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반을 혼자 걷기엔 너무 힘들고 괴로운 일이야.
달랑 혼자 가서 보고 즐길 경치가 아니거든.
자연이 인간들에게 일 년 중 딱 일주일 정도만 허락하는 풍경이야.
그걸 어떻게 혼자서 볼 수 있는 거지?
보문호반에 벚꽃이 만발할 때는 절대로 혼자 오는 법이 아니야.
정 같이 걸을 사람이 없으면 마음속에라도 담아서 모셔와야 해.
그런 사람이 없다면 평소에 품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었어야지.
함께 할 사람이 없다면 괴로워질 수밖에 없는 곳이지.
나처럼 나이든 사람이라면 몰라도.
정 없다면 먼저 보낸 사람이라도 좋고, 자식이라도 좋고... 이루어지지 못했던
짝사랑 그사람이라도 품고 와.
이런 곳에서는 정말 조용히, 입 다물고 조용하게 걸어야 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어.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차고 넘쳤어. 곳곳에 사람들이 마구 뿌려대는 탄성이 가득했어.
모두들 서로를 보며 사람이 너무 많다고 투덜거렸을지도 몰라.
아까 들어갔던 힐튼 호텔 앞에서 다리를 건넜어.
왼쪽 건물이 힐튼 호텔이고 뒤로 보이는 건물은 하이코 건물이야.
올해 가을에 에이펙(APEC) 회의가 경주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잖아?
회의장으로는 하이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러더라.
언론에서 그렇게 말하는 거지 내가 지어낸 말은 아니야.
연분홍 벚꽃과 노란 개나리....
여기다가 짙은 분홍 참꽃이 어우러지면 더 환상적이겠지.
나는 방금 저쪽 호반길을 걸어온 거야.
뒤에 남겨두고 앞으로만 나아가기엔 너무 아까운 봄경치야.
이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며 건너는 것도 낭만적이지.
내가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구한 게 2005년이었지 싶어.
컴퓨터 속에는 2005년 보문 호반의 벚꽃 만발했던 봄경치부터 저장되어 있어.
그때는 위에서 보았던 징검다리가 없었어.
하이코 건물도 그땐 당연히 없었지.
놀이 공원 '경주 월드'도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진 않았어.
그동안 보문관광단지도 많이 변해왔어.
나는 왼쪽 편 벚꽃길을 걸어온 거야.
미니 벨로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기에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았었던 거지.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줄까 봐 내려서 끌고 걷고 있는 거야.
그 정도 상식 정도는 가지고 있어.
이 물속에는 잉어나 붕어들이 그득해.
지금이 산란기거든.
조심성이 사라진 잉어나 붕어 대물들이 갈밭 속에 우글거리고 있어.
여긴 낚시 금지구역이야.
가끔은 철없는 중국인들이 낚싯대를 펼쳐 들기도 해.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지?
난 중국 배낭여행을 열 번 해보았어.
어지간한 중국인들보다 내가 훨씬 더 많은 지역들과 도시들을 돌아다녀보았을 거야.
그렇게 보고 듣고 돌아다녀보면서 느낀 게 많아.
더 자세히 이야기 꺼내면 중국혐오증 환자라고 불릴까 봐 자제하는 거야.
보문호반 도로로 다시 올라갔어.
아래에 보이는 호반길은 보행자만 걸을 수 있도록 규칙이 정해져 있어.
나는 호수 전체를 걸어서 한 바퀴 돌았던 거나 마찬가지야.
그대에게 이런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걸었을 뿐이야.
이맘때 경주는 모두 이런 풍경으로 변해.
그러니까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내가 초청하면....
먹여주고 재워줄 수도 있어.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지. 내가 자주 건너 다니는 교량이 저 밑에 보이네.
4월 4일 풍경이었어.
그럼 이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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