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자 풀들이 정말 무섭게 자라오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시골살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풀과의 전쟁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고엽제나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이상 말이죠.
틀밭 옆 비탈 출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작년에 제초 매트를 잠시 깔아보았습니다만 올해 들어서 산지 개발 문제로 인해 부득이하게 제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안밖에 굴러 다니는 비닐을 이용해 제초 역할을 하도록 깔아 두었던 곳을 열흘 전에 걷어내니 쇠뜨기들이 그 밑에 자라 오르고 있더군요.
개발 문제 덕분에 제가 관리해야 할 부분이 제법 줄어들었다는 좋은 점도 생기게 되었네요.
그래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남아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관리에 신경을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꽃피는 4월 초순이 지나자 이젠 다른 것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4월 중하순이 되자 민들레 씨앗이 엄청 날아다니네요.
지난 2년 동안 풀과의 전쟁을 해본 터라 자연의 법칙에 너무 앞서 나가지 않기로 마음먹고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일하다가 먹는 점심은 아주 간단히 챙겨 먹습니다. 어떨 땐 달달한 커피 한 잔과 피자 한두 쪽으로 해결하기도 하죠.
4월 하순에 들어서자 영산홍도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3월 하순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찾아온 봄이 요즘 들어 더욱 급격하게 속도를 내는 것 같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되네요.
작년에 구해둔 뒤 그동안 안쓰고 보관해 오던 제초 매트가 제법 있었기에 풀과의 전쟁에서 비기는 방법을 궁리해 보았습니다.
무얼 선택할까,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까, 어떻게 할까 요리조리 고민하다가...
방울토마토와 가지를 심어 두고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틀밭 사이에만 제초 매트를 깔아보기로 한 것이죠.
창고 한구석에 갈무리해 둔 감자에서 싹이 터 올랐기에 옮겨 심어보았더니 잘 자라네요.
바람 없는 날을 골라, 작업의 편리성을 위해 온갖 잔머리를 혼자서 굴려가며 제초 매트를 깔고 꺾쇠로 고정시켜 둔 뒤...
스테이플러와 압정까지 동원해서 깔끔하게 손을 보아두었습니다.
지난 22일 화요일에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되었기에 비 오기 전에 얼갈이배추와 열무, 적상추 같은 것들 씨를 뿌려 두었는데 그것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쪽파를 진작 아는분들에게 나누어 드려야 했는데 시기를 놓쳐버린 것 같네요. 농사를 지어 작물을 나누어 드리는 것도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24일 목요일에는 둑 가 물길에 자라는 잡초를 제거해 두었습니다.
지난 늦가을, 무와 배추를 묻어두었던 곳, 흙더미에도...
거름을 뿌려두었다가 삽으로 뒤집어엎어두었습니다. 여긴 옥수수를 심어볼 생각입니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 가운데에 몇 가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깨닫고 배워야겠지요.
1.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는 것!
2. 풀과의 전쟁에서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는 것!
3.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왔다가 돌아간다는 것!
4. 무공해, 무농약, 순수 유기농 농사는 굳센 각오를 가지고 덤벼들어도 초지일관하기가 엄청 힘든다는 것!
5. 시골에서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되 적당히 게으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6. 텃밭 농사는 건강 유지를 위한 취미 정도로 해야지 돈을 보고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
7. 베풀어주기로 마음먹고 실천으로 옮겨가며 작물을 기르면 정말 잘 된다는 것!!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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