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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나? 2 - 신호 무시하기

by 깜쌤 2007. 8. 24.

선친께서 입원해 계시던 요양병원에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식물인간의 모습으로 가만히 누워 계시던 어르신 한분이 계셨다. 연세에 비해 얼굴도 맑고 깨끗해서 참으로 안타까워 했었다. 한번씩 문병을 오셔서 상태를 보살피시는 분을 통해 들어 보았더니 시내 어떤 교회 장로님이신데 새벽기도에 나가시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그 지경이 되셨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산다. 나는 죽으나 사나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다니는 사람이니 새벽외출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새벽에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아니라면-목숨을 담보로 삼고 다니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나는 인도(人道)겸 자전거 도로로 만들어 놓은 곳을 따라 타고 다니지만 길건너기가 두렵고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교통 신호등 색깔은 한가지 뿐이라는 우스개가 사실인 것 같다. 운전자의 입장에서 볼때 초록색 불은 당연히 가는 신호이고 황색 신호는 더 빨리 가속(加速)해서 지나가라는 신호이며 빨간 불은 무시하고 지나가라는 신호로 여겨지는 것 같다.

 

낮에도 그럴진대 하물며 인적이 드문 밤에는 말해서 무엇하랴 싶다. 밤도 밤나름인데 새벽이 제일 무섭다.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는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새벽 발걸음을 자주 하는 나는 횡단보도 건너기가 정말 무섭게 느껴진다.

 

 

 

 

 

 낮이고 밤이고 간에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왔다고 해서 무작정 들어가는 것은 사형집행인인 망나니 앞에 "나 잡아가라"하고 목을 들이미는 행동과 다를 바 없다. 새벽에는 교통 신호등의 색깔 구별없이 마구잡이로 질주하는 차들로 넘쳐난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막살아가게 되었는지 모른다. 정지신호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거리에서 작은 차가 앞차 뒤를 따라 마구 따라서 고개를 들이미는 것은 기본이고 황색신호등에 대해서는 이미  개념자체가 바뀐 것으로 알아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정도이다.  

 

 

 

올 상반기 중에 내가 사는 도시인 경주가 전국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발생 1위를 차지한 모양이다. 텔레비전 지역 뉴스시간에 본 기억이 나는데 플래카드까지 붙여 놓았으니 맞긴 맞는 모양이다. 알고보면 참으로 정떨어지는 도시다.

 

교통 신호등을 무시하는 현상은 경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국적인 공통 현상이라고 본다. 누구든지 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부터는 운전자도 보행자로 변하는 것이지만 그런 생각은 애시당초부터 머리속에 자리잡지도 않는 모양이다.

 

새벽에 교통신호 위반 차량을 잡는것은 갓난아이 손목 비틀기처럼 쉽다. 워낙 위반자가 많으니 예전처럼 파라치를 허용해 준다면 나부터 부업전선에 새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이다. 

 

 

 

 새벽 2시, 인도와 차도에 쥐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치자. 거리를 달리던 자동차가 신호등 색깔에 관계없이 질주한다면 그 차는 한국인이 운전하는 차이리라. 일단 차를 세우고 운전자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다가 사람이 없을 경우 슬며시 지나간다면 그차 운전자는 일본인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에 신경쓰지 않고 일단 정지후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린다면 그 차의 운전사는 독일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스개가 나돌 정도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나는 오늘도 목숨걸고 새벽외출을 다녀 왔다. 언제쯤 되면 안심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앞이 아뜩해지기만 한다. "참말로 이라나?(정말로 이렇게 하느냐?)"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어휴~~~~"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