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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모여들지 않는다고? - 소풍 3

by 깜쌤 2007. 4. 12.

 나는 아이들에게 모든 일을 철저히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며 체험해보고 조사해보고 자율적으로 처리하라고 강조를 해왔습니다. 작은 과제 하나라도 부모에게 도움을 빌리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라고 요구를 해왔습니다.

 

저희반 카페에도 글을 올려 아이들 과제물에는 절대로 부모님들이 나서서 도움을 주지 말라고 당부를 드려 놓았습니다. 단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법 같은 것은 도움을 주어도 좋지만 직접 과제를 하는데 도와주지는 말라고 해놓았다는 것이죠.

 

야외체험학습을 갈때도 그런 원칙은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다리를 다쳤다던가 해서 도저히 같이 걸어갈 형편이 안될 경우에는 부모님 차를 타고 미리 목적지에 가서 기다리는 것 정도는 허용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가고 스스로 알아서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준비를 하고 진행을 하라고 요구를 합니다.  

 

 

 

학급 어린이회 시간에 아이들 스스로가 소풍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지만  그냥 방치를 해두면 자기들이 하기 편한 것만 선택해서 마음대로 결정을 해버리는 잘못을 저지르고 맙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아이들 의견을 존중해 준다고 하면서 아이들 결정사항을 그냥 그대로 따라주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교육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상세히 설명해서 결정을 바꾸도록 유도합니다.

 

우리 학급은 35,36명 정도의 어린이들이 9개의 작은 모둠을 이루어 활동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9명의 예비지도자들이 학습활동에 앞장서서 활동하도록 훈련을 시켜 둔다는 말이 됩니다. 모둠장(=모둠머리, 회장 부회장 등 학급 간부들은 거의 이 속에 들어있습니다)들이 모둠의 의견을 수렴하여 따로 모여 의논을 하게 한 뒤 결정된 내용을 확인하는 식으로 유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 스스로가 야외체험학습 활동 계획을 세워 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주로 게임 위주로 계획을 세우고 교사는 그 계획을 토대로 하여 교육적인 효과가 최대화 되도록 유도하면 되는 것이니 결국은 서로가 다 좋은 모습으로 결정되는 셈입니다.

 

 

 

 

 야외활동 장소에 대한 사전 정보는 철저하게 제공해서 미리 조사를 해 오도록 해서 미리 발표를 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걸어야 하는 길 하나도 이왕이면 아름답고 예쁜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은 추억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미리 조사해 온 내용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것입니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둘러 보기만을 권하기보다는 직접 인솔하고 다니며 세밀하게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사실 아이들의 행동 특성상 유적지라든지 박물관에 가면 그냥 대충 쓰윽 둘러보고 나와서는 장난을 치거나 잡담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그 당연함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교육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것 가운데 하나가 우리 한국인들은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가서 세밀하게 둘러보는데 아주 인색하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 일입니다만 선생님들을 모시고 해외연수 활동에 갔을때도 그런 현상을 발견하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기에 다시는 그런 활동에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남을 가르치는 교사가 그럴진대 다른 일반인들은 또 어떻겠습니까? 다른 분들이야 그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만 하여튼 세밀하게 둘러보고 분석을 해보는데 유달리 약점을 가지는 것은 교육상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어느 정도 학습 목표가 달성되면 자율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게 됩니다. 나는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아이들이 아무리 요구해도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장소를 잡고 난 뒤에는 먼저 개인 소지품을 안전하게 모아두록 시킵니다. 그럴때도 반드시 줄을 지어서 물건을 정리하게 해둡니다.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이도록 항상 강조를 해두지만 군기가 잘 든 군인들처럼 반듯하게 놓지는 못하더군요. 그게 아이들의 한계 같습니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수학여행을 가도 버스 안에서조차 깔끔하고 깨끗하게 사용하도록 강조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일본인들에게 많이 뒤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작은 문제들이 누적되어 결국 나중에 커서 직업정신이나 장인정신 같은 데서 일본인들에게 밀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합니다.  

 

 

 

 

 놀이를 할때도 저는 철저하게 관찰자의 입장을 고수합니다. 제 자신이 나이가 들었으므로 아이들과 보조를 맞추어 그들이 원하는 분위기를 잡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철저하게 아이들에게 재량권을 주어봅니다. 사실 그게 훨씬 더 효과적이더군요.

 

교사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재량권을 주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합니다. 이는 자녀를 키울때도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관리하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적당한 재량권을 주면서 잘 관리하는 것이 낫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잘 살펴보면 그 안에 자기들 나름대로 철저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자기들끼리 만든 규칙을 지키지 않고 어기는 아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예외없이 왕따가 되더군요. 왕따가 되는 아이들은 나름대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종의 '사회부적응 그룹'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도 옳은 것은 아닙니다만 양쪽이 다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왕따 문제의 발생과 처리 방법은 나중에 따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한가지의 놀이가 끝난 뒤에는 다른 아이가 나와서 다음 종목을 진행하도록 해둡니다. 즉 한 종목을 맡은 아이는 자기가 준비를 철저히 해와서 게임을 진행시켜 나가도록 한다는 것이죠. 이번 야외체험학습에서 5가지 게임을 하기로 했다면 모둠장 두명이 한개의 게임을 맡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철저하게 모둠장 아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활동을 시켜보면 좋은 지도력을 가진 아이들은 단번에 드러납니다. 저는 그런 아이들을 골라서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서 키워주도록 노력합니다. 지도력을 가진 아이들이 나중 우리 사회 곳곳에서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요? 입만 살아 움직이는 포퓰리스트들이나 선동가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철저한 기본교육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순서를 맡은 어린이가 게임 규칙을 자세히 설명을 해주거나 시범을 보여주게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사람을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드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도록 합니다.

 

저는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젊었을때는 그런 말들의 의미를 잘 몰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은 나라만이 선진국이 되고 강대국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후기산업정보화 시대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며 제가 가졌던 어리석음을 많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회든 국가든 학교든 교실이든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런 시스템을 유지하고 보수하며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끌어나갈 뛰어난 지도력을 가진 인재를 많이 길러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달았으니 저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선생임이 틀림없습니다. 고급 기술 인력 양성도 당연히 중요하겠지요.

 

물론 제 생각이 다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저도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교육의 방향 정립이나 발전 모델 개발은 저같은 사회 하부구성원들의 경험에서만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판단 능력을 가진 고급지식인들의 몫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글의 약점이 바로 그런데 있음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론적인 접근보다는 실제적인 면에서의 접근책을 말씀드리는 것이죠.   

 

 

    

 

 이야기가 조금 거창하게 나갔습니다.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든 준비물을 갖춘 아이들은 다음 활동을 스스로 알아서 해나갑니다. 이런 훈련을 시켜두면 교사가 일일이 나서서 간섭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제가 가르치는 우리 반 아이들의 행동 특성 가운데 하나는 학습이든 놀이든간에 방관자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처럼 행동하는 아이도 어쩌다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평소의 교정활동을 통해 거의 치료를 해줍니다. 

 

 

 

 이 아이들이 신발을 벗어놓은 모습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자기도 모르게 뭐든지 단정하게 깔끔하게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것이 교육의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도시락 통도 일회용이 아니고 집에서 평소에 사용하던 것을 가지고 왔음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젓가락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