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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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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25 인도네시아 섬들 여기저기

나이 일흔(70)에 낙원을 찾아서 집을 나섰어

by 깜쌤 2025. 4. 2.

2월 26일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했어.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보자 미안함이 먼저 떠올랐어. 느낌이 이상해서 4시 45분경에 밀알 선생님께 모닝콜을 보내보았어. 모두들 주무시고 계시는 것 같았어.

 

 

밀알 선생의 따님이 경주역까지 자기 승용차로 태워주었어. 신호등 한번 걸리지 않고 달렸다는 게 너무 신기하기만 했지. 5시 25분경에 도착했어.

 

 

새벽 2시경에 눈이 떠져서 택시를 타고 별서에도 다녀왔어. 컴퓨터에 연결해 둔 2 테라바이트 외장하드를 어떻게 해두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했거든. 그 속에 온갖 자료가 다 들어있는데 말이야.

 

 

인생살이 자료가 거의 다 들어있는 것이니 확실하게 처리를 해두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아서 내 자신을 조금 질책했어. 덕분에 택시 요금만 3만 6천 원이 들었던 거야.

 

 

이번 여행에는 세사람이 가는 거야. 하구 선생 부인도 배웅을 오셨어. 이번 여행이 34번째 해외여행이어서 크게 떨리지는 않았지만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야.

 

 

일인당 짐이 7킬로그램 미만이었을 거야. 

 

 

5시 48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첫차였어. 월요일 새벽에는 이게 두 번째 열차가 된다고 해.

 

 

14호실 A,B,C석이었어.

 

 

7시 58분경에는 도착을 해야 하는데 몇 분 늦은 거야.

 

 

11시 35분 발 비행기여서 공항에 두 시간 전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했던 거야.

 

 

8시 10분 발 직통 열차를 놓쳐버렸기에 한층 더 내려가서 일반 열차를 타기로 했어. 

 

 

파주에서 일하고 있는 밀알 선생의 아들이 서울까지 나왔더라고.

 

 

검암행 열차는 공항까지 가지 않기에 검암행 열차는 그냥 보내고 8시 22분 발 공항행 차를 기다렸다가 탔어. 요금은 5,700원이었고.

 

 

우리가 타야 할 인도네시아 가루다 항공은 제2 터미널을 쓰고 있었기에 종점에서 내렸어. 중국 대련으로 간다는 어떤 할머니는 1 터미널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을 해왔어. 종점에 내려서 맞은편에 있는 열차를 타라고 안내해 드렸어.

 

 

누구나 상식적으로 다 아는 이야기지만 여행에서는 안내판이나 전광판을 보는 습관을 들여두는 게 정말 중요해. 전광판을 보며 가루다 항공(GA) 체크인 장소를 확인해 두었어.

 

 

거의 시간에 맞추어서 터미널에 도착했기에 얼마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체크인할 수 있었어. 

 

 

우린 자유배낭여행자야. 그러니 큰 배낭 하나와 보조배낭 한 개를 들고 있는 거지. 큰 배낭은 화물로 부치고 작은 배낭은 메고 기내에 들어갈 거야. 작은 배낭 속에는 보조 배터리와 노트북, 복대와 일기장, 그리고 비상약을 넣어 두었어. 

 

 

요즘은 일정 무게 이상이 나가면 화물에도 운반료를 붙이는 경우가 많기에 큰 배낭도 무게가 10킬로그램 넘어가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아. 우리 팀은 거의 7킬로그램 내외였어.

 

 

벌어놓은 돈이 없으니 불쌍하게도 이코노미 좌석을 타는 거야. 하지만 뭐 어때? 큰 부자는 아니어도  나이 70에 배낭여행 떠난다는 게 어디야? 전자식 출입국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출국 절차도 너무 간편한 거야. 하라는 대로만 따라 하면 되는 거니 크게 신경 쓸 일도 없어.

 

 

머리카락 허연 노인네가 앞에서 얼쩡거리면 뒷사람들이 조금 성질 날 수도 있겠지만 '너희들도 늙어보면 알게 될 거야'하고 생각하면 크게 부끄러울 것도 없어. 그렇다고 해서 뻔뻔해지면 안 되는 거지.

 

 

이제 탑승 게이트를 찾아가면 돼.

 

 

제2 터미널이 완공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시설은 크고 넓고 깨끗했어. 자부심이 느껴지더라고. 아침 식사를 못 하고 나온 밀알 선생과 하구 선생은 빵과 커피로 간단하게나마 아침을 때우셨어.

 

 

사실 우리 세대는 온갖 고생을 다해본 세대라고 할 수 있어. 지독한 가난 속에 허덕이며 살기도 했고 숨 막힐 듯한 독재를 거쳐 민주화 과정도 경험해 보았으며 농경국가, 산업국가, 정보사회까지 체득해 보았으니 지구 위에 이런 세대가 어디 있을까 싶어.

 

 

우리 세대는 숨 막히는 변화만 겪어온 사람들이지. 내가 젊었던 날에는 해외여행을 어떻게 꿈이라도 꿀 수 있었겠어? 나이 마흔이 가까워져서야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졌으니 외국에 나가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청춘시절을 보냈던 거지.

 

 

지적인 호기심과 지식 탐구욕으로 가득 찬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젊었던 날의 우리나라 형편과 나를 둘러싼 처지는 지옥이나 다름없었어.

 

 

유학도 가보고 싶었고 공부도 원 없이 해서 학위를 딴 뒤 대학 강단에 서서 평생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 그걸 생각하면 깊은 회한과 후회 때문에 아직도 가슴이 떨려와. 

 

 

10시 50분이 되어 보딩을 시작했고 거의 한 시간 뒤인 11시 50분경에 이륙 절차를 밟아 나갔어. 내 좌석 번호가 화면에 떠있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