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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모여들지 않는다고? - 소풍 1

by 깜쌤 2007. 4. 11.

 이제 소풍철이 다가왔습니다. 이젠 용어 자체를 소풍이라고 하지 않고 체험학습이라는 용어 정도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일반인들은 소풍이라고 하는 것이 쉽게 감이 오는가 봅니다.

 

용어가 무엇이든간에 그날은 정말 아이들이 기다리는 날이기도 하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좋은 추억거리를 간직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므로 그냥 아무렇게나 넘길 날이 아닌 것이죠.

 

이런 행사가 있는 날이면 선생은 처신하기가 정말 어려워집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질 나이가 되도록 살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구별이 되지 않는 세상이어서 글쓰기가 조금 무엇합니다만 어떻게 보내는 것이 바른 것인지 몰라서 그냥 제 생각을 써볼까 합니다. 젊은 선생님들이나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신 분들이 보시기에는 제 글 내용이 고리타분한 헛소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냥 화두로 던져보고자 합니다.

 

저는 체험학습일(=소풍. 그냥 편하게 소풍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이 되면 미리 학급 카페에다가 학부모님들께서 보시도록 글을 올려둡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글은 2006년 4월 25일에 올린 글을 복사해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당시에 올린 글은 수정하지 않았음을 밝혀드립니다. 다만 읽기 편하시도록 글자체와 색깔, 크기만 조금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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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내 두루두루 편안하시지요?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편찮으신 가정도 있는 것 같아서

제가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 주 목요일은 체험학습을 실시하려고 합니다.
전통적인 용어로 소풍이죠.

아이들이 엄청 기대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이들 준비물과 일반 사항에 관해
조금 안내해 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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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 점심. 개인용 물. 비닐봉지 . 손수건. 필기도구
             개인카메라(있다면). 비상금. 전화카드나 휴대전화(있다면).



집결지 : 학교


등교시간 : 평소와 같음


소풍장소 : 옥녀봉 및 김유신 장군묘 부근 쉼터


귀가시간 : 오후 3시 이후에 학교 도착 예정임


놀이내용학급회장 부회장 모둠장이 의논하여 결정하는 간단한 게임

                서너가지.


학습내용 : 자연관찰 및 야외학습

 

기타 : 우천시 순연 가능성 있음, 그럴 경우 따로 연락 드리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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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점심을 꼭 준비시켜 주시고요,

환경보호 측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도시락통이나

나무 젓가락은 사용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이야기해둘 겁니다만  
수고스럽더라도 꼭 그렇게 해주십시오.


나중에 수학여행 갈 때에도 일회용 도시락 사용은 안하시도록

미리미리 당부드립니다.
아울러 제가 먹을 점심은 당연히 제가 준비해 갈 것이니

조금도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걸어서 다녀올 예정이지만 특별히 걷기가 곤란한 학생은

댓글을 통하여 저에게 미리 알려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깜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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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먹을 도시락은 제가 준비해간다는 철칙을 지킨지가 꽤 오래 됐습니다. 어떤 분들은 김밥 한줄까지도 담임 선생에게 대접할 줄 모르는 이런 세상이 무슨 재미가 있느냐는 식으로 말씀을 하기도 합니다만 거기에 대한 가부간의 판단은 이 자리에서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내가 먹을 음식 정도는 내가 준비해 간다는 원칙 정도는 세워서 실천하려고 한다는 것이죠. 나도 세상을 살며 자식을 키워 본적이 있는 사람이므로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담임선생님 도시락 정도는 준비해서 전해 드리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내 자식을 키우면서 제가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 해드려야 하는 감사의 표현과 처신상의 문제이고 이런 경우는 제가 남의 자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이므로 이중성을 지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학부모님들께 폐를 끼치기 싫다는 것이 기본적인 제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같이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혼자 처신하기가 곤란할 때가 많이 있는 법입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모두 개인의 문제이므로 내 생각이 옳고 남이 그르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이나 새학기가 시작하는 3월이 되면 대중매체에서는 걸핏하면 선물과 촌지문제로 선생들을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흉을 보기도 합니다만 그럴때마다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절망을 하고 실의에 빠지는지 일반인들은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지 싶습니다.

 

이젠 우리 선생들도 그런 비판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카테고리 속의 다른 글에서도 조금 이야기 한 사실이 있습니다만 선생이라는 직업은 부자될 일이 없는 직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긍지와 명예 하나로 버티는 직업이지만 외부인의 엄청난 비판 앞에서는 절망하고 맙니다. 언제부터 교사가 그런 식으로 일방적인 매도를 당하는 처지로 전락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젠 우리 교사들 스스로가 의식 전환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은 그렇다치고요......

 

 

  

 나는 우리반 아이들에게 소풍날에도 평소에 하는 그대로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매일 학교 오는 그 시간에 등교할 것이며 학교에 와서는 조용히 책을 보라고 요구를 합니다. 모처럼 하루 정도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어도 되지 않는내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원칙은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 제 기본생각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소풍 가는 날은 마루바닥을 깔아 둔 복도나 교실에 신발을 신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어째서 소풍가는 날은 교실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도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교실이든 학교든 사회든 간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무너지면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마는 모습을 살면서 많이 보아 왔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제가 세운 몇가지 기본 원칙을 고수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모두 열심히  환경보호를 외치고 그 필요성을 역설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단 실천이 가능한 각론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주장한 기본 방법은 쉽게 무시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습니다. 

 

 

 

 

윗글에서도 조금 밝혔습니다만 환경 보호를 위해 평소에 쓰던 젓가락이나 포크를 가지고 와서 사용해 달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요? 일회용 플라스틱 통보다는 집안에서 사용중인 도시락 통에 아이들 점심을 담아달라는 것이 무리일까요?

 

저는 아내에게 소풍날 김밥을 싸달라고 요구를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짓던 아내의 얼굴 표정이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아내가 준비를 해줄 형편이 안되면 아침 일찍 시장에 가서 김밥을 말아 파시는 아주머니들께 제가 미리 준비해간 도시락 통을 내밀면서 담아달라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남을 가르치는 직업이기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그런 식으로 세상을 살면 여러 면에서 피곤해지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선생은 그런 고지식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이런 문제는 모두 개개인의 인생철학상의 문제이며 인생관과 가치관의 문제이므로 명확하게 딱 잘라 함부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한 성질은 아닐 것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별이 안되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