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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모여들지 않는다고? - 소풍 4

by 깜쌤 2007. 4. 14.

 점심을 먹고 나서는 다시 자기들끼리 모이더니 다음 순서를 진행합니다. 교사는 시간 정도만 정해주면 되는 것이죠. 점심을 먹을 때 저는 아이들하고 같이 먹었습니다. 어떤 해에는 아이들이 깜쌤 사모님이 사주신 김밥을 먹어보겠다고 해서 하나씩 다 들고 가버리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점심시간이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다른 선생님들 보기가 죄송스러운 것이죠. 선한 뜻으로 이해를 하시면 동료간에도 갈등이 생길 것이 없지만 잘못 생각하면 제 혼자만 깨끗한 척 하는 상황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정말 훌륭하신 분들과 같은 학년, 같은 학교에 근무를 해왔습니다. 제 복이기도 하겠지만 동료 선생님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어저께 인터넷에 올라온 글 가운데 수학여행에서 자녀가 먹은 음식이 너무 부실하다고 하는 글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댓글을 다신 분들은 거의 일방적으로 교사들을 매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제가 잘모르므로 함부로 이야기할 처지는 아니지만 음식을 먹은 곳이 경주라고 하니 낯이 뜨뜻해짐을 느꼈습니다. 요즘은 우리 교사들도 수학여행을 가면 아이들과 같이 먹습니다. 같이 줄서서 배식을 받고 같은 반찬으로 같이 먹습니다.

 

학교에서 점심급식을 할 때도 교사들은 아이들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급식을 먹는데 당연히 제가 근무하는 학교 같은 곳은 아이들과 똑같이 먹습니다. 아이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일부 사람들이 오해를 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어 대는 것을 보고는 정말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나는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기를 좋아합니다. 이 경기를 맡은 아이는 밑에 깔 종이나 비닐을 미리 준비를 못한 것 같습니다. 상황을 눈치챈 아이들은 아무말 없이 손수건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밑에다가 깔기 시작하더군요. 우리 반 아이들이 이렇게 할 줄 아는 것은 평소에 훈련을 시켜두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심성 자체가 곱기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절대로 먼저 남을 원망하지 말고 해결책을 생각해보라."

"긴급히 대피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비명부터 지르지 말아라. 결코 우왕좌왕하지 말아라.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지를 먼저 생각해보라."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위험이 있을 때는 무조건 큰소리로 비명부터 질러라.(꼭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다 옳은 말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평소에 가르쳐두고 훈련을 시켜둡니다. 제가 잘 가르쳐서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겠지만 놀랍게도 이 아이들은 손수건을 가지고 밑에 깔고 부근에 버려져 있던 벽돌을 주워와서 공간을 만들더군요. 이때 제가 나서서 한마디만 해줍니다. 

 

"승패에 집착해서 벽돌에 얼굴을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지도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말을 잘듣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교사의 복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보면 정말 귀엽지만 밉다고 여기면 한없이 미운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교사치고 아이들을 미워 하는 분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철저히 벌점제도(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를 적용합니다. 모든 평가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타당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말로 하는 것 보다는 동기부여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상벌은 엄격하고도 공정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아이들도 수긍을 하고 교사의 말을 믿어주고 따라 줍니다.

 

그날 하루종일 교사가 거저먹기를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저도 한가지 게임을 진행시켜주는데 아이들에게 특별보너스를 주는 기회를 줍니다. 벌을 주고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게임보다는 이익이 돌아가는 게임을 한다는 것이죠.

 

 

 

 

 이번에는 피구를 합니다.  잔디밭에 피구장 만든 모습을 보시기 바랍니다. 노끈과 현장에서구한 돌을 가지고 쉽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임기응변과 순발력을 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교육을 시키는 우리 교사들과 대한민국의 교육 체제가 우수한 아이들을 바보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어떨 땐 가슴이 뜨끔해집니다.  

 

 

 

 아이들 사회에 존재하는 규칙은 정말 놀랍습니다. 어른이 나서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즐겁게 잘 활동합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우기는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거의 모두가 다 자기들이 만든 규칙에 순종하고 인정해 가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아이들과 교사가 협력하여 세운 계획대로 하루를 보낸 아이들은 이제 집으로 가야 합니다. 남기고 오는 것은 발자국 뿐입니다. 아이들 가방 속에는 자기가 만들어낸 쓰레기가 다 들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올린 사진을 유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아이들 상당수가 디지털 카메라나 카메라 폰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 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아이들 가정이 모두 부자여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들 가정 출신입니다. 제가 이야기를 해서 집에 있는 디카나 부모님 카메라폰을 거의 다 가지고 온 것이죠. 아이들 나름대로 사진을 찍어서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중입니다. 제 컴퓨터 속에 수만장의 사진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 아이들도 이런 식으로 자료 수집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래사회에서 글이라도 쓰려면 자기 자료를 열심히 수집해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부터 교육을 시키고 훈련시켜 둔 결과입니다. 아이들이 찍어둔 자료를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제가 올려둔 자료를 퍼가서 사용하여 보고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아이들이 만들어 낸 체험학습 보고서 견본은 이 글 제일 밑에 나옵니다.

 

    

 

 

 부지런히 걸어서 학교에 온 아이들은 교실에 가서 대기합니다.

 

 

 

 교실까지 와서는 모두 조용히 책을 보고 기다립니다. 정말 신기한 아이들입니다. 저는 이런 것이야말로 잘 훈련받은 아이들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담임 교사가 들어올 때까지 조용히 책을 보며 기다리는 것이죠.

 

다행히 이 아이들 학구는 구역이 좁아서 학교에서 15분 정도만 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일제 하고를 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가하여 학교에까지 들어오도록 한 것입니다.

 

체험학습 보고서는 일주일 후에까지 제출하도록 이야기해둡니다. 단순히 행사 하나를 끝내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으므로 반성활동과 기록활동, 국어수업 활동,정보생활 수업활동까지 겸해서 과제를 제출하는 것이죠.

 

아래에는 우리반 아이가 만들어 낸 보고서가 올라와 있습니다. 만들어서 낸 보고서를 제가 자세히 읽어보고 평가를 하는데 사용합니다. 아이들 생각은 어떤지 반응은 어떤지를 보면서 제가 가르치는 것에 대한 반성활동도 동시에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쓴 것이라는 사실을 먼저 기억하신 뒤에 보시면 더 좋습니다.

 

 

 

 

 

 

 

 

 

 

 

 내용까지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육이 이것만으로 끝나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471 선생님 수고 하셨습니다.    [1] 꿈의 날개(효섭) 33 06.04.27
470 선생님 꼭 읽어보십시오.    [7] 남하일언중금속 42 06.04.27
469 선생님    [4] 김형사^^ 33 06.04.27
468 Please open this!!!    [3] 김은지 26 06.04.27
467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5] 남하일언중금속 24 06.04.27
465 선생님, 선생님 쉬실날이 얼마 안남았네요.    [4] {깜돌이♡깜순이} 37 06.04.27
464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2] {깜돌이♡깜순이} 26 06.04.27
463 선생님,.,    [2] 『あr룻강Øŀ ズl』 25 06.04.27
462 선생님께    [4] sos맨 34 06.04.27
461 선생님, 닦쇠    [7] §땅콩♡캬라멜§ 42 06.04.27
460 선생님 한목이입니다..    [15] 김검사^^ 55 06.04.27

 

 

 

466       Re:선생님 한목이입니다..    [1] 깜쌤 26 06.04.27

 

 아이들은 학급카페에 글을 올려서 선생님께 수고하셨다는 내용으로 글을 올려둡니다. 4월이어서 글을 올린 아이가 소수였지만 나중에는 거의 빠짐없이 감사의 글을 올려줍니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성교육 차원에서 강조를 해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해서 야외체험행사가 끝이 난 것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방법이 다 옳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지도해도 된다는 사례 정도를 소개해보는데 의의가 있으므로 그냥 참고로 하시면 어떨까 해서 글을 올려본 것 뿐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