슴앓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세월과 함께 물이 흐르고...... 사람들은 부지런히 향방도 없이 제 갈길을 갔어. 이리저리 많이도 갔어. 아버지도 그 속에 섞여들어 간 것이지.

 

 

 

 

 

내 아버지 너 어머니의 한살이가 녹아든 그 길을 오늘 우리는 그냥 차창 밖으로 슬쩍 지나지며 의미없이 보며 가는 것, 그게 인생길이지 뭐.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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