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을 넘긴 끝물 꽃길이나마 봐두기 위해 집을 나섰어.
보문으로 올라가는 자전거 도로를 달렸어.
천천히 가보는 거야.
올해는 갑자기 봄이 와버린 듯해.
벚꽃이 인기척에 화들짝 놀란 산노루처럼 갑자기 피어버렸거든.
중학교 시절 산에 갔다가 낮잠 자는 산토끼를 건드렸을 때 녀석이 보인 반응과 비슷한 것 같았어.
먹을 게 한없이 귀했던 시절, 통통하게 살 오른 야생 산토끼를 놓쳤을 때의
허무함과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나 할까.
끝물이나마 볼 수 있었다는 걸로 만족해야지.
사실 올해는 텃밭 만드느라고 꽃구경 나설 형편이 못되었어.
오며 가며 먼 곳 꽃길을 살펴보는 정도였던 거야.
어딘지 궁금하지?
보문 올라가는 길 초입에 잇는 숲머리 마을이지.
이 마을에 살았던 아이들이 생각나네.
원래 땅 주인들은 오래전에 모든 걸 팔고 떠나간 모양이야.
이젠 외지인들 차지가 되었어.
허무한 일이지.
내 마음 한구석에는 깊은 슬픔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허전함과 허무함이 치밀어 올랐어.
중간쯤에서 돌아섰어.
반대방향으로 난 건너편 길을 사용해서 내려가는 중이야.
저렇게 유쾌하게 살아야 하는데 말이지.
경주 북천변과 보문호 주변 풍경을 중심으로 아주 조금만 소개해 보았어.
그럼 이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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